10년 전쯤에 벌어진 사건이다. 직원들은 자신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대표에게 조직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을 도모한 진보세력의 목적은 간단했지만 대표가 받아들이기엔 다소 과했다. 자신들의 연봉을 20% 이상 올려 달라는 것, 복지를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에게까지 확대해달라는 것, 파티션을 도입하여 개인적인 공간을 더 보장해 달라는 것, 야근을 금지해달라는 것, 회사가 거두어들인 수입만큼 직원들에게 되돌려 달라는 것, 대표의 독단으로 경영을 휘두르지 말 것, 이런 것들이었다.

당시 회사는 막대한 부를 축적 중이었다. 개발된 제품이 매달 50% 이상의 매출을 초과 달성 중이었으며, 곧 관련 분야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었다. 하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가족 체제로 구축된 일부 임원들에게만 돌아갈 뿐이었다. 직원들의 뼈를 깎아 번 돈의 대부분은 땅 투자, 건물 투자 등 투기 목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직원들의 불만은 회사가 자금을 대표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하며, 개인이 성장하기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 탓에 직원들의 의견은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다. 팀장 몇 명을 중심으로 이대로 두다간 개발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날 것이 분명하니, 회사가 전복되는 한이 있더라도 대표에게 직언을 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직원을 대표하는 몇 명의 리더와 대표 간의 담판이 열렸다. 리더는 거침없이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 사항을 나열했다. 퇴사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으로,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일시에 직원들이 퇴사할 것임을 밝혔다. 대표는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다. 개발자들이 늘 자산이라고 강조했던 그의 입장에서 실무자들이 퇴사한다는 건,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큰 위기인 셈이었으니까.

목숨을 건 직원들의 돌발행동에 대표는 멈칫했다. 대표는 마치 반성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내일부터 투명한 경영을 실시하겠으며, 자기계발을 위해 이익금을 직원에게 재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진보세력들이 요구한 대부분의 사항을 이행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대표와 리더들은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찍었고 회사엔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았다.

대표는 그리 인품이 깊은 사람도, 가슴이 넉넉한 사람도 아니었다. 피의 복수가 곧 시작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대표는 팀장급 리더 한 사람, 한 사람을 처단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요한 회의에 팀장을 제외하거나, 일부러 메일에서 누락시키기도 했다. 대표는 교묘하게 한 사람씩 ‘따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었다.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제외된 팀장들은 마치 외딴섬으로 유배된 사람처럼 혼자 지내는 일이 잦아졌다. 업무에서 제외된 팀장들은 견디지 못하고 점차 회사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대상이 제거되면 대표는 다음 타깃을 지정하곤 다시 똑같은 방법을 써먹었다. 그렇게 팀장급 리더부터 정리하고 다시 실무자 중에서 반항 세력들을 하나하나 솎아냈다. 대표는 강경책과 회유책을 양방향으로 구사했다. 어떤 사람은 심한 차별을 당했고 어떤 사람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 중에서도 혜택을 입었다.

IT 용어 중에 분할 정복법(Divide and Conquer)이 있다. ‘분할 정복법’은 대상이 추상적이거나 처리해야 할 대상이 거대할 때, 분할할 수 있을 때까지 작은 단위로 나누는 방법이다. 거시적인 문제는 보통 모호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각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해결 방법도 아이디어로 그칠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는 전략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떠도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면 일단 개념을 단순화시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거대 담론은 덩치가 큰 만큼 생각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분할 정복법’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단위까지 쪼개고, 한 개씩 각개격파하는 방법이다. 작은 단위로 나눠지게 되면 어떤 혜택을 입게 될까? 문제가 단순하니 해결 방법도 간단하게 변한다. 하나의 문제를 처리하면 그다음 스텝으로 이동하면 된다. 커다란 덩어리를 분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다 보면 막대한 부피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 방법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분할 정복법’이라는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마스터하겠다’는 거시적인 목표보다, ‘글쓰기 마스터’ 과제의 뿌리를 지탱하는 ‘비문 쓰지 않기’, ‘수동태 피하기’, ‘글쓰기 책 10권 독파하기’, ‘매일 200자씩 감정 일기 쓰기’ 와 같은 실천 가능한 목표로 나누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어떤 문제든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아주 작은 단위까지 쪼개는 걸 추천한다.

나폴레옹은 분할 정복 알고리즘을 일찌감치 써먹은 전략의 대가였다. 1800년 경 수적으로 열세였던 나폴레옹 부대는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을 상대하기 위해 분할 정복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연합군은 나폴레옹 부대의 본진이 아닌 측면을 집중 공략했으나, 나폴레옹은 연합군의 중앙을 공략하여 양쪽을 두 진영으로 갈랐다. 둘로 나눠진 진영 중에서 한쪽만을 집중 공략했고 두개로 세력으로 끊어진 연합군은 결국 나폴레옹에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이 고안한 분할 정복법처럼, 회사에 남은 진보세력들의 책상은 하나둘씩 치워지기 시작했다. 대표는 회유와 강경책을 교대로 실시했다. 불만세력이 축출되면 나머지 회유책을 쓴 직원들에게도 칼을 댔다. 한두 사람씩 퇴출된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그렇게 불만 세력은 몇 개월 만에 모두 대체되었던 것이다. 조직은 뭉치면 큰 힘을 냈지만, 한 사람을 각개격파하려는 대표의 전략으로 한 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대표는 이간질과 회유, 헛소문을 퍼뜨렸고 대표에게 흡수된 직원은 스파이가 되어 직원들 중앙에 투입됐다. 그들은 직원을 둘로 나누고, 다시 둘을 네 개로 쪼갰다. 서로를 의심하고 질투하게 되자, 직원은 조직이 아닌 아주 작은 단위로 분해된 것이다. 직원 개개인을 다루는 문제는 덩어리로 다루는 것보다 손쉬웠다. 대표의 고민은 결국 분할 정복법으로 해결된 것이다.

나는 피의 복수에서 어떻게 됐을까? 물론 나는 새로 교체된 인력이었으니까, 사건의 전설을 무용담처럼 살아남은 누군가에게 전해 들을 뿐이었다. 대표가 무서운 사람이란 건 적어도 마음에 새겼으니까, 그가 주로 분할 정복 전략을 직원에게 써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랄까. 그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