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 넘어 산업된 `팬덤`…그림자도 짙었다 [이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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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7. 오후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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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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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에 스밍' 음원차트 '흔들'
팬덤이 부활시킨 사양산업 CD
팬덤의 딜레마...환경은 어쩌지?
<앵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유행어이자 한 트로트 가수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 가수의 팬들이 하고 싶은 말이 됐습니다. 그가 다름 아닌 음원 사재기 이슈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생필품도 아닌 음원을 왜 사재기하는 걸까요? 또 사재기로 왜곡된 음원차트 순위는 어떤 결과를 불러 올까요.

방서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SNS에서 `음원 총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수많은 계정이 나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의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독려합니다.

매 시간 차트 순위를 공유하고, 모금을 하기도 합니다. 유료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거나 더 많은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경품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한 아이돌 그룹의 경우 팬덤이 특정 곡을 집중적으로 스트리밍한 지 한 시간 만에 음원 순위가 30계단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순위 급등은 음원 플랫폼 이용자수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순위를 지키기 위해선 이른바 `총공`팀이 24시간 풀가동돼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조직적인 스트리밍 행위가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케팅 업자를 동원해 음원 순위를 조작하기에 이른 겁니다.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트로트 가수 영탁이 대표적인 사롑니다. 영탁 소속사 대표는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업자에게 거액을 주고 스트리밍 수를 올려달라 의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순위를 높여야 하는 걸까?

유행에 민감한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서도 음악 분야는 특히 차트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즉, 음원 순위가 높아야 돈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신종길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 차트 안에 랭크가 되면 자동적으로 어떤 별도의 마케팅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을 얻는 것이고요. 그러다보니까 공정한 음원 재생이 아닌 방법으로 차트 안에 들어가기 위해 음원들을 사재기해서 차트에 랭크시키는 방법들이 암암리에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음원 플랫폼들은 전체 이용료를 더해 이를 청취 횟수에 따라 음원 소유권자에게 나눠 주는 구조입니다.

결국 음원 청취 횟수를 조작하는 사재기는 다른 가수에게로 돌아갈 몫까지 뺏는, 사실상 약탈 행위인 셈입니다.

[신종길 /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 (차트가) 예전엔 어떤 노래가 유명한가, 내 친구들은, 내 또래들은 어떤 노래들을 듣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의 척도였는데, 산업적으로 활용이 되고, 또 악용이 되다보니까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졌고요. 순수한 창작 행위를 통해 (음악을) 자신의 결과물로써, 작업물로써 발표를 하시는 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보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차트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현상을 반영하는 차트가 거꾸로 현상을 만들고 있는 음악 시장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앵커> 대중음악계의 고질병으로 통하는 `음원사재기 의혹`의 실체가 확인돼 가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음원 사재기 논란 왜 끊이지 않는 걸까요?

<기자> 차트가 유행을 만드는 구조 때문입니다.

음원 차트 상위권이란 이유만으로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곡을 듣게 만든다는 건데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기억나시죠? 순위에 따라 당일 화젯거리가 정해졌는데, 음원차트도 비슷합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죠. 멜론에 들어가보면, 최상단에는 최신음악이 그 바로 아래에는 ‘탑100’이라고 하는 실시간 차트가 있습니다.

‘최신음악’과 ‘탑100’ 중 이용자들은 어떤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까요? 

네, 그렇습니다. 실시간 차트죠. 특히 1~5위까지는 모르는 곡이어도 일단 듣게 됩니다.

게다가 일부 매장에선 아예 실시간 차트 1위부터 100위까지 자동재생으로 음악을 틀어놓는 곳도 많죠.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곡의 인지도도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앵커> 음원사재기를 해서라도 순위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수익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겠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시장 구조를 보면 기획사들에게 음원 순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음원 순위가 올라가야 방송출연과 행사섭외가 들어오고 가수의 몸값이 뛰기 때문입니다.

유무형의 부가 혜택이 생기다보니 빗나간 팬심 또는 기획사나 홍보업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순위 조작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가 했건 음원 시장을 교란하고 있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이렇다보니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는 공신력에 한계가 있단 얘기가 나옵니다.

<앵커> 케이팝이 한국 문화 수출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힌 현재, 공정성을 갖춘 음원차트가 절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음원에 이어 음반 판매량도 신뢰성이 없단 얘기가 있습니다.

<기자> 음원차트에 이어 음반판매도 팬덤의 결집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 음반 시장인 앨범 판매량은 수년째 감소 중입니다. 하지만 K팝만 확장세죠.

국내 음반 판매량의 대부분은 팬덤의 대량 구매인데, 10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앨범 판매량이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표로 자리매김하면서 팬들이 헌신적으로 앨범 구매에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 아이돌 팬덤 같은 경우 소속사에서 상품화하는 음반이 MD같은 수준으로 묶어서 나오니, 팬심으로 구입하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도 아이돌 위주의 음반, 음악은 더 많이 팔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K팝의 북미 차트 점령은 점점 `이례적이지 않은` 현상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K팝 아이돌 팬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기록`에 지극히 민감한데요.

빌보드에서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의 장기집권을 만들어낸 것 또한 BTS팬덤이 압도적으로 앨범을 구매한 영향이 큽니다.

`팬이 기록을 만들어준다`는 건데,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사양길로 들어선 CD산업도 사실상 팬덤이 부활시킨 셈이죠.

<앵커> CD부활의 배경에는 K팝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면서요?

<기자> K팝 업계는 앨범 50장을 사고 49장을 버리도록 하는 판매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실물 음반 1장을 사면 팬사인회 응모권을 1장 주는 식으로 음반 판매 이벤트를 세웁니다.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될 확률도 높아지는 구조인데요. K팝 팬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K팝 팬 A씨 : 내 가수가 1위를 해야 팬들도 기분이 좋기 때문에, 그리고 팬 사인회에 당첨이 되려면 앨범당 하나의 응모권 기회가 있거든요. 최대한 확률을 높이기 위해 30장 또는 50장씩 사게 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팬사인회를 열기 어렵게 되자 대신 아티스트와의 영상통화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엄청난 구매 동기가 됐습니다.

<앵커> 팬사인회 티켓 응모권을 실물 음반에 끼워 팔면서 판매량을 높인 거네요. 버려지는 앨범양도 상당하겠습니다.

<기자> `소장용`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앨범과 부록은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버려지기 일쑤입니다.

K팝 음반에는 CD와 응모권만 있는게 아니라 사진집과 각종 포토카드(신용카드 크기로 만들어 지갑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사진) 등이 담기는데요.

무작위 포토카드도 대량 구매를 부추깁니다. 보통 1개 음반엔 포토카드 2장이 무작위로 들어있는데요.

팬들로서는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거나, 전체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 수십 장을 사기도 합니다.

[K팝 팬 B씨 : 요즘은 음반을 들으려고 사지 않거든요. CD플레이어도 없고. 음반에 굿즈와 포토카드가 들어있는데, 아이돌 멤버는 여러명이고, 포토카드는 랜덤으로 들어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 여러장을 살 수 밖에 없어요.]

<앵커> 팬으로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게 되면 기분은 좋겠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회의감이 들겠네요.

<기자> 덕질의 딜레마죠.

팬사인회는 즐거웠지만, K팝 앨범 전략은 MZ세대의 주 관심사인 `친환경 생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K팝 팬 A씨 : 사면서 걱정을 하거든요. 한 두장 사는게 아니라 몇 십장씩 사니까. 앨범들이 작지도 않아요. 옛날에는 CD였다면, 책처럼 두껍게 돼 있고 종이도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인데다 코팅도 돼 있어서 환경오염이 많이 되겠단 걱정이 듭니다.]

팬들도 이런 상황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K팝’을 위해 행동하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는데요.

K팝포플래닛은 앨범·상품의 플라스틱 포장 최소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라이브 콘서트 개최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K팝의 친환경 문화 조성을 위해선 엔터테인먼트사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앵커> 아티스트의 음악과 콘셉트, 방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획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거군요.

<기자> 사실 소비를 촉진하는 산업 구조에서 절약으로 친환경을 실천하긴 어렵죠.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대체하는 겁니다. 재킷 사진이나 포토북 등의 구성품을 대체불가능토큰인, NFT 등 디지털로 제공하는 거죠.

먼저 방탄소년단 등이 소속된 기획사 하이브와 SM, JYP도 NFT가 결합된 팬덤 사업 계획을 밝혔는데요.

`친환경`은 주 소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인 만큼, 앞으로 기획사들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다만, NFT가 기획사의 또 다른 판매전략으로 작용되진 않을지 주의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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