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넘어 OTT·유튜브까지…'멀티 크리에이터' 가 뜬다
지난 6월부터 방영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환승연애’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헤어졌던 커플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제작한 이진주 PD는 이미 TV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온 인물이다. 예능 ‘윤식당’ ‘삼시세끼’ 등을 통해 감성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OTT에서 새롭고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전통 매체인 TV부터 OTT, 디지털 등 뉴미디어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멀티 크리에이터’가 늘고 있다. 이 PD를 비롯해 여러 PD가 이종 플랫폼을 오가는 다양한 실험으로 호평받고 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커피프렌즈’ ‘집밥 백선생’ 등을 만든 박희연 PD는 올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백스피릿’을 연출했다. 음식 자체는 물론 이를 먹고 만들고 즐기는 과정을 재미있게 담아내 각 미디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 PD도 OTT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TV에서 선보이던 ‘신서유기’ 시리즈를 변주해 티빙에서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를 선보였다. ‘대탈출’ 등으로 마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는 정종연 PD도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을 만들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PD도 있다. ‘SNL 코리아’ ‘플레이어’ 등을 만든 심우경 PD는 유튜브에서 웹예능 ‘터키즈 온 더 블럭’을 선보이고 있다. 코미디를 코너별로 다루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만큼 짧은 호흡의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사도 크리에이터의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CJ ENM은 700명 넘는 내부 크리에이터를 확보해 육성하고 있다. 이들이 특정 장르와 채널에 상관없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콘텐츠가 우수한 성과를 거두면 수익의 일부를 크리에이터에게 나눠준다. 직급과 연차에 관계없이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획안 공모전도 열어 제작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제작 역량은 크리에이터로부터 나온다”며 “이들의 기획·제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