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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가 ‘구독’에 뛰어든 이유는

홍성용 기자
입력 : 
2021-10-08 16:20:56
수정 : 
2021-10-08 16: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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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을 시작으로 SK텔레콤과 쿠팡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 강화에 나선 기업들까지 일제히 ‘구독’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연간 4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구독경제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구독경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등 전 세계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플랫폼·콘텐츠 기업들이 한국 고객들의 ‘픽’을 당하기 위해 국내에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구독 모델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맞서 충성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사업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은 집으로 꽃이나 주류 등을 정기배송하는 구독박스 모델을 시작으로, 자동차나 침대 매트리스 등 품목을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렌털 모델, 매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무제한으로 영상이나 지식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 모델까지 차례로 내놓으며 구독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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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전자상거래 구독 전쟁 현재 구독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단연 전자상거래 영역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신규 상품·서비스 정기구독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자사의 중소상공인 판매자 기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쇼핑 이용자들이 반복 구매가 필요한 생필품이나 먹거리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자신의 스토어 운영 상황과 상품 소비주기를 고려해 ▲사전 고객 알림 ▲자동 결제 ▲배송주기를 설정할 수 있다. 영양제, 이유식을 포함한 식품과 생필품, 반려동물 용품 등을 정기구독으로 받아볼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를 기념해 8월 중 5일 동안 진행했던 ‘정기구독 반값위크’ 기획전에서는 매일 한 가지 상품을 최대 50% 할인가로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주요 제품이 모두 소진됐다.

카카오도 지난 6월 카카오톡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구독온(ON)’을 내놓았다. 구독온은 정기배송, 멤버십, 렌털 등 구독형 상품을 카카오톡에서 주문, 결제·계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매주 상품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기구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교육, 반찬, 간식, 패션 등으로 상품군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초기 바디프랜드 등 대형 렌털업체가 주를 이뤘던 것과 비교해 최근에는 매일유업·CJ제일제당·풀무원 같은 식품산업의 대형 브랜드 입점도 이어지고 있다. ‘구독ON’ 파트너사는 최근 100여 개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의 파트너사들은 자사 ‘카카오톡 채널’에서 직접 구독 상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다. 아울러 카카오가 지원하는 ‘상품 구독 관리 플랫폼(SSP)’을 통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사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자상거래 구독 모델은 다소 늦은 감도 있다. 쿠팡이 일찌감치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생수 등 생필품을 원하는 날짜에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쿠팡은 2900원만 내면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무료 배송,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로켓와우클럽’을 통해 배송의 혁신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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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다음은 콘텐츠 전자상거래 파트의 상품·서비스뿐만 아니라 콘텐츠 영역에서도 정면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하단의 세 번째 탭을 개편해 신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 뷰(View)’를 내놨다. 기존의 카카오톡 ‘#(샵) 탭’ 서비스는 알고리즘의 추천 형태였는데, 이용자가 직접 채널을 구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카카오뷰는 경제, 취미, 테크, 건강, 교육 등 총 22개의 주제 가운데 관심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언론사를 비롯해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작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만들어둔 ‘보드’를 취향에 맞춰 구독할 수 있다. 특히 누구나 ‘뷰 에디터’가 돼서 뉴스, 영상, 블로그,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데 모은 ‘보드’를 발행할 수 있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카카오 뷰는 콘텐츠 제작을 넘어 콘텐츠를 잘 추천해 주는, 잘 골라주는 플랫폼 서비스라 할 수 있다”면서 “편집 작업(에디팅)은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보다 결코 작지 않은 능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공동대표는 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들을 재구성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넥스트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에디터가 더 조명을 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환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이미 2016년에 당시 국내 1위 종합 음악 콘텐츠 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며 콘텐츠 구독 시장의 맛을 본 경험이 있다. 메신저 회사가 갑작스럽게 스트리밍 음악 회사를 1조8700억원을 들여 인수하는 배경에 모두 물음표를 던졌다. 하지만 고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했던 카카오는 월 정기구독 모델을 성공시킨 멜론을 인수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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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 8월 31일 구독 패키지 상품인 ‘우주패스 allmini’와 다양한 우주 파트너스의 구독 단품 서비스들을 출시하면서 ‘모두의 구독 유니버스, T우주’를 론칭했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유료 구독 상품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을 출시하며 콘텐츠 구독에 뛰어들었다. 최대 10%에 달하는 네이버쇼핑 적립 혜택을 포함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 네이버 웹툰·시리즈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쿠키,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 무료 쿠폰 등을 제공한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과 혜택을 공유하는 ‘With 패밀리’ 기능을 출시해 중복 구독 부담을 줄이는 한편 멤버십 구성원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시 반년 만인 올해 1월 기준 2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올해 600만 명의 가입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 유료 멤버십의 최대 장점은 서비스 그 자체로 확장성이 있다는 점이 꼽힌다. 네이버가 타사의 서비스와 신규 제휴만 맺으면 기존 혜택 패키지 안에 새로운 혜택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자사 멤버십 서비스에 CJ의 OTT 서비스인 ‘티빙’을 추가하기로 한 것처럼, 여타 서비스를 신규 구독 모델로 붙이기만 하면 된다.

더구나 패키지 서비스 안에 포함된 다양한 기타 서비스 중에 단 하나라도 장점이 있다면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본인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가 패키지 안에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레 이용해 볼 유인을 제공한다. 유료 멤버십을 쓰기 전에는 별도의 가입 절차가 필요한 서비스였지만, 유료 멤버십을 쓰기만 하면 별도의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도달 가능한 서비스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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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자사 쇼핑 및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에서 티빙(Tving)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제공한다.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 구독 모델 내놓은 SK텔레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한 달에 4900원만 내면 아마존의 상품 수천만 개를 한국에서도 무료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특히 해외직구족에게는 희소식이다. 번거로웠던 ‘배대지(배송대행지)’를 거치지 않고도 아마존의 상품을 SK텔레콤이 안전하게 집까지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신규 구독 서비스 이름은 ‘T우주’다. 지난 8월 31일부터 시작된 서비스로,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15만 명을 넘어섰다. 핵심 서비스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이다. SK텔레콤의 쇼핑 자회사 11번가의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해당 스토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발표한 구독 서비스 멤버십은 두 가지다. ‘우주패스 all(월 9900원)’과 ‘우주패스 mini(월 4900원)’로, 둘 중 하나에 가입하면 아마존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가구나 카펫 등 부피나 무게 기준 제한은 있다.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아마존의 표어대로 미국 아마존(Amazon US)이 직접 매입한 상품의 거의 대부분을 판매한다. 품목만 수천만 개에 달하는데,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16만 개는 ‘특별 셀렉션’으로 꾸밀 계획이다. 구매 후 평균 6~10일 이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특별 셀렉션의 경우 4~6일 동안 배송 완료가 목표다. 무료 배송이지만 관세법에 따라 구매금액이 200달러(약 23만원 상당) 이상인 경우에는 관세나 부가세가 있다.

특히 우주패스 구독 모델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무료 배송은 기간 한정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완료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구매금액이 2만8000원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통상 해외직구를 망설이는 사람들은 ▲해외직구 과정의 복잡함 ▲영어 기반의 상품 정보 파악 어려움 ▲안전한 물건 배송 등을 이유로 꺼려왔다. 하지만 11번가라는 믿을 만한 회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제 세 가지 모두를 갖추게 됐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상품 검색과 정보 확인, 주문정보 입력, 결제 등 모든 환경이 11번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마련된다. 상품 정보와 미국 고객의 상품 후기에 대해서는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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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플러스멤버십
사실 해외직구 플랫폼을 만든 게 11번가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 굵직한 세계 쇼핑 행사를 챙기기 위한 국내 플랫폼들이 있었다. 쿠팡은 이미 ‘로켓직구’로 직구 취급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4~6일 이내에 아마존 상품을 배달받을 수 있다. 이마트가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회사의 ‘G9’ 서비스를 해외직구 특화 쇼핑몰로 정하고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이 대대적으로 구독 상품으로 띄우는 것만으로 이전에 해외직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 뛰어들 유인을 제공한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가입자 수만 2404만 명에 달하는 SK텔레콤의 고객들 모두에게 대대적인 구독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사용하는 통신사이니, SK텔레콤의 신규 혜택으로 11번가의 쇼핑과 엮어낼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게 집 앞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똑같이 느껴지도록 할 계획이다. 해외직구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쇼핑 시장은 한정된 고객을 뺏어 와야 하는 제로섬 시장이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을 넘어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직구는 11번가에서 통한다’는 형태로 유럽과 남미, 기타 아시아 지역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들의 관심은 더욱 다양화하고, 개인화하기 때문에 이전에 보지 못한 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괄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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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온(ON)
▶국내 구독시장 규모 지난해 40조! 현재 구독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 기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018년 15조원(약 132억달러)에서 연평균 68%씩 성장해 2025년에는 542조원(약 478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구독시장 규모도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54.8% 성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독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 관리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 기반 빅데이터로 신규 사업 확장에도 장점이 있다. 특히 한 번 이용자가 구독 모델에 가입한 뒤에는 특별한 이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도 크다. 자사 플랫폼에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기업들이 저마다 구독 모델로 뛰어드는 이유다. 쿠팡의 로켓와우클럽 회원 수는 450만 명에 달하는데, 매달 130억원의 현금이 곧바로 확보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소비문화가 커졌고, 구독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공유를 넘어 구독으로 트렌드가 완벽하게 옮겨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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