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비일상의틈은 MZ세대의 놀이공간이다.
일상비일상의틈은 MZ세대의 놀이공간이다.
모든 기업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붙잡기에 여념이 없다. LG유플러스는 MZ세대 마케팅을 위해 ‘자기’를 지웠다. 일종의 ‘부캐(제2의 자아) 마케팅’이다.

[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MZ세대 마케팅, '자기'를 지웠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숨김의 미학’으로 MZ세대와 소통한 LG유플러스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일상비일상의틈’은 MZ세대의 핫플레이스다. 문을 연 지 1년이 안 됐지만 누적 방문객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방문객 80% 이상이 MZ세대다.

건물 총 7개 층이 MZ세대가 놀고 즐길거리로 빼곡히 채워졌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선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2층엔 강원 해변을 고해상도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3층은 독립출판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책방, 4층은 증명사진·스냅숏을 촬영하는 사진스튜디오로 꾸며졌다.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그런데 어디에도 LG유플러스 브랜드가 없다. 일상비일상의틈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개월간 MZ세대를 분석한 결과 지나친 홍보가 외려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해요”라는 자랑을 듣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MZ세대가 자기 얘기만 하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LG유플러스는 ‘자기’를 지우기로 했다. 공간 이름에서부터 회사 이름을 뺐다. 장준영 LG유플러스 CX마케팅 담당은 “LG유플러스라는 ‘본캐릭터’를 숨기고 부캐 마케팅으로 MZ세대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비대면 마케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플랫폼인 일상비일상의틈을 개설하는 모험을 감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장 담당은 “고객과 제대로 관계를 맺는 것이 진정한 마케팅의 시작인데 비대면으로는 고객과 밀도 있게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이 휴식과 여행에 대한 갈증이 쌓여 있다는 점에 주목해 건물 디자인 주제를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자연’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상당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일상비일상의틈에서 관련 전시와 이벤트를 잇달아 열었다. 이때도 “LG유플러스가 ESG를 위해 노력한다”는 마케팅은 하지 않았다. 행사와 전시에 ESG를 자연스레 녹이는 데만 집중했다.

'숨김의 미학'으로 MZ세대와 소통

“회사 제품을 팔지 않고 홍보도 않는 플랫폼이 LG유플러스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장 담당은 “일상비일상의틈을 통해 MZ세대의 다양한 ‘취향 데이터’가 쌓이고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 가치가 오르면서 우리 제품이 홍보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LG유플러스가 MZ세대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MZ세대가 원하는 것을 잠깐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의 서비스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마케터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게 부캐는 어색한 ‘정체성의 분리’가 아니라 자신의 또 다른 매력과 진가를 드러낼 ‘수단’이라서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다중 정체성, 즉 부캐를 쉽게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의 본캐와 부캐 정보를 어떻게 판별해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부캐 전성시대의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 LG유플러스 케이스 스터디 기사 보기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730000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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