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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② 아이의 변화를 이끄는 감정 코칭

글 _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

#올해로 4학년인 아들이 오늘도 식탁 앞에서 짜증과 불만을 가득 안은 채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숙제 먼저 해놓고 놀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고쳐지지 않는 문제일까요? 아이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이럴 때 부모라면 어떤 행동부터 할까? 참아주면서 말없이 기다리는 부모님, 그렇게 짜증 내려면 하지 말라는 부모님, 이런 식으로 매일 한다면 혼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부모님, 안쓰러워하며 그냥 자고 새벽에 하라는 부모님 등 여러 유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에서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감정 코칭의 의미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감정 코칭이란 코칭을 통해 감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즉,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이가 숙제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 혹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감정을 잘 반영하여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감정 코칭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01 반영

  반영이란, 말 그대로 아이의 상태를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것이다. 부모인 나의 판단과 기준은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를 비추어주는 것이다. 위의 상황에서 ‘화남’, ‘안쓰러움’, ‘걱정됨’, ‘짜증’과 같은 부모의 감정을 내려놓고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다. 만약 내 기분이 여기에 투영된다면 제대로 된 거울의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감정 코칭은 평가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숙제를 안 끝냈어?”(평가) -> “숙제를 계속하고 있구나”(관찰)


02 감정과 욕구

  보통 아이들에게 공감해준다고 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감정 코칭에서의 목표는 감정이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욕구와 의도가 있고, 그 욕구 안에는 감정과 생각이 포함된다. 위의 사례에서 아이의 욕구나 의도는 무엇일까? 바로 숙제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담감과 짜증이라는 감정을 느껴가면서도 숙제를 하는 것이다. 행동만을 지적하면 그 행동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지 못한다. 행동 안에 있는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읽어줄 때 아이는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이 욕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왕 할 거면 짜증 내지 말고 해!” (보이는 행동만을 보고 지적) 
-> “그렇게 힘든데도 하는 것을 보니 숙제를 꼭 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행동 안에 있는 감정과 욕구를 알아줌)


03 행동을 이끄는 질문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행동할 수 있으려면 먼저 원하는 것을 알도록 도와야 하고, 그다음 실천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과 욕구를 인식한 아이들은 이미 원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때 그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질문해줌으로써, 앞으로의 행동 방향이나 해결책을 찾게 돕는 것이다. 아이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질문은 과거로 돌아가서 원인을 파헤치는 질문이 아닌, 현재부터 미래로 나아가는 질문이어야 한다. 과거 질문은 변명이나 방어, 후회 등으로 현재의 행동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와 관련된다면, 미래 질문은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도록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뭐 하느라 숙제를 아직 못했어?”(과거로 회귀하는 질문)
-> “네가 숙제를 잘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미래지향적 질문)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이 변화했을까? ‘반영’ 단계에서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이 받아들여졌다고 느낄 것이다. ‘감정과 욕구’를 알아주는 단계에서는 미처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긍정적 의도를 알게 되므로, 짜증 났던 감정에서 자신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는 의지로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행동을 이끄는 질문’ 단계에서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렇듯 감정 코칭은 단지 마음을 알아주거나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코칭을 받는 주체가 스스로의 감정을 잘 인식하여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실천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기 감정을 잘 알고 상황에 맞추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물론,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능력, 행동을 변화시키는 자율성까지 발달할 수 있다. 

 

  ‘변화’하는 것은 참 힘들다고들 얘기한다. 작은 습관 하나, 부적응적인 행동 하나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긍정적 에너지와 욕구를 이해해주는 환경이 있다면 아마도 기꺼이 아이들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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