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기술을 입고 날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5 08: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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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테크(Martech)…마케팅·기술 결합으로 비즈니스 혁신 가속화

지난 3월 수천 대의 드론이 중국 상하이 밤하늘에 떴다. 마치 별을 단 새들이 상공에서 춤을 추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상하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론칭 기념행사 이야기다. 3000대가 넘는 드론이 제네시스의 엠블럼, 출시 차량, 상하이 고객에게 전하는 인사말까지 다양한 연출로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철학 등 럭셔리하고 우아한 브랜드 세계관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려 3281대가 동원된 드론 쇼는 ‘동시에 비행한 가장 많은 무인항공기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을 경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최첨단 드론 쇼를 통해 브랜드의 우아하고 럭셔리한 콘셉트와 비전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은 물론, 혁신적인 기술력까지 중국 소비자에게 선보인 것이다. 이런 간접적인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와 호기심을 자극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게 된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기념행사에서 3000대가 넘는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아 주목을 받았다.ⓒ현대자동차 제공

고객 취향 저격하는 치트키

코카콜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행복’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 바코드 사운드 캠페인으로 유명했던 ‘Coca Cola Happy Beep’는 제품의 바코드에 코카콜라의 광고 사운드를 심어 고객이 계산할 때마다 일반 바코드 사운드가 아닌 코카콜라의 광고 사운드가 울려 퍼지게 했다. 코카콜라를 구매한 고객과 점원, 주변 사람들이 웃음과 함께 경험한 즐거움은 ‘안 봐도 비디오’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는 고객이 주문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가거나 긴 줄을 서는 불편함을 없앤 대표적인 스마트 오더(Smart order) 시스템이다. 고객 만족도 향상은 물론 효율적인 매장 운영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 앱을 통해 방문당 별 적립으로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e-프리퀀시와 같은 한정판 시즌 이벤트를 실시해 ‘오픈런’을 발생시키는 등 브랜드의 화제성을 일으킨다.

모두 마테크(Martech) 사례다. 마테크는 마케팅(Marketing)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마케팅과 기술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산업 전반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마테크는 오프라인 환경의 물리적 기술부터 디지털 환경의 가상 기술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최근에는 기업의 급속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라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앞세운 디지털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도구와 활용 방법론까지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식품업계는 일찌감치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했다. 롯데제과는 IBM과 협력해 AI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엘시아(LCIA)’를 개발했다. 엘시아는 소셜 네트워크, 인터넷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소비자가 좋아할 맛과 소재 등의 트렌드를 예측한다. 2017년 출시한 빼빼로 깔라만시와 카카오 닙스, 2018년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꼬깔콘 버펄로 윙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브랜드 CU는 구매 영수증 등 하루 수천만 건 발생하는 고객 데이터와 해외 데이터를 분석해 단짠 마니아를 공략할 수 있는 대만 과자 ‘누가 비스킷’을 해외 소싱해 판매했다. CU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GS리테일과 오리온이 합작한 ‘오모리 김치찌개 맛 스윙칩’도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2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비대면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은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이커머스(e-commerce) 분야의 성장도 가속화시켰다. 기업들은 넘쳐나는 제품 정보 속에서 고객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개인화 마케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금 기업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이용해 고객 개개인의 특성, 관심사,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하고 학습해 각각의 소비자가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고 있다. 챗봇으로 업무 시간과 상관없이 고객 응대를 한다. 이는 고객에게 1:1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객의 검색 및 구매 이력, 구매 여정, 고객 행동 분석을 바탕으로 상품 추천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테크(Martech)에서 테크마(Techmar)로

마테크의 발전은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찾고 사면서 구매의 전 과정을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은 기술을 이용해 고객 데이터를 좀 더 쉽게 획득하고, 더 많은 고객과 더 개별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마케팅 비용은 줄이면서도 고객 경험은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마테크는 디지털 전환을 이룬 기업 비즈니스에 필수 요소다. 비즈니스 계획 수립, 운영, 통합 관리의 기본 요소인 고객 정보 수집, 분석, 고객 관계 관리 및 강화에 마테크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자동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관련 마테크 시장 규모만도 현재 100조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기술의 약진으로 도전적인 마케팅 전략과 창의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마케팅이 도구로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인간의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자극해 새로운 마케팅을 창출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마케팅이 기술을 업고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물론 기술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용어를 마테크에서 테크마(Techmar)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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