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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스트리머’ 찾는다는데…트위치 봐야 Z세대 보인다

  • 반진욱 기자
  • 입력 : 2021.08.02 17:49:36
  • 최종수정 : 2021.08.02 17:52:34
#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4월 신작 FPS 게임 ‘발로란트’ 비공개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생방송 형식으로 공개한 영상은 동시 시청자만 100만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생방송이 끝나고도 열기는 여전했다. 녹화 방송분은 하루 만에 시청 시간이 3400만시간을 넘어섰다. 흥행에 힘입어 라이엇게임즈는 같은 해 6월 ‘발로란트’를 흥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파괴력을 보인 방송 플랫폼은 다름 아닌 ‘트위치’였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인기를 끈다. 인기는 수치로 나타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1 MZ세대 온라인 영상 시청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1020세대의 트위치 이용 경험률은 지난해 대비 6.9% 상승했다. 특히 10대 후반 연령층의 경우 12.2%나 올랐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유튜브·아프리카TV 등 주요 플랫폼의 이용 경험률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용 경험률은 개인이 플랫폼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높을수록 플랫폼을 자주 사용한다는 뜻이다.

트위치 라이브를 통해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OST 연주회를 트위치 라이브를 통해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트위치 라이브를 통해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OST 연주회를 트위치 라이브를 통해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트위치가 뭐길래

▷BJ 제친 ‘스트리머’ 인기

트위치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송출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예일대 동문 에밋 시어와 저스틴 칸이 2007년 미국에서 만든 ‘저스틴TV’가 시초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이 둘은 2011년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을 표방한 트위치를 선보였다. 2014년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아마존이 트위치를 사들였고, 현재까지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에는 2015년 말 상륙했다.

트위치가 처음부터 국내에서 선전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에는 ‘아프리카TV’라는 확고한 경쟁자가 있었다. ‘대도서관’ ‘윰댕’ 등 인기 아프리카 BJ(크리에이터)를 대거 영입하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지만 20년 넘게 국내 인터넷 생방송 시장을 독점해온 아프리카TV의 아성을 넘기는 힘들었다. 트위치 콘텐츠가 게임 중계방송이 대부분이었던 영향도 컸다. 먹방·토크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아프리카TV에 비해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다 현재의 10대 후반~20대 초반, 즉 Z세대가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게임을 좋아하고 덜 선정적인 콘텐츠를 찾던 Z세대는 아프리카TV 대신 트위치를 선택했다. 풍월량·우왁굳·침착맨·오킹 등 Z세대에게 지지를 받는 ‘스트리머’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의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에 지친 20대 후반 밀레니얼세대도 트위치로 옮겨 갔다. 그 결과 2016년 30만명에 그쳤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5년 새 8배가 넘게 증가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트위치 MAU는 253만명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아프리카TV MAU는 199만명에서 292만명으로 약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때 6배 가까이 벌어졌던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트위치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밈·팬덤·라이브 방송 다 모였네

트위치가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도구로 유용한 이유는 밈(Meme)·팬덤·라이브 방송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밈’의 중심지다. 밈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 등을 뜻한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가 ‘밀레니얼’세대 밈의 중심지라면 트위치는 ‘Z세대’ 밈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레게노’ ‘알잘딱깔센’ ‘아가는 아가야’ ‘ㅋㅋ루삥뽕’ 등 Z세대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가 트위치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는 ‘알잘딱깔센’을 활용한 컬래버 제품을 내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로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이 방송에서 사용하며 유명해진 단어다. 휠라는 2018년 우왁굳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며 가상의 디자이너 ‘알자르 타카르센’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알잘딱깔센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붙인 것으로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센스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해당 한정판 제품은 공개 10분 만에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들의 높은 충성도 역시 트위치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트위치 시청자들은 타 플랫폼에 비해 크리에이터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변혜린 강원대 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은 그의 저서 ‘슈퍼 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에서 “게임 팬덤의 욕구를 만족시킨 특화 마케팅 전략과 ‘트수(트위치 + 백수)’로 불리는 팬덤의 자발적인 참여가 트위치의 핵심 경쟁력이다”라고 설명했다. 확고한 팬덤을 갖춘 만큼 트위치에서 스트리머와 협업한다면 높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스트리머 ‘김블루’와 협업한 밀레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2월 밀레는 ‘밀레클래식×게임 크리에이터 김블루’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티셔츠를 비롯한 의류에 김블루의 팬클럽 ‘쁠몬’에 헌정하는 그림을 새겨 넣어 화제를 모았다. 높은 충성도를 자랑하는 팬클럽을 겨냥한 디자인이었다. 한정판 제품은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 나가며 ‘대박’을 터뜨렸다.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라이브 방송’ 플랫폼이라는 것 역시 트위치가 가진 장점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앱애니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 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트위치는 엔터테인먼트 앱 중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트위치는 유튜브·아프리카TV 등 경쟁 회사에 비해 라이브 경쟁력이 뛰어나다. 유튜브 라이브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아프리카TV에 비해서는 콘텐츠의 선정성·자극성 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이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려는 이유다.

트위치를 통해 신작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정보를 공개한 카카오게임즈는 트위치 라이브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다. 지난 4월 9일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한 영상은 최고 동시 시청자 약 32만명을 기록하며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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