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시대 제주 장인의 가치에 '브랜드'를 입히다
5. 대담

김영미 "크리에이터와 파트너 등 공유 플랫폼으로 지속돼야"
김수진 "제주 독보적 창조의 섬 돼가…타 지역으로 확산 기대"
채재 "장인은 깊은 땅속 원유, 크리에이터와 합한 모델 긍정적"
전정환 "기브 퍼스트 문화로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조성 목표" 

치열한 경쟁으로 대표되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 '로컬'이 뜨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하자'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전국 각지에 등장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로컬 브랜딩 스쿨'은 이런 추세 아래 제주 장인의 잠재 가치와 기술을 새롭게 탄생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는 베케정원 김봉찬, 제주샘주 김숙희, 100번쌀집 김석환, 책밭서점 김창삼 등 4명의 장인이 각각 3명씩 도내·외 로컬크리에이터와 결합해 팀별 과업으로 장인 리브랜딩을 진행했고, 20명 가까운 파트너가 자문과 피드백을 맡았다. 전반적으로 강연과 함께 프로젝트의 중심을 잡은 것이 디자인·마케팅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3인의 마스터였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마스터 3인이 W360에서 대담을 갖고 올해 프로젝트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봤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영미=로컬브랜딩스쿨 어떻게 만들어졌나.
전정환=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 최근에는  탈물질주의 사회로 전환했다.이제는 지역에서 유니크한 콘텐츠가 발굴돼서 세계적으로 향유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막상 지역의 장인들은 새로운 세대나 전세계와 연결해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만날 일이 없었다. 이런 분들이 서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협업하면 지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야 지역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도 생길 수 있고 상품도 만들어진다. 청년세대도 떠나지 않고 유입되고 리턴하기도 할 수 있다. 골목길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교수가 장인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 것에도 착안했다. 참여하는 크리에이터와 장인, 파트너들, 우리 직원까지도 함께 발견하고 성장하는 프로그램으로 모든 사람이 학생이다.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취지다.

김수진=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 좋겠다.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 있나.
전정환=부산에 장인들의 기술을 직접 배우는 프로젝트가 있지만 우리는 장인이 해왔던 것들을 리브랜딩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라는 우리 센터의 비전과 같이 연결을 중심으로 혁신의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다. 

김영미 마스터(MUSH-ROOM)-금강제화, 워너브러더스, 디앤샵, 아벤느 등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국민은행, 이마트의 디지털·인스토어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했다.
김영미 마스터(MUSH-ROOM)-금강제화, 워너브러더스, 디앤샵, 아벤느 등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국민은행, 이마트의 디지털·인스토어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했다.

김영미·김수진=로컬브랜딩스쿨 이후 다음 단계가 있나.
전정환=로컬브랜드 살롱과 같은 다음 과정에 호기심을 갖고 계속 가게 되는 구조다.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도 있다. 전국 280개중에 27개가 제주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파트너나 제주문예재단·콘텐츠진흥원·제주테크노파크·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유관기관들이 정보를 접하고 결과물을 가져가게 할 수 있다면 계속 이어지고 키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못하지만 그들은 할 수 있다. 즉 로컬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제주도 전체가 학습하고 성장하는 '크리에이티브 시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사업화 지원을 할 수 있는 유관기관들을 자꾸 초대해 자료집도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A부터 Z까지 모든 결론을 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센터 자체의 후속 사업은 없어지는 것이 목표다. 핵심은 센터가 먼저 주는 사람, 기버가 되어야 한다. 기브 퍼스트 문화를 만들어야 생태계가 조성된다. 우리가 성과를 독점하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전략이다.
김영미=기버가 되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한 것 같다. 크리에이터와 파트너, 마스터가 꾸준히 배출되서 궁금한 점을 대가없이 주고받는 공유의 플랫폼이 있어야 센터의 목표가 구체화 될 것 같다.
전정환=좋은 제안이다. 센터 입주기업도 처음에는 체계화가 안돼 있다가 현업에 있는 멘토풀을 구축하면서 우리 입주보육의 특징이 됐다. 로컬브랜딩스쿨도 역사가 축적되면 인적자원과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이 재산이 될 것이다. 혁신인재, 마스터풀을 키운 제이커넥티드데이도 로컬브랜딩스쿨과 만나는 지점이다.

김영미=2년차인 올해 방향성은.
전정환=지난해를 돌아보면 장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게 부족했다. 올해는 노하우가 쌓여서 담당자가 장인에게 더 다가서고 좋은 에너지가 전달된 것 같다. 첫 분위기가 성공의 50%를 잡고 들어간다. 장인도 더 기대하게 되고 대화도 훨씬 원활했다. 파트너도 강사 수준을 넘어 로컬에 호기심 많은 분으로 연결이 잘돼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파트너들의 리뷰에서 장인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차재 마스터(studio mmer)는 제일기획에서 다양한 스케일과 미디어, 채널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을 기획하고 만들어냈다. 현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다.
차재 마스터(studio mmer)는 제일기획에서 다양한 스케일과 미디어, 채널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을 기획하고 만들어냈다. 현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다.

차재=우선 장인과 크리에이터 따로 떼어 놓으면 어중간한 것이 보통인데 그것을 붙이는 시선이 생긴 것은 대단한 일이다. 크리에이터가 아닌 장인을 앉혀 놓고 기술을 전수하고 창업하는 것은 그냥 생명유지 장치다. 로컬크리에이터 역시 기본적으로 깊이가 얕고 갓 지역에 온 느낌이 있어왔다. 로컬의 장인을 바닷물 아래 땅에 잠긴 원유라면 시추선을 띄워서 끌어올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장인대학 모델도 힘들고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으로도 안된다. 두 모델을 합쳐 놓으니 달라졌다.
전정환=축적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한 분야에서 축적을 이어온 크리에이터는 그것을 하지 않은 크리에이터는 감히 진입하기 어려운 결과를 낼 수 있다. 지역 단위에서도 아무리 전통자원이 많아도 관계형성이 안되면 크리에이티브 시티가 되기 어렵다.

김수진 마스터(김수진WORKS)는 마케팅·기획분야의 대부와 같은 22년을 보낸 후 현대백화점, 신라명과, 브레댄코, 한살림 등 20여개 브랜드를 발굴하고 발견하고 살렸다.
김수진 마스터(김수진WORKS)는 마케팅·기획분야의 대부와 같은 22년을 보낸 후 현대백화점, 신라명과, 브레댄코, 한살림 등 20여개 브랜드를 발굴하고 발견하고 살렸다.

김수진=브랜드가 남기 위해서는 브랜드답게 돈을 벌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특별할 때 돈이 벌린다. 그런 측면에서 장인에게 이야기 할 때 '내 일은 사업이 되는 일'이라는 안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또 고객의 입장에서 리뷰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수진=올해 한 달간 운영했는데 운영기간은 적절했나.
김영미=
전체 기간은 적절했지만 첫 1~2주에 비해 뒤로 갈수록 밀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중간 발표를 2주째로 앞당기고 프로젝트 실무를 강의 시작과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
전정환=올해 장인 선정이 좀 늦어졌는데, 적어도 상반기에 끝나야 과업을 일찍 선정할  수 있다.
김영미=로컬브랜딩에서 제주의 역할이 커졌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수년에 걸쳐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앵커 피플도 생겨났다.
김수진=좋은 원료가 들어가야 좋은 음식이 나온다. 제주에 오면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청년창업사관학교처럼 할 수 있도록 장을 펼쳐주는 곳이 있고, 이미 성공한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독보적인 곳이라 생각한다.
전정환=제주도 자체가 브랜드 플랫폼으로서 수많은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섬이다.인재들이 제주를 좋아해서 많이 내려왔고, 연결돼고 융합하고 만들어 간다. 센터는 그것을 촉진하는 것이다. 서울이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 리더 역할했던 것처럼 제주는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 나눠줘서 다른 도시들이 각각의 도시의 브랜드를 성장할 수 있게 크리에이티브한 생태계 조성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끝> 김봉철 기자

※이 기획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기획됐습니다.

대담 참여자

전정환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영미 마스터(MUSH-ROOM)-금강제화, 워너브러더스, 디앤샵, 아벤느 등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국민은행, 이마트의 디지털·인스토어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했다. 마케터들의 모임인 '무경계 북살롱'을 운영하며 지난해 국제컨퍼런스인 'BTS 인사이트 포럼'을 진행했다. 올해 속초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진 마스터(김수진WORKS)-파리바게뜨 마케팅실장과 상품기획본부장, SPC 인천공항사업 마케팅총괄, 파스쿠찌 직영가맹팀장 등 마케팅·기획분야의 대부와 같은 22년을 보낸 이후 7년간 현대백화점, 신라명과, 브레댄코, 한살림 등 20여개 브랜드를 발굴하고 발견하고 살렸다. 컨설팅, 프로젝트, 강의를 통해 브랜드를 키우고 발굴하며 성공을 돕고 만드는 마케터다.

차재 마스터(studio mmer)-공간과 미디어, 사운드 설치, 일러스트, 제품, 공공미술, 도시재생의 언어와 스케일을 건축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건축,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제일기획에서 다양한 스케일과 미디어, 채널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을 기획하고 만들어냈다. 현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이며 부산과 제주에 깊이 관여해 일상과 업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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