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단선택 간호공무원, 밤새 뇌출혈·두통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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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7.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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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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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심적으로 힘들어했다”
동료 “백신업무 등 거의 못 쉬어”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격무를 호소하던 부산 한 보건소 직원이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밤새 포털사이트에서 자살·뇌출혈·두통 등 단어를 검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공무원노조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간호직 공무원인 A씨(33)는 지난 22일 오후 8시 지친 모습으로 퇴근한 후 잠을 청하지 못하고 밤새 인터넷을 하며 시간 보냈다”며 “포털사이트에 11층 아파트, 뇌출혈, 두통, 최연소 7급 공무원 극단적 선택 등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8시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A씨가 업무 가중으로 인한 급성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을 맡게 됐다. A씨는 코호트 병원 담당 순번이 아니었는데 상관의 지시에 따라 일을 맡았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A씨 유가족은 “고인이 해당 병원 담당자라는 이유로 코호트 병원 담당을 맡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코로나 격무 호소…인력 충원”
A씨는 코호트 격리 병원을 담당한 지 사흘째인 지난 20일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며 업무 분장을 요구했다. 이에 보건소 측은 시간제 공무원 직원 2명을 배치했지만 A씨는 계속 격무를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토요일인 지난 22일에도 출근을 주저하다 결국 집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코호트 병원 담당 순번은 아니었지만, 해당 병원을 이전부터 A씨가 담당해왔다”며 “이 병원을 제일 잘 아는 A씨가 코호트 격리 업무를 맡는 게 효율적인 것 같아 A씨를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우리 보건소의 정규 간호직 공무원은 50여명에 불과한 데다 기존 고유업무에 선별진료소 파견, 역학조사 등에 동원되면서 다들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백신 접종 업무에도 동원되면서 한 달 동안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부산공무원노조는 오는 6월 1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 가운데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인력 충원은 안 해주고 주먹구구식으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또 “A씨가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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