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與 반도체에 전기차·배터리 더해 '미래산업지원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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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7. 오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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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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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지원법'으로 확대···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반도체 패권전쟁 속 WTO 제소·상계관세 우려 커
각국 우회로 찾아 '신산업 패키지' 묶어 지원 확대
"美 중심 핵심산업 글로벌 밸류체인에 들어가야"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을 배터리·전기자동차 등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산업지원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도체 대란’을 계기로 시작된 반도체특별법 제정 노력이 미래 산업에 대한 통합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다.

26일 민주당 반도체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변재일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미래 산업 패키지 지원'안을 제안했다. 반도체특위가 기존에 논의하던 안은 반도체 산업을 특정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특별법이지만 지원 대상을 배터리와 전기차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반도체 산업을 특정해 지원할 경우 향후 무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1일 당정청이 함께 주재한 반도체특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특별법으로 세액 공제를 할 경우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변 위원장은 미래 산업 전반으로 지원 대상을 넓혀 무역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안을 제안했다.



당내에서도 미래 산업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 지원은 결국 지역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창출에 대한 투자"라며 "5년 뒤 다른 미래 산업의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법 대상을 경직되게 두는 것보다 확대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변수는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재정 당국의 반대다. 특위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재부는 R&D 투자와 시설 투자 세액 공제 대상이 반도체 산업에서 미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특정 산업을 꼭 집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미래 산업을 키우는 범국가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출범식·제1차 회의에서 변재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권욱기자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을 미래산업지원법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되 국제무역기구(WTO) 무역분쟁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미중 양국의 패권 전쟁에서 배터리·미래차 산업을 우리나라의 외교 무기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담겨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6G·바이오 산업 등을 포괄하는 지원법을 만들어 미래산업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서 우회로 검토···“무역분쟁 피하자” 수싸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위에서 반도체특별법과 관련 무역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WTO 보조금 협정에 따르면, 시설투자 등에 대한 정부의 세액공제는 보조금으로 규정된다. 이 보조금이 특정 상품 가격을 인하해 국내 시장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피해국은 WTO에 제소하거나 상계관세(相計關稅)를 부과할 수 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 회동 후 의사당으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여야 대표를 만나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복지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연합뉴스


이에 미국도 반도체 직접 지원보다는 신산업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25일(햔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000억~2,500억 달러(약 223조~279조) 규모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29일 전후로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향후 5년 간 반도체 사업에 대한 58조 규모 지원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우주탐사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가 기존에 논의하던 미국을 위한 반도체 지원법(Chips for America Act)이나 미국 파운드리 법안(American Foundries Act)보다 판을 크게 벌린 것이다.

변 위원장이 신산업을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추세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한 ‘우회로’를 찾고 있어 오히려 우리가 이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핵심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법을 발의하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현재 정부는 223개의 신성장동력 원천기술에 대해 업체 규모별로 R&D 투자의 20~40%, 시설투자의 3~12%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전략기술을 지원하는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 세액공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외교·안보 ‘키’로 떠오르는 미래산업, 반도체·배터리 ‘합종연횡’=미래산업지원법 검토한 데는 반도체·배터리·미래차 산업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글로벌 선진국들은 최근 잇따라 반도체·배터리 지원 법안 및 지원책을 내놓으며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완성차 생산라인이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터리 산업 역시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대만은 반도체 R&D 투자비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주도하는 ‘반도체 전략 추진 의원연맹’을 발족해 정부 차원의 반도체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들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포드와 SK이노베이션,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잇따라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공급업체와 독점적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6G·우주항공은 안보 직결···포괄적 틀 마련해야"=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뿐만 아니라 6G 통신, 바이오 산업 등을 포괄하는 대책을 통해 미래산업 지원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44조 투자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동맹'이라는 외교 성과로 이어졌듯 기술력이 곧 외교로 연결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6G, 우주항공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이 앞질러가려 하고 미국은 이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우리 강점인 제조력과 미국의 선진 기술을 조합하는 것은 중요한 미래 동맹"이라고 제언했다.

미국이 그 동안 클린네트워크 정책을 통해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를 규제해온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을 통해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를 약속한 것이 단적인 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안보를 중심으로 한 핵심 산업 글로벌 밸류 체인에 함께 들어가야한다”며 “가치 동맹으로 끝나고 실질적 산업 교류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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