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뜬금없다던 시청 앞 첨성대···"그렇다고 파손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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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7. 오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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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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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흉하다고 손가락질했다. 첨성대 모양의 작품이 서울 시청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름답지 못하고 뜬금없는 곳에 설치됐다"고 비판받던 이 공공 미술작품은 지난해 10월 철거됐다. 계약 기간 6개월을 다 채우지 못했다. 설치미술가 한원석(51)씨의 작품 '환생(Rebirth)' 얘기다. 신라 첨성대의 모습을 닮은 이 작품은 6개월 동안 창고에 갇혀 있다가 지난 3일 한씨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작품 곳곳이 파손된 상태였다.
서울도시건축관 위에 설치됐던 첨성대 모형의 작품. [중앙포토]
"철거 과정에서 작품 훼손됐다"
한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의 반응에 대한 서운함 같은 건 없다. 취향의 문제니까. 누구나 비평할 수 있고 그 권한은 존중받아야 한다. 작품의 설치와 소비는 작가가 아닌 기획자의 몫이기도 하다. 다만 철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작품이 훼손됐다. 이건 참기 어려운 일이다."
파손된 작품. [사진 한원석씨 제공]
앞서 서울시는 시청 맞은 편 서울도시건축관 운영을 한국건축가협회(가협)에 위탁했다. 가협은 시 예산 6500만원을 들여 전시관 옥상에 순천만 정원에 있던 이 작품을 설치했다. 2006년 서울문화재단 기금을 지원받아 폐자동차 전조등 1300여개를 이용해 한씨가 만든 높이 9m 무게 22톤의 작품이었다. "서울 시청 근처 첨성대가 성공회 성당을 가린다"는 등의 논란이 시작되자 지난해 8월 중순 전시는 끝났고 10월 철거가 이뤄졌다.

"상의 없이 철거…자비 들여 되찾아"
해체와 철거 모두 급작스러웠다고 한씨 측은 주장한다. 관련 협의를 하던 중 지난해 10월 13일 이 작품을 가협이 일정 상의도 없이 해체했다는 것이다. 5일 뒤 작품을 창고로 가져가는 날짜도 느닷없었다고 전했다. 해체와 이동 과정에서 작품 일부가 파손됐다고 한씨는 주장한다. 현재 한씨 측은 가협을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다.
철거 중인 작품. [중앙포토]
한씨에 따르면 가협 측은 "철거한 작품을 창고에 보관하며 유치권 행사를 위해 보관하고 있다. 고소를 취하해주면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씨측에게 보냈다. 논의 끝에 한씨는 직접 운반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작품을 가져왔다. 보관비와 운송비를 합하면 100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손해배상과 사과 원해" vs "곧 논의"
"바라는 건 작품 훼손에 대한 손해 배상과 진정성 있는 사과다. 이번 논란으로 작가로서의 내 명예가 실추됐다. 협회와 서울시가 해체와 철거 과정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
작품 앞에 서 있는 설치 미술 작가 한원석씨. [본인 제공]
이런 한씨의 바람에 대해 서울시 측은 "민간 위탁사업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한국건축가협회가 위탁사로 모든 업무를 진행했다. 현재 양측이 민형사 논의가 있고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저희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거나 개입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는 "작품 훼손 여부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곧 논의를 해나가기로 한 상황었다"면서 "양측 변호인이 함께 해결할 사안이지 저희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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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회2부 이슈팀 여기자. 기자라는 이름을, 취재한 사실들을 귀하고 무겁게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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