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H 간부 ‘차명 거래’ 꼬리 잡혔다...절친 명의·컨설팅사 통해 광명 땅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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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7. 오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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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부터 사들여…동문에 자기 지분만큼 입금 ‘은닉’
경찰,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시초’ 의심…구속영장 재신청
[경향신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A씨가 자신과 학연이 있는 지인 명의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 토지를 사들이고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매입금을 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해체와 주택청 신설 및 서민 주거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부동산 차명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LH 직원의 지인은 부동산 컨설팅사를 설립해 개발 예정지 토지를 사들였다. 경찰은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기남부경찰청은 금융계좌 등을 분석해 B씨(57)가 가족·지인 등과 공동으로 2017년 3월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토지를 매입한 시점을 전후로 LH 직원 A씨가 B씨에게 일정 금액을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동문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LH 내부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상 지역의 토지를 샀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B씨와 그 가족 등의 이름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존재가 등기부등본 등 서류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토지 매입금을 B씨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B씨가 배우자, 자녀,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공동 명의로 매입한 것은 최소 5필지(1만9106㎡)다. 당초 3필지였으나 이 중 1필지가 3개로 분할됐고 일부 필지의 지목은 임야에서 밭으로 바뀌었다. B씨의 동생 또는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C씨(54)가 공동매입한 필지(1319㎡)도 있다. 거래대금은 총 29억7500만원이다.

B씨는 설립 절차를 마치지 못한 부동산 컨설팅사도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5필지 중 한 곳인 노온사동 임야 1만3826㎡를 2017년 3월7일 동생 등으로 추정되는 C씨, 컨설팅사 등 3명 공동 명의로 7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건설팅사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A씨가 대표, A씨의 부인 D씨(50)가 이사로 등기돼 있고 사업 목적은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투자 컨설팅 등이다. 컨설팅사 설립일은 그해 3월15일로 해당 토지를 매입한 지 8일 후이다.

A씨는 B씨가 토지를 사들였을 때 LH 광명시흥사업본부 환지사업부의 부장대우였다. 환지는 토지가 수용된 토지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용 대신 개발 후 조성된 땅을 주는 방식이다. 광명·시흥은 2010년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가 2014년 해제됐고, 이후 LH는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환지 방식의 개발을 홍보해왔다. 그러나 광명·시흥은 지난 2월 수용 방식으로 진행되는 3기 신도시 지역에 포함됐다.

경찰은 토지 매입 시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의 ‘시초’라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 등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6명의 명의로 노온사동 일대 22개 필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A씨와 B씨의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다시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2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유희곤·박채영·김희진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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