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수처, 뽑을 검사가 없었다… 진혜원도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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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13.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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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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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등 233명 지원했지만
정원 23명에 19명만 최종 확정
CCTV 없는 342호 회의실로 이성윤 모셔
공수처 “면담 조사라 그랬다” 해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공수처 검사를 선발하면서 정원(23명)에도 못 미치는 19명을 인사혁신처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2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뒤 공수처 부장검사 후보 2명(정원 4명), 검사 후보 17명(19명)의 명단을 확정해 정부에 넘겼다. 당초 부장검사에는 40명이, 검사에는 193명이 지원했으나 공수처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 법조인은 “수사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지원자가 상당수였던 걸로 안다”고 했다. 현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린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검사도 지원했다가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9년까지 연임할 수 있는 공수처 검사에겐 현직 대통령과 6부 요인,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등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 독점적인 수사·기소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출범 75일 동안 보여준 공수처의 모습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 원로 법조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관용차 에스코트’ 및 ‘황제 조사’로 ‘정권 호위 기구’ 논란을 자초하면서 권력 비리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전혀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자격 요건이 충분한 지원자가 별로 없었던 것도 그런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로 고발(직권남용 혐의 등)된 김진욱 공수처장조차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상태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검사 선발에 뒷말도

공수처는 정원이 4명인 부장검사에 검사 출신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판사 출신 최석규(29기) 변호사 등 2명을 낙점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서평 소속인데 이 로펌은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재순 변호사가 대표로 있다. 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김 처장과 김앤장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했고, 지금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활동했던 법무법인 동인 소속이다. 법조계에선 “사적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원 19명에 못 미치는 17명이 선발된 공수처 검사 후보들은 대부분이 로펌 출신이라고 한다. 검사 출신으로 선발된 김숙정 변호사는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지금은 현 정부 들어 친여 인사 소송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법무법인 LKB 소속이다. 김 처장이 자신의 수행비서관(5급 별정직)으로 특채한 김모씨는 부친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한양대 법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장이 수사 대상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과 관련, 공수처는 김 처장이 이 지검장을 면담 조사한 당일 공수처 내부 CCTV 영상을 추가로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거부할 경우 압수수색 당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다. 공수처는 “이미 충분한 CCTV 영상을 제출했으나 검찰의 추가 요청이 있어 오늘 (이 지검장을 조사한) 342호 복도 출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며 “342호 안에는 CCTV가 없다”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CCTV가 설치된 조사실이 있지만, 이 지검장의 경우 면담 조사였기 때문에 CCTV가 없는 회의실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CCTV 영상을 추가로 요구한 것은 이 지검장 면담 조사가 실제 조사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김 처장이 이 지검장을 면담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는 일시와 장소, 배석 수사관 이름 등만 적혀 있었지 조사 내용은 전무했다. 조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처장 관용차 제공 논란 계속

김진욱 처장은 지난 3월 7일 이 지검장 면담 조사 당시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으로 이 지검장을 공수처 청사로 몰래 들였다. 이게 논란이 되자 공수처는 처장 전용차인 제네시스 G90 1대 외에 업무 차량은 피의자 호송용 쏘나타 1대밖에 없는데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어서 적절치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공수처 공용차량 운영규정’에는 체포·구속 등 범죄 수사 활동을 위한 차량의 차종은 ‘승합’으로 명시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뒷문이 안 열리면 누군가 밖에서 열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처음부터 조사가 목적이 아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것이라고 믿을 국민이 지금 얼마나 되겠느냐”고 했다.

[최재훈 기자 acrobat@chosun.com] [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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