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대1 경쟁률’ 공수처 검사 채용, 정원 미달에 檢출신도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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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에 수사역량 우려
최종 후보 명단 4명 부족한 19명
많이 뽑겠다던 檢 출신 3명 안팎
‘4명 모집’ 부장검사는 고작 2명
수사 기록 유출 재판 중에 지원 등
세평 조회 때 문제 드러나 탈락도
공수처 “경찰인력 파견 확대 검토”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대 1 정도를 기록한 검사 선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회 추천 과정에서 각 수사팀을 이끌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의 자질과 역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탓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검사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인사도 별로 뽑지 못한 채 본격 닻을 올리게 돼 수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진욱 공수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3차 회의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자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지난달 26일 평검사 추천까지 포함하면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19명의 검사를 최종 선별했다. 이들 중 검찰 출신은 3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위에서 추천한 검사를 임명하면 19명은 정식 공수처 검사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공수처는 당초 공수처법에서 규정한 25명 검사 정원을 모두 충원할 계획이었다. 공수처가 맡아야 하는 판검사 관련 사건만 해도 적지 않아 인력 보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제외한 23명이 이번 공수처 검사 임용의 대상이었다. 김 처장은 지난 1월 공수처 출범 당시에도 “검찰 출신을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12명을 뽑으려고 한다”며 공수처의 수사력 제고를 위해 검찰 출신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찰 출신 공수처 검사는 정원의 2분의 1 이상을 넘으면 안 된다.

공수처의 검사 선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배경에는 높은 경쟁률에 비해 내실 있는 지원자가 적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수처는 지난 2월 4명을 선발하는 부장검사 자리에는 40명이, 19명을 뽑는 평검사 자리에는 193명이 각각 지원했다고 밝혔다. 전체 경쟁률은 10대 1에 달할 만큼 공수처 인기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처장은 서류 접수 후 “공수처 검사 지원자 중 절반 정도가 검찰 출신”이라며 “법조계에서 (각 직군이) 차지하는 비율 정도로 균형 있게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외화내빈’과 다름없는 모양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출신 검사가 별로 선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검찰에서 삐끗하거나 반감을 품고 나간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전관 출신이 공수처 지원에 매력을 느낄 이유가 딱히 없을 것 같다”며 수사능력 등 자질이 뛰어난 전직 검사 지원자들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공수처에 지원한 검찰 출신 인사들의 경우 세평과 평판 조회에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A변호사는 검사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지만 공수처 검사로 지원해 최종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부적절한 글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B검사는 공수처에 지원했다가 면접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검사는 공수처 지원 여부를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정원 미달과 검찰 출신 인사가 적어 공수처가 보여줄 수사 역량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붙게 됐다. 특히, 판사 출신인 공수처장과 차장을 대신해 수사를 실제 지휘할 부장검사를 2명밖에 충원하지 못한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공수처는 최근 사법시험 출신의 경찰 간부를 파견받은 데 이어 경찰 수사관 파견을 확대해 수사 실무자를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원보다 선발 인원이 적은 것에 대해 “검사 선발 과정이 종료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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