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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루카트 유럽상의 신임 회장, 한국 그린뉴딜…유럽 기업에도 큰 기회

한예경 기자
한예경 기자
입력 : 
2020-08-09 18:06:18
수정 : 
2020-08-09 18: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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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부에 규제개혁 백서

젊은 스타트업 의견 반영해
`주니어보드` 새로 만들 것

獨 물류기업 쉥커코리아 사장
코로나19로 공급망 다변화
역내 교역은 오히려 늘수도
사진설명
2m 장신 디어크 루카트 신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키에 흠칫 놀랐다. 순간 사무실은 걸리버여행기의 소인국 릴리푸트로 변한 듯했다. 허리를 깊숙이 숙여 주먹인사를 건넨 그는 "악수는 아직"이라며 웃었다. 지난달 ECCK의 신임 수장이 된 루카트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비즈니스 정상회담을 치렀다.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7월 2일 개최된 한·EU 비즈니스포럼에 루카트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공동으로 참석한 것이다.

루카트 회장은 "기후변화와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한·유럽연합(EU)의 공동 의제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논의를 했다"며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을 펼치고 있는 것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주한 유럽 기업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0~30년 전부터 환경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벌여왔던 유럽 국가들이 클린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인 동시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서명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에서 일하는 360여 개 유럽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ECCK도 2013년 설립돼 벌써 7년이 됐다. ECCK는 특히 매년 발간하는 'ECCK 백서'로 한국에서 지위가 굳건해졌다. 헬스케어·자동차 등 20여 개 업종별 한국의 규제 이슈를 조목조목 뜯어보고 이에 대한 건의사항을 매년 100여 개씩 담아서 두툼한 책으로 발간한다. 매년 한국 정부에 보내는 쓴소리 종합세트다. 한국 정부는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ECCK가 내는 건의사항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루카트 회장은 "지난해 백서에도 180개 건의사항을 전달해 이미 그중 30%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며 "올해도 20여 개 세부위원회가 연중 미팅을 통해 백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ECCK 백서의 성과 중 대표적인 게 고연비 차량에 대한 평균에너지소비효율 산정 방법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다. 환경부에서 ECCK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 하반기부터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또 재임기에 젊은 유럽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니어보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ECCK는 제약·바이오·화학·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 쪽에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젊은 유럽 스타트업의 이야기도 새겨듣겠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 스타트업들이 이미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해 왔다"며 "이들 주니어 매니저의 지식과 경험이 혁신의 동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카트 회장은 2015년부터 독일 물류기업 쉥커코리아 대표이사(사장)를 맡아 왔다. 독일 쉥커(Schenker)는 독일철도주식회사(도이체 반·Deutsche Bahn)그룹에 속해있는 글로벌 화물 운송 및 물류 서비스회사다. 쉥커는 계약 물류, 전시 물류, 항공 운송, 해상 운송, 육로 운송 등 물류 서비스 전반을 담당하는 대규모 물류사이지만 가정에 전달하는 택배 사업군이 없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생활 6년 차에 접어든 그에게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나아졌냐고 물어보니 단박에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루카트 회장은 "한국은 선진국이기 때문에 저임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나라"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2년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된 것은 유례없이 가파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가파른 임금 인상은 정부와 노조 간의 건강한 균형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데다 유럽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생산효율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가장 큰 위험은 이런 정책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류 전문가로서 30년간 아시아권에서만 근무해왔던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면서 글로벌화가 끝난 게 아니냐는 논의가 많다"며 "하지만 글로벌 교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루카트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단기적으로 글로벌 교역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한국·EU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역내에서 더 많은 교역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해서도 루카트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초기에 두 달 이상 전 세계 공장이 문을 닫고, 전 세계 여객기, 해상화물 수요가 급감했다. 중국 위주 공급망을 유지해오던 산업, 가령 자동차 같은 데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루카트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 공급망 변화는 제품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고가의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재고가 좀 쌓이더라도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질 테지만 저가의 기술이 중요하지 않은 제품은 리쇼어링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당장 리쇼어링이 아니더라도 동북아·남아시아 등 역내에 생산기지를 리쇼어링하는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 싱가포르·베트남 등지에서 근무했던 그는 전형적인 지한파다. 그는 "30년간 아시아에서 살면서 서울이 가장 좋은 점을 꼽는다면 가장 녹색 도시라는 점"이라며 "한국인들은 대기오염 등을 얘기하지만 나는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탄다"고 밝혔다. 주중에 도심에서 일하고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자연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도시가 아시아엔 별로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He is…

△1986년 쉥커독일 입사 △1990~1991년 쉥커싱가포르 세일즈 매니저 △1992년 쉥커베트남 파견 △1993~1997년 쉥커싱가포르 마케팅·물류·세일즈 매니저 △1998~1999년 쉥커인터내셔널 제너럴매니저 △2000~2014년 쉥커세이노(일본) 제너럴매니저 △2015년~현재 쉥커코리아 최고경영자(CEO)

[한예경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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