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대리운전기사입니다> ① 업체 '갑질' 횡포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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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7.29. 오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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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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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 생존권 보장하라"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지난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은행 전북본부 앞에서 열린 전북대리운전업자 규탄 결의대회에서 윤종광 민노총 전북지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5.7.29 doo@yna.co.kr

공정위 경고 아랑곳없이 '콜' 취소시 페널티 부과

개인사업자 신분 노동법 보호 못 받아…항의시 '업무배제'

<※ 편집자주 = 회식이나 사교 모임 후 음주운전을 피하려고 부르는 대리운전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대리운전자보험 가입자 수는 6만2천명으로, 시장 규모만 연간 2조∼2조5천억원에 달합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해진 대리운전은 시장 규모가 커지자 몰려드는 고객들의 대리 요청을 대신 받아주는 '콜센터'라는 사용자 아닌 사용자가 생겨났고, 대리운전기사들은 콜센터에 기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처럼 콜센터에 복속돼 일하지만 근로자 처우도 못받는 대리운전기사는 '갑'으로 불리는 콜센터의 부당한 대우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욕설·폭력·성추행 등 일명 '진상 손님'으로 인한 몸살도 겪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리운전기사들의 열악한 실상과 대안을 3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임채두 기자 = "부당하게 보험금을 올려놓고 검찰에 고발하니까 '보험금 지원비'라며 돌려주더군요.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요?"

29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대리운전기사 집합소에서 만난 대리운전자 A(60)씨는 대리운전업체(콜센터)의 횡포에 울분을 터뜨렸다.

A씨에 따르면 전북 대리운전업체 4곳은 지난 4월 월 5만원이던 보험료를 8만5천원으로 담합 인상한 뒤 불공정 행위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슬그머니 돈을 돌려줬다.

A씨는 "뻔뻔한 것도 모자라 검찰 고발에 참여한 노조 지부장 등 9명을 해고하고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대리운전자들이 보통 매일 오후 8시께 출근해 밤새 꼬박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대리운전 콜센터로 나가는 30%의 수수료를 빼면 1일 평균 5만∼6만원 정도다.

이 돈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중 10%는 목적지가 멀어 대리기사들이 콜을 취소할 때 '콜 페널티'(배차취소비)로 부과된다.

대리운전 업무 제한 메시지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은행 전북본부 앞에서 전북지역 대리운전기사들이 보험료 인상 등 대리운전업체의 부당 행위에 항의하며 규탄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업체의 부당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자 고발에 참여한 지부장 등 9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업무에서 배제된 대리운전기사가 받은 업무제한 메시지 내용. 2015.7.28 doo@yna.co.kr

대리운전업체에서 콜을 띄워 주면 가까운 곳에 있는 기사가 콜을 가져가는데 목적지가 표시돼 있지 않아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대리기사들은 종종 콜을 취소한다.

다른 도시의 업체는 콜이 접수되면 대리기사들에게 운행 목적지를 알려주지만, 전북지역 업체들은 고객의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아 콜 페널티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떼이는 돈만 하루에 많게는 대리기사 1인당 7천원에 달한다고 한다.

관행처럼 이뤄지는 콜센터의 횡포에도 대리기사들은 제대로 항변조차 하기 어렵다.

콜센터에 낙인 찍힐 경우 대리운전 프로그램상에서 배제돼 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리기사는 콜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지만 '업무중지상태로 배차, 픽업 업무를 제한합니다. 소속사로 문의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리기사들은 노조를 만들어 콜센터 측과 맞서고 있지만, 근로자 신분이 아니어서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대리운전노조 전북지부 관계자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콜 정보를 발송해놓고 이를 기사가 취소할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며 업체에 경고 조치를 했다"며 "그러나 업체들는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계속하면서 대리기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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