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바야흐로 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플랫폼이 강력한 권력으로 콘텐츠를 걸러내는 것이 아닌, 콘텐츠가 플랫폼을 선택하고 그 성격을 규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OTT가 어떤 콘텐츠를 수급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향배가 달라지고,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을 기대하는 만큼 유튜브 계정을 만드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5G 이동통신의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관련 인프라가 급성장한 가운데, 이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이러한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연장선에서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이 웹툰 및 영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콘텐츠에 대한 세밀한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네이버 라이브 쇼핑. 출처=락앤락

포털 사업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
네이버(035420)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 후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플레이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사업에 접근하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을 위버스에 놓친 쓰라린 과거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연대의 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웹툰도 북미 시장에서 국내서 큰 호응을 얻었던 베스트도전을 이식, 현지 시장에 대한 공략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지와의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분위기다. 

정리하자면, 네이버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며 대부분 제3지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며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아닌,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손을 잡고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이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반면 카카오(035720)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스스로의 플랫폼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콘텐츠 시장에서 있어서도 카카오M을 중심으로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M은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240개 이상의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에 김성수 전 CJ ENM 대표가 있다. 카카오M 대표에 오른 그는 1995년 투니버스 방송본부장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온미디어 대표이사, 2011년 CJ ENM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전략가로 정평이 났다. 한 때 넷플릭스 이직설이 나올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며 그 방식에 있어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체적인 지향점은 비슷하다.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자사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OTT 시장 진출이 의미있는 이유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TV를 카카오톡과 연동하며 강력한 콘텐츠 본능을 준비하는 중이다. 26일 카카오톡에 ‘#카카오TV’ 메뉴를 신설한 가운데 카카오TV 채널 구독을 통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 ‘아만자’ ‘연애혁명’과 예능 ‘찐경규’ ‘내 꿈은 라이언’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혈맹’을 맺은 SK텔레콤과의 협의를 통해 웨이브와의 연대도 노려볼 수 있다.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긴 호흡이 아닌 최대 20분 가량의 콘텐츠로 승부를 본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플랫폼 매력도를 키우는 전략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카카오톡에 대한 이용자의 집중도가 높아지며 다른 서비스와의 연결고리도 강해진다.

한편 검색과 메신저는 물론 정보 전달 및 온오프라인 결합으로 포털의 스펙트럼이 크게 넓어진 가운데, 다른 서비스와 콘텐츠의 시너지를 노리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웹툰을 통한 브랜디드 마케팅이 대표적인 가운데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네이버의 잼라이브 인수가 인상적인 이유다. 네이버는 최근 공산품 중심의 스마트스토어는 물론 홈플러스 등과 연합해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장보기 서비스도 시작했다. 여기에 CJ대한통운과 강력한 물류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27일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던 잼라이브를 전격 인수했다.  

▲ 잼라이브. 출처=네이버

라이브 쇼핑 플랫폼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의 라이브 쇼핑은 별도의 스튜디오나 전문적인 장비 없이도 판매자가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쉽게 라이브 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7월 기준 라이브 쇼핑 기능을 이용한 판매자 수와 라이브 콘텐츠 수는 지난 3월 대비 각각 10배, 12배 증가하는 등 라이브 쇼핑 기능을 통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SME가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잼라이브를 직접 관리하며 라이브 쇼핑 플랫폼의 SME 생태계를 강화, 라이브 쇼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단기적 관점에서 콘텐츠를 플랫폼의 매력도를 키우는 작업에 활용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포털 및 메신저의 특성을 살려 콘텐츠를 다른 영역과의 시너지 창출 통로로도 활용한다. 장기적으로는 포털의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라는 큰 그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출처=플리커

이커머스, 콘텐츠는 번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OTT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마존에게 있어 콘텐츠는 일종의 번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중 콘텐츠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및 월스트리트저널 구독권을 제공한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비슷한 전략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쿠팡이 싱가포르의 OTT 훅(hooq)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며 정확한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훅은 2015년 싱가포르 현지 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과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가 세운 OTT 서비스지만 지난 3월 파산신청을 하며 4월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쿠팡이 훅을 전격 인수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로드맵을 벤치마킹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최강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은 강력한 ICT 플랫폼으로 무장한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별도 OTT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기존 이커머스 서비스는 물론 동영상 콘텐츠를 번들 형식으로 묶어 판매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쿠팡도 아마존과 동일한 이커머스 사업자로 활동하며 훅 인수를 통해 OTT 가능성을 타진하는 '복합전략'을 추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입장에서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 검색 인프라와 부가 콘텐츠 사업이 시급했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쿠팡의 훅 인수가 신의 한 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비대면 트렌드가 강해지는 것도 쿠팡의 훅 인수를 가능하게 만든 동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통 오프라인 공룡 월마트가 바이트댄스의 틱톡 인수전에 돌입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출처=갈무리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바이트댄스 틱톡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등이 틱톡 인수전에 나서는 상황이다. 초반 틱톡 미국 사업부 인수를 타진했던 트위터는 발을 뺀 가운데, 현 상황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 인수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분석이다.

틱톡의 바이트댄스는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트댄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내 사업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불법이라 주장하며 캘리포니아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미국 정부가 누구라도 대배심의 고발 및 공소 제기가 아니라면 사형에 해당하는 죄나 중죄에 대해 심문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수정헌법 5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 틱톡. 출처=바이트댄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바이트댄스의 몸부림은 대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케인 메이어 바이트댄스 CEO가 전격 물러난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월마트가 인수전에 돌입하는 사실이 2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됐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것이 잘 알려진 가운데, 현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월마트가 공동으로 틱톡을 인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CNBC는 “케빈 메이어가 퇴장했다는 것은 바이트댄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월마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틱톡 인수전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틱톡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슷한 이유라는 것이 중론이다. 

월마트는 제트 인수 등을 통해 이커머스 역량을 크게 키우는 한편, 아마존 등이 보여주는 아마존 프라임이 가동하는 가두리 양식장 전략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튜브의 대항마로 꼽히며 강력한 숏폼 콘텐츠 인프라를 가진 틱톡을 인수해 내적 생태계 강화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당장 라이브 커머스는 물론 동영상 광고 등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 엔씨소프트. 출처=엔씨

게임은 IP 활용, 통신사는 탈통신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클렙’이라는 엔터 회사를 설립했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14일 반기보고서를 통해 7월 클렙을 설립했으며 지분 66.7%를 보유한다고 밝혔다. 리니지M 및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 흥행에 큰 역할을 했으며 일본지사인 엔씨 재팬 대표로도 활동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대표로 활동할 전망이다.

엔씨와 같은 게임사가 엔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게임사업의 영역이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라이벌을 디즈니 플러스나 유튜브가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라 명명했을 정도로, 게임 사업은 엔터사업과 명확한 경계를 규정하기 어렵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넥슨 매각전에 나서며 대표적인 글로벌 엔터사인 디즈니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 연장선에서 엔씨는 클렙을 통해 게임과 엔터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엔씨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엔터라는 콘텐츠를 키우며 새로운 융합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식재산권(IP) 중심의 다양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게임의 특성상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높은 IP가 다수 배출되며, 이를 엔터의 영역으로 끌어와 콘텐츠 볼륨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 및 콘텐츠 제작자들도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지만, 게임사의 경우 IP를 통한 콘텐츠 시너지 전략은 단기간에 더욱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통신사들의 콘텐츠 활용법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당장 SK텔레콤 및 KT, LG유플러스 등은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클라우드 게임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여기에 IPTV와 OTT를 통한 공격적인 콘텐츠 전략을 이어가는 중이다.

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단순한 기간 플랫폼에 머무는 것이 아닌, 플랫폼 위를 오가는 강력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유통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탈통신 전략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