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서 글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이른바 먹방계에서 가장 평이 좋은 유튜버 ‘쯔양’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구독자 수는 286만명, 국내 상위 10% 안에 들던 채널이다. 비슷한 문제에 부딪힌 유튜버가 수두룩하다.  8월초 기준으로 구독자 459만 ‘문복희’, 377만 ‘햄지’, 223만 ‘양팡’ 그리고 400여만 구독자 수의 보겸까지 ‘쯔양’과 같은 논란에 휩싸이며 사과문을 올리고 사과 영상을 찍었다. 이른바 ‘뒷광고’ 논란이다.

뒷광고란 광고임을 숨기고 뒤로 돈을 받아먹은 광고란 뜻이다. 구독자가 어느 정도 있고 영상 조회수가 꽤 나오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광고 제의가 들어온다. PPL(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광고 기법)부터 ‘브랜디드 콘텐츠(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제작한 콘텐츠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녹여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유튜버들의 광고가 일반 광고와 다른 점은 그걸 본인 채널의 ‘콘텐츠’ 안에 녹인다는 점이다. 그게 PPL 아니냐고? 조금 다르다.

예컨대 어떤 드라마에 음료 PPL이 있다고 치자. 이 광고의 조건은 드라마 속 캐릭터가 이 음료의 상표를 화면에 보이면서 마시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장면이 ‘콘텐츠’인 건 아니다. 소품은 드라마 서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유튜버는 어떨까? 광고가 콘텐츠의 서사에 연동된다. 가령 뒷광고로 문제가 된 ‘슈스스TV’는 ‘내돈내산’이란 콘텐츠로 유명했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란 얘기. 이게 성공한 건 ‘나(시청자)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사용해봤다고 말하는, ‘믿을 수 있는’ 리뷰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질이 뒷광고였다면 ‘남돈내산(남이 돈 벌고 내가 사는)’이었던 셈이다.

드라마 속 PPL의 경우,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낄망정 기만당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는 다르다. ‘내돈내산’이라며 소개한 제품이 사실은 광고였다면, 시청자들은 속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는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심도가 다르다. 실시간 방송의 댓글이나 채팅창을 통해 직접 소통한다. 그 유튜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채널에 대한 서사를 구독자와 공유한다. 상당수 유튜버들은 구독자를 가리키는 애칭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정서적 밀착도가 일반 시청자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을 속여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점이 뒷광고 논란의 본질이다. 속은 사람들은 격노하고 있다. 논란이 된 유튜버들은 주로 ‘먹방’과 ‘게임 스트리밍’ 계열이다. 이 장르는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다. 다른 채널에 비해 ‘광고 효과’도 높다. 먹방을 시청하다가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게임 플레이를 보다가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다운받는 식이다. 인기 있는 유튜버의 평가가 시청자들의 소비에 직결되기 쉬운 구조다. 유튜버와 정서적으로 밀착된 시청자들이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취향을 믿고 소비한 것이다. 그렇기에 뒷광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구독자들은 적잖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영상에 광고라는 걸 밝히면 된다. 유튜브는 그런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 ‘동영상에 간접 또는 보증 광고와 같은 유료 프로모션이 포함되어 있음’이라는 체크박스에 표시만 하면 된다. 문제는 법적 강제도 아니고 2019년 이후에 일반화된 절차이다 보니 이전의 영상에서는 체크박스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거 ‘숙제’ 아니에요?”

뒷광고의 규정 기준도 좀 애매하다. 지금 시청자들이 비판하는 뒷광고 양상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영상 내외적으로 아예 광고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경우. 둘째, 생방송 스트리밍을 할 때 광고임을 밝혔지만, 편집된 영상에서는 고지하지 않은 경우. 셋째, 영상 내에서 언급이 없고, 댓글이나 영상 설명 ‘더보기’ 난에 표시한 경우.

영상에서 광고라고 밝혀도 표기를 누락하거나 혹은 표기하면서도 광고가 아닌 것처럼 교묘하게 꾸민다. 후자의 경우가 뒷광고 문제의 핵심인 ‘기만’에 더 가깝다. 해명에 따르면 쯔양의 사례가 전자에 해당했는데 그녀는 은퇴를 선택했다.

시청자들은 물론 광고를 싫어한다.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버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광고라고 밝히기를 꺼린다. 광고주들 역시 유튜버가 해당 콘텐츠를 광고라고 공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버가 구독자와의 정서적 결합에 100% 기대어 그 제품을 노출시키는 경우보다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관계의 합이 뒷광고를 만들어낸다.

유튜버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며, 자기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광고에 대해 ‘숙제’라는 표현을 쓴다. 방송 안에서 어떻게든 광고를 담아내는 행위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그 표현을 쓴다. 유튜버가 영상에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면 ‘그거 숙제 아니냐’고 놀리곤 한다. 광고라는 요소 자체가 이미 콘텐츠 내에서 구독자와 교감의 소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은 ‘U.M.A. 우마’다. 생태계 교란종을 직접 잡아 요리를 해서 먹는 다소 엽기적인 콘셉트의 채널이다. 형식은 엽기적이지만, 내용은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생태계 교란종을 잡으러 갔다가 촬영이 끝난 후 그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의 모습으로 인기가 있다. 품이 많이 들어서 한 달에 영상 하나 정도가 겨우 올라오는데, 지난 7월 영상엔 ‘이것은 광고’라고 확실히 밝히는 방법으로 광고를 넣었다. 심지어 광고주가 단 댓글을 고정해뒀다. 이 콘텐츠의 조회수가 떨어졌을까? 영상의 조회수는 109만 회. 시청자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다. 뒷광고 논란이 터진 이후, 더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한데, 콘텐츠가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는 시청자들을 배반하지 않는다. 구독자들을 어떻게 속일 것인가를 ‘숙제’로 여기면 안 된다. 그것은 부정행위다. 정식으로 계약하고 광고 좀 하면 어떤가? 광고를 하면서도 구독자들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게 진짜 숙제다.

아울러 유튜브 콘텐츠를 즐기는 구독자 분들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크리에이터가 자기를 ‘기만’했는지 아니면 아직 채 표준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를 했는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엔 아끼던 크리에이터를 위해 구독자 분들이 신뢰를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신뢰는 상호작용이다. 신뢰를 쌓아 표준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SNS에서 만인이 만인에 대해 ‘조리돌림감’을 찾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안게 된 숙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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