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데이터 뉴딜 성공의 조건... 데이터청 설립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
[전문가분석] 데이터 뉴딜 성공의 조건... 데이터청 설립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
  •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0.08.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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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이며, 데이터가 미래경쟁 우위를 좌우한다”라고 일찍이 지난 2011년 3월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강조했다. 이 말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진실임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주요 기술들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모두 데이터 기반의 기술들이며, 데이터 강국이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고 있다. 즉, 데이터가 국가든 기업이든 미래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매개체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가고 있으며 개인정보는 물론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에서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의 수집, 관리, 활용 등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청 설립의 필요성

실로 우리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 경제’란 개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발표한 ‘유럽 데이터 경제 육성책(Building a European Data Economy, 2017)’에서 제시한 것으로, 데이터의 활용이 모든 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가치 창출에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시대의 경제라는 뜻이다. 이 육성책의 골자를 보면 유럽연합 내에서 데이터의 자유로운 공개와 사용을 보장하고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각국이 역량을 강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공공분야 정보를 공개하는 오픈데이터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서 오픈데이터의 글로벌 선두 국가다. 영국은 2014년 이미 ‘오픈데이터 전략(Open Data Strategy)’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공개 의무화, 데이터의 양적·질적 수준 향상, 혁신을 위한 데이터 이용 개방 등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원칙을 발표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통계법에 의해 통계청이 국가통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고 있으나, 분산형 통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수없이 많은 통계작성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각 기관에서 생산되는 통계데이터의 종합적인 관리, 표준화 및 통합, 개방, 활용 등에서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특히 중요한 민간부문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관리는 중진국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공공, 민간, 개인 등)와 관련된 데이터의 생산·관리·개방·유통·활용 등을 종합 지원하고 데이터 거래를 위한 인적·물적·제도적 기반 조성을 전담하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조직으로서의 컨트롤타워인 ‘(가칭) 데이터청’의 설립이 필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데이터 기반 지능정보화 사회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데이터 관련 정책은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 보면 <표 1>과 같다. 미국은 빅데이터협의체를 만들어 다양한 부처가 참여해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은 선도적으로 디지털서비스청을 만들어 디지털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은 데이터 관련 부처들이 긴밀히 협조하면서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빅데이터 산업 발전계획을 세워 일사불란하게 빅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사회 신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6월11일 김종인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데이터청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열었다.
미래통합당은 6월11일 김종인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데이터청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열었다.

주요 국가별 데이터 정책

지구촌이 글로벌화하면서 데이터 산업도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교역이 통상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국제 이동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 기업들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상품 기획, 연구개발, 생산, 유통, 마케팅 등 타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개인정보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주요 교역국과 이런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느냐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5월 GDPR(EU의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해 유럽 시민의 정보가 해외 서버로 나갈 경우 승인을 받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개별 기업들이 이 승인을 받기 위해 EU와 직접 교섭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

일본은 이미 2019년 1월 EU로부터 정부 차원의 GDPR 적정성 평가를 통과해 일본의 개별 기업이 유럽 시민의 데이터를 구할 때 일일이 EU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데이터청이 생긴다면 데이터청에서 혹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일본과 동일하게 EU와 GDPR 적정성 관련 협의를 조속히 실시해야 하고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전 세계 데이터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 작성 현황과 데이터 관련 정책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소속의 외청으로, 정부의 각종 통계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며, 국가통계활동의 전반적인 기획 및 조정, 통계기준의 설정, 각종 경제·사회통계의 작성 및 분석, 통계정보의 처리 및 관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2020년 7월 19일 현재 425개 통계작성기관에서 1205종의 승인통계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분산형 통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통계청은 국가 기본통계(인구, 고용, 산업, 물가 등 66종)를 생산하고, 통계 제공을 위한 국가통계포털(KOSIS)과 빅데이터 사용자를 위한 통계데이터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국가 운영에 중요한 통계는 통계청의 승인이 필요하며 승인통계 현황은 <표 2>에 실려 있다.

데이터 중 큰 부분인 개인정보의 활용은 그동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에 막혀 개인정보 활용 사업에 발전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1월 9일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8월 5일 시행될 예정으로 있고 곧 시행령이 제정될 것이다.

이 개정안에서는 가명정보(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의 상당 부분을 가린 정보)를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 등에 정보 소유자의 사전 통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익명정보(가명정보보다 개인을 조금이라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삭제한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최근에 정부의 의욕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14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은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자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며 “2025년까지 국고 114조 원을 직접 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가 46조 원을 투자하여 총 160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190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로 구성되며 이 중 디지털 뉴딜은 <표 3>의 대표 과제들로 구성되어 데이터 기반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뉴딜을 실행하기 위해 데이터청 설립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의 ‘데이터청’ 설립 제안과 문제점

정치권에서 데이터청 관련 발언이 시작된 것은 지난 5월부터이고 특히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데이터청’ 혹은 ‘데이터부’의 설립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후 6월 11일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공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통합,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6월 11일 미래통합당 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은 국회에서 ‘데이터청 설립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6월 12일에는 통합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김종인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데이터청’은 제주도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밝혔다. 6월 1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데이터는 디지털 원유지만 꿰어야 보배”라며 데이터청과 데이터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청 설립은 필요성이 역설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와 관련된 제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계청과의 역할 분담 문제이다. 국가 승인통계의 수집 및 관리의 컨트롤타워인 통계청이 있는데, 데이터청이 만들어지면 옥상옥 기관에 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 문제이다. 신설되는 데이터청에서 모든 분야의 빅데이터를 취합해 한 곳에서 관리한다면, 개인정보가 가명정보로 되어 있다 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으며, 결국 중국과 같이 ’사회 신용 시스템‘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청이 소위 ’빅브라더(big brother)’처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셋째, 개정된 데이터 3법에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관계 정립 문제이다. 데이터청에 개인정보를 관리할 권한을 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규정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이 장관급인 독립기구이며 국무회의에 참석함)와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또한 데이터청이 데이터 거래를 주도할 경우 데이터 거래를 위한 인적·물적·제도적 기반 조성을 전담하는 조직이 되어야 하고, 데이터 제공자에게는 ‘데이터 기여 보상제’의 법제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가칭) 데이터 거래 및 유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발생한다.

넷째, 중요한 문제는 데이터청의 소속 문제이다. 데이터청을 설립할 경우 행정적으로 이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디지털 뉴딜’을 주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능하나 데이터의 생산, 유통, 활용 등이 모든 부처와 관계가 있으므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정부 조직을 확장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을 것이다.

‘데이터청’ 설립 방안과 대안

앞에서 논의된 데이터청 설립의 필요성과 외국의 현황 그리고 데이터청 설립이 가지는 제반 문제점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청 설립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통계청의 업무를 확장해 공공 데이터, 민간 데이터, 개인정보 등을 모두 취급하도록 통계법을 개정해 통계청을 강화시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재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산하 외청이므로 업무 확장에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둘째, 통계청을 승격시켜 통계부로 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여기에 속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셋째 방안은 데이터청 대신에 독립기구로 ‘(가칭)국가데이터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하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만들고 위원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여기에 합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데이터 경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데이터청의 설립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산업이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앞서간다면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제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소위 ‘데이터청’ 설립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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