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유통가는 ‘미디어 커머스’ 전쟁…유튜브족 홀려라~ ‘원클릭’으로!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20.08.03 11:54:28
  • 최종수정 : 2020.08.03 15:33:57
8억6400만시간.

지난 6월 한 달간 한국인의 총 유튜브 이용 시간이다(안드로이드OS 기준, 와이즈앱 자료). 코로나19가 없던 전년 동기(6억8600만시간)보다 25.9% 늘었다. 유튜브 앱을 한 번 이상 이용한 한국인은 3366만명,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1540분(25시간 40분)에 달했다(6월 기준). 이어 틱톡 3300만시간(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 94%), 넷플릭스 2900만시간(163%) 순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동영상 앱 이용 시간이 급증하자 그간 배송 경쟁에 몰두하던 유통업계가 최근에는 콘텐츠를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미디어 커머스’로 전장을 옮기는 모습이다. 갈수록 콘텐츠 소비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 경쟁력이 곧 커머스 경쟁력’이란 공식이 성립되는 분위기다.

유튜브는 최근 광고 영상 하단에 ‘SHOP NOW(지금 쇼핑하기)’ 버튼을 추가한 ‘쇼핑 익스텐션’을 선보였다. 시청자가 영상을 보다가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유튜브는 최근 광고 영상 하단에 ‘SHOP NOW(지금 쇼핑하기)’ 버튼을 추가한 ‘쇼핑 익스텐션’을 선보였다. 시청자가 영상을 보다가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미디어 커머스가 뭐길래

▷콘텐츠+전자상거래…유튜브 쇼핑 진출

미디어 커머스는 미디어(콘텐츠)와 커머스(전자상거래)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다. 유튜브, 넷플릭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주로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상품을 마케팅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의 ‘쇼핑 익스텐션’이다. 쇼핑 익스텐션은 유튜브 광고 영상 하단에 ‘SHOP NOW(지금 쇼핑하기)’ 버튼을 추가, 시청자가 클릭하면 곧바로 판매 페이지로 넘어가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지난해 말 쇼핑 익스텐션 도입 계획을 밝히며 “30명의 광고주들과 구매 링크 노출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이전보다 쇼핑 사이트 방문이 23%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이 ‘유통업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라며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한 스타필드를 선보였다. 오늘날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온라인의 테마파크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유통업계도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여야 할 판이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에선 미디어 커머스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주로 라이브커머스 형태가 다수지만 관련 기업 지분 투자와 인수, 온라인 카탈로그, 공중파 방송과 프로그램 협업 또는 직접 제작 등 새로운 방식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커머스 업계다.

티몬은 지난 2017년부터 업계 최초로 운영해온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티비온 라이브’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올 초 판매자용 개인방송 앱 ‘티몬 셀렉트’를 선보였다. 7월 말부터는 라이브커머스 판매를 배틀 형식으로 풀어낸 웹 예능 ‘쑈트리트 파이터’를 시작했다. 국내 플랫폼 최초로 시도되는 실시간 판매 대결로 고객에게 라이브 예능 콘텐츠와 쇼핑의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위메프의 ‘원더쇼핑’은 지난 2~3월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 공개 후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원더쇼핑이 처음 공개한 미디어 커머스 프로젝트는 ‘김재우의 청부할인’. 개그맨 김재우가 브랜드사를 방문해 가격을 협상하고 그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 형식으로 제작한 콘텐츠다. 방송이 입소문을 타면서 4편 공개 시점에는 방문자 수가 1편 공개 시점 대비 111%나 늘었다.

경쟁사에 비해 미디어 커머스 사업 진출이 늦은 쿠팡은 아예 동남아의 OTT업체 ‘훅(hooq)’을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훅을 발판으로 한 동남아 시장 진출설도 흘러나왔지만, 우선은 훅의 콘텐츠 사업 역량과 인적 자산을 활용해 미디어 커머스 경쟁력을 내재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최근 전담조직을 신설해 라이브커머스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 ‘카카오쇼핑라이브’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핑하기 및 카카오쇼핑라이브 톡채널 챗방에서 영상을 보다 영상 속 상품이 마음에 들면 톡 채널 하단의 구매 버튼을 눌러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카카오쇼핑라이브의 현재까지 누적 시청 조회 수는 460만건,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3만5000명에 달한다.

네이버쇼핑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쇼핑라이브’도 순항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판매자 수와 라이브 방송 수는 최근 3개월간 각각 660%, 790% 증가했다.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업계도 발 벗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네이버와 손잡고 백화점 매장 상품을 온라인 실시간 영상으로 판매하는 ‘백화점윈도 라이브’ 방송을 운영 중이다. 더현대닷컴은 ‘비디오 매거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콘텐츠를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영상 속 모델이 입고 있는 상품마다 태그(상품 이름 등 설명)를 터치(클릭)하면 관심 상품으로 등록되고, 더현대닷컴의 해당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식이다. 최근 3개월간 운영한 결과, 비디오 매거진에 등록된 상품의 매출은 더현대닷컴에서 진행하는 일반 할인 행사의 매출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4월 T커머스업계 최초로 모바일 스튜디오를 만들고, 모바일 미디어 커머스 ‘오싹라이브’ 채널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지난 6월에는 박선민(VIVIEN PARK) 작가의 미술작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언택트 미술관’ 방송을 진행, 시청자 수가 평균 대비 260% 증가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6월 신규 브랜드 슬로건 ‘크리에이트 더 뉴(CREATE THE NEW)’를 발표하고,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랜드월드는 ‘컬쳐히어로’에 20억원가량의 지분을 인수했다. 컬쳐히어로가 운영하는 레시피 앱 ‘아내의 식탁’은 누적 다운로드가 130만건을 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4만여명에 달한다. 이랜드는 ‘애슐리’ ‘자연별곡’ 등 자사 외식 브랜드와 가정간편식(HMR) 관련 상품의 마케팅을 아내의 식탁 앱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공중파 방송과 ‘편스토랑’이란 프로그램을 협업, CU 제품 판매를 연계해 재미를 봤다. 첫 번째 우승 상품인 이경규의 ‘마장면’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싹쓸이했고 출시 첫날 5만개 이상 판매되며 간편식품 카테고리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6월 말 기준 편스토랑 상품의 누적판매량이 500만개를 넘어섰다. 편스토랑 제품들이 매출 흥행을 일으키고 있어 올 하반기까지 협업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S25도 지난 5월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과 손잡고 GS25강남프리미엄점에서 라이브 쇼핑 기획전을 진행했다. ‘GS25 군모닝버거’ ‘힘내라 대한민국도시락’ 등 12종의 상품을 6일간 매일 2종씩 판매한 결과 총 1만7000여개가 팔려 준비한 물량의 약 70%가 소진됐다. 6일간 총 접속자 수는 1만7500명, 순간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3000명에 달했다.

더현대닷컴은 영상 속 모델이 입고 있는 상품을 시청자가 터치(클릭)하면 관심 상품으로 등록되고, 더현대닷컴의 해당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비디오 매거진’을 선보였다.

더현대닷컴은 영상 속 모델이 입고 있는 상품을 시청자가 터치(클릭)하면 관심 상품으로 등록되고, 더현대닷컴의 해당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비디오 매거진’을 선보였다.

▶미디어 커머스 주의할 점은

▷채널 전략 중요…사후 관리도 철저히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커졌다지만 ‘콘텐츠’만 강화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채널’도 잘 선택해야 한다.

일례로 CJ ENM은 지난 2018년 콘텐츠 사업을 하는 CJ E&M과 방송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CJ오쇼핑을 합병, 미디어 커머스 사업 활성화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합병 이후 현재까지 반 토막이 났다. 유튜브, OTT, 라이브커머스 등 최근 핫한 뉴미디어보다는 TV 광고, 영화(극장) 등 레거시 미디어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 때문이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향후에는 넷플릭스, SNS 등 온라인상의 모든 미디어에 커머스 기능이 접목될 것으로 본다. 라이브커머스도 유통 채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TV 홈쇼핑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단, 일부 인플루언서는 수준 이하 품질의 상품을 판매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디어가 판매도 하게 되면 양질의 상품 선별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잘해야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0호 (2020.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