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 찬바람·미세먼지에도 콧물 줄줄

이상민 | 가천대 교수·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의술인술]알레르기 비염 - 찬바람·미세먼지에도 콧물 줄줄

40대 여성이 코를 연신 훌쩍거리며 병실로 들어왔다. 흐르는 콧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환자는 평소 멀쩡하다가 먼지에 노출되거나 찬바람만 불면 증상이 심해진다고 했다. 콧속을 보니 창백하게 부은 것이,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피부반응 검사 등을 통해 1차로 약물을 처방했다.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실내의 알레르겐(항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포자, 동물의 털 등이다. 특정 계절에 증상이 심해지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나무나 잡초의 꽃가루 같은 물질이 주요 원인이다. 이 같은 알레르겐과는 별도로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거나 감기·독감에 걸리면 비염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 증가는 세계적 추세로, 특정 항원에 대한 특이한 면역반응이 원인이다. 면역반응은 혈액 내의 알레르기 항체인 면역글로블린E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혈액에는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글로블린E가 높은 수치로 존재한다.

치료는 병원 진료를 통해서 알레르기 여부와 원인 항원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정 알레르겐이 원인이라면 우선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꽃가루가 날릴 때는 외출을 삼가고, 침구류나 옷은 55도 이상 삶아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한다. 습한 곳은 없애고,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은 말끔히 제거한다. 하지만 원인 항체를 완벽히 피할 순 없어서 이러한 회피 요법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에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는 비용이나 노력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 비염이 심하지 않고 간헐적이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이면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를 코안에 적절하게 분무하는 것이 좋다. 콧물이 많거나 코가 막히면 부교감신경차단제나 비충혈제거제를 코안에 뿌린다. 하지만 약물 요법은 투여를 중단하면 증상이 거의 재발하는 것이 단점이다.

환경 관리나 약물 치료가 어렵다면 면역 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면역 요법은 20세기 초부터 100년 이상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다. 3~5년 동안 항원 추출물을 주사하거나 설하(혀 밑)로 투여해 몸의 알레르기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면역 관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면역 관용이 생기면 요법을 중단해도 3~5년 이상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생기지 않거나 가볍게 나타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해 실제 대상이 되는 환자의 5% 이내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간과되기 쉽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학습과 작업 능률 저하로 인해 개인과 사회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다. 하루빨리 보다 편리한 치료법이 개발돼 모든 사람이 시원한 콧바람을 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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