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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 없다’는 리뷰에도 잘팔리는 ‘첵스파맛’…비결은 컬트(Cult) 마케팅(?) [차카 인터뷰 포함]
[헤럴드 비즈니스 스페셜 ⑵]
반응 뜨거운 첵스 파맛, MZ세대 ‘첵스파맛’ 첼린지 활활
구글 검색어 트렌드 놓고봤을 때도 압도적인 반응
전문가들 ‘컬트 마케팅’의 일종...앞으로 늘어날 것
첵스 파맛 자료사진. [자료=농심켈로그]

[헤럴드경제]“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해.”

원로 트로트 가수 태진아의 사과. 그렇게 광고가 시작된다.

“너무 늦게 파맛 출시해서 미안해.”

이어 태진아의 히트곡 ‘미안해’를 개사한 ‘첵스 파맛’용 광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듯, 첵스 파맛 상자뭉치를 든 광고 모델들이 춤을 추며 등장한다.

광고 속에선 파를 들고서 눈물을 흘리는 소비자(아이, 청소년)와 제품 개발을 위해 맡은 파향 때문에 눈물을 쏟는 연구진들이 등장한다. “안팔려도 너를 위해 약속 지킬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Fin)

지난달 27일, 농심켈로그 공식 개정에 등장한 71초짜리 이 광고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약 2주가 지난 현시점(13일)에 조회수 127만4000회를 돌파할 정도다.

광고 속에서 그려지듯, 해당 제품은 인기 시리얼 ‘첵스초코’의 자매품 ‘첵스파맛’을 소개하는 광고다. 첵스 파맛은 지난 2일 출시된 농심켈로그의 신제품이다.

태진아가 등장한 광고만큼이나, 첵스파맛과 관련된 열풍은 뜨겁게 일고 있다. 주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를 중심으로 호평을 받는 모습이다. 5일 기준으로 해시태그(#) ‘#첵스파맛’이 붙은 게시글은 2123개, ‘#파맛첵스’가 붙은 게시물은 1823개였다.

이들은 이른바 ‘파맛 첼린지’라고 불리는 인증 게시글들이다. 제품을 우유에 타먹거나, 요리해먹고, 설렁탕에 넣어 먹고 올린 후기들이 다수다.

첵스 파맛과 관련된 연관검색어들. [자료=인스타그램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16년의 역사를 가진 ‘첵스 파맛’ 출시

첵스 파맛은 ‘인터넷’ 좀 해본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주제, ‘파맛첵스’에서 따온 아이템이다. 파맛첵스는 웃긴대학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돼왔던 밈(Meme)이다. 이름만 파맛 첵스에서 첵스 파맛으로 바뀌었을 뿐. 파맛이 난다는 콘셉트와 여기에 얽힌 스토리는 모두 이전 파맛 첵스에서 가져왔다.

파맛 첵스 밈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16년 전이던 그 당시, 웃긴대학에서는 ‘첵스 초코 나라 대통령’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

당시 농심켈로그는 새제품 첵스 초코를 출시하면서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투표 이벤트를 열었다. 후보로는 ‘초코맛 첵스’을 표방하는 체키와 ‘파맛 첵스’를 표방하는 차카가 나왔다.

‘당연히’ 초코맛 첵스가 승리할 것을 계산한 ‘홍보 이벤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투표도 처음에는 체키가 압도적으로 차카를 누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홍보 이벤트가 웃긴대학 유저들에게 먹잇감이 되며 판세가 달라졌다. 일부 유저들은 투표를 가장한 홍보 이벤트에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홍보이벤트 페이지 주소를 웃긴대학 게시글에 올렸고, ‘파맛 첵스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투표 독려를 초래했다. 웃긴대학에 공유된 링크를 타고, 유저들은 수만표에 달하는 지지를 차카에게 던졌다. 그리고 차카는 수만표차로 체키를 따돌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2004년 선거 결과. [자료=온라인커뮤니티, 농심켈로그 /디자인 = 권해원 디자이너]

하지만 농심켈로그가 나섰다. 농심켈로그는 웃긴대학 링크를 통한 투표 중,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이 사용된 득표수를 실제 투표결과에서 제외했다. 여기서도 차카가 앞섰지만, ARS와 롯데월드 현장투표 결과를 더하자 체키가 승리를 하게 됐다. 최종 투표 결과는 1위 초코맛 첵스(체키) 56.57%(4만6424표), 2위 파맛 첵스(차카) 43.43%(3만5641표) 였다.

‘민주주의’ 관련 내러티브 만든 소비자들...‘민주주의의 맛’

누리꾼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그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밈(Meme)’으로 자리잡았다. 누리꾼들은 ‘중복투표’를 빌미로 캘로그가 표를 삭제한 것이 선거조작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사사오입, 전두환 정권의 체육관 선거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선거결과는 ‘독재 정권의 승리’라며 체키의 승리가 부정한 결과라고 봤다.

누리꾼들은 초코맛 첵스가 출시된 날을 ‘부정선거일’이라고 칭했고, 매년 출시일이면 ‘파맛 첵스’와 관련된 패러디 게시글을 올렸다. 패러디는 점차 고퀄리티가 됐다. 처음엔 단순히 줄글이 올라왔다면, 나중에는 합성그래픽이 더해진 게시글들이 줄을 이뤘다. 첵스 파맛 케이스를 합성으로 그려낸 경우, 파맛 첵스 사건을 만화로 풀어낸 경우도 등장했다.

누리꾼들이 만든 패러디 게시물들. [자료=웃긴대학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그렇게 16년이 흘렀다. 첵스 파맛 밈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 사이트 ‘썸트렌드’가 분석한 6월 5주차(6월28일~7월4일) 인스타그램 연관어 8위에는 민주주의가 올랐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농심켈로그는 첵스 파맛을 내놨다. “첵스 파맛을 늦게 출시해서 미안하다”는 사족과 함께.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늦어졌다는 이유도 함께. 농심켈로그는 헤럴드경제에 “구체적인 연도는 공개하기 어려우나 최근 몇 년 동안 연구 개발을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귀띔햇다.

헤럴드경제는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누리꾼들의 ‘첵스 파맛 놀이’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첵스 파맛의 캐릭터 ‘차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실제 차카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방식으로 서면을 통해 진행됐다. 아래는 첵스파맛 캐릭터 차카와의 일문일답.

“국밥은 뜨끈할때 가장 맛있다. ... 첵스파맛에 들어간 파는 ‘여주파’”

차카 관련 자료사진 [자료=농심켈로그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Q. 첵스 파맛이 출시된 데에 대한 자기소개와 소감을 부탁드린다.

A. 파하~ 여러분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16년만에 세상에 나온 파맛 차카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덕분에 첵스 파맛 신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지지해 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Q. 정말 파가 들어갔나?

A. 실제 국내산 여주 파가 함유됐다. 여러 검증과 끊임없는 노력 끝에 찾은 좋은 품질의 파로 만든 제품이다.

Q. 무슨 맛이냐. 파맛이란게 와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설명을해달라.

A. 첵스의 달콤함과 파의 알싸함이 궁극적인 맛의 조화를 이뤄 낸 완벽한 단짠단짠의 맛이다. 오곡으로 만든 기존 첵스 제품에 혼합 야채를 첨가해 영양을 챙기는 동시에, 달콤 짬짤함의 중독성 있는 ‘단짠’의 맛을 넣으려고 했다. 어디서 먹어 본 적 없는 정말 유니크한 파 맛을 느낄 수 있다.

Q. 누리꾼들이 첵스 파맛을 설렁탕에 넣어 먹기도 한다. 설렁탕에 넣어먹어도 맛있냐?

A. 국밥은 오로지 뜨끈할 때 가장 맛있다. 그냥 국밥만 먹으란 얘기다. 첵스 파맛은 제품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제품 그대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Q. 2004년 대선 당시 43.4%로 낙선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A. 초코왕국에서 첵스 초코 본연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체키가 승리하게 되어 많은 어린이들에게 영양 가득한 초코 시리얼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던 점을 응원했고 지지했다.

Q. 당시 선거에서 떨어진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 누리꾼들은 일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A. 기록에 의하면 의혹은 의혹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남겨져 있다. 더불어, 일부 열띤 지지자들이 과하게 중복 투표를 했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파맛에 성원을 보내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Q.16년간 야인생활을 했다. 무슨 일을 하셨나.

A. 어른도 아이도 파맛에 매력에 빠질 수 있는 파들을 찾아다녔다. 마침 대한민국 여주에 맛이 좋은 파들을 발견하게 되어 오랜 시간동안 오직 첵스 파맛 제품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Q. 첵스 ‘파맛’이 출시 된거지 선거에서 이긴건 아니다.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

A. 나는 초코 왕국의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을 살고 있다. 여러분이 첵스 파맛으로 잠시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하다.

온라인커뮤니티 중심으로 뜨거운 인기...각종 검색 수치로도 증명

첵스 파맛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인기는 각종 수치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첵스 파맛의 경우는 주로 ‘파맛첵스’로 검색되고 있는데, 지난 5일을 기준으로 일주일분의 첵스 파맛 검색 횟수를 확인한 결과, 29일 오후 9시께 100을 기록한 검색어 관심도 지수는 늦은 새벽~이른오전(오전 3시~오전10시)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40 이상의 검색어 지수를 유지했다.

[자료=구글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검색어 파맛 첵스는 한국 시리얼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인 ‘콘푸로스트’, ‘콘푸라이트’의 검색빈도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빈도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매품인 ‘첵스초코’보다도 검색 횟수가 높다. 파맛첵스의 검색어 상승 하강 추이에 맞춰서, 첵스초코의 검색 횟수도 ‘올랐다 내렸다’하는 덤 또한 관측되고 있다.

구글 트렌드 관심도지수는 절대수치는 아니다. 구글 트렌드 통계 관심도 지수는 검색어 관심도를 각 검색어별로, 혹은 시간별로 비교할 때 사용된다. 각 검색어별로 가장 검색빈도가 높은 시점은 100으로 표현되고, 검색 빈도가 그 절반 정도인 검색어의 경우 50, 해당 검색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0으로 나타난다. 40이상의 관심도 지수를 유지하는 것은 100을 찍은 29일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여전히 괜찮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앞서 비교한 시리얼 제품 검색어들과 빈도수 차이가 극명한 데에서는 첵스 파맛에 대한 압도적인 관심도가 보여진다. 다른 분석에서도 첵스 파맛의 인기는 드러난다.

엄선데이터랩에 올라온 데이터. [자료=엄선데이터랩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마케팅 트렌드 분석사이트인 엄선데이터랩의 6월 5주차(지난달 29일~이달 5일) 집계에서 첵스 파맛은 시리얼 부문 1위, 식품 부문 2위의 인기도를 보였다. 제조사인 농심켈로그는 식품 브랜드 분야 순위에서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했다. 첵스 파맛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첵스 파맛이 시리얼 부문 1위를 찾이한 시점에 농심켈로그가 10위권에 진입한 것이 공교롭다.

첵스 파맛, 대표적인 ‘컬트마케팅’ 사례

이같은 사례는 소비자들이 만들어 놓은 ‘내러티브’에 농심켈로그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러티브 마케팅(제품에 스토리를 만들어, 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프로슈머 마케팅(소비자의 반응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불릴 수 있다. 전문 용어로는 ‘컬트 마케팅’이라고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식품 하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를 팔고, 정신을 파는 마케팅 기법”이라면서 “소비자의 기대심리에 소통하는 컬트마케팅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의 일환”이라면서 “첵스 파맛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란 생각은 안된다. 기존 주력상품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모바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크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면서 “(농심켈로그의 첵스파맛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만든 내러티브와 콘텐츠를 소환해 재밌게 이야기를 구성한 좋은 사례”라고 했다.

컬트마케팅(Cult Marketing)

‘입덕을 부르는 마케팅 기법’이라고도 불린다.

어떤 가치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종교집단(컬트)처럼 소비자가 특정한 상표를 팬덤시하게끔 만드는 마케팅 방법이다. ‘오토바이 카리스마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서, 오토바이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의상과 부츠, 각종 오토바이 용품을 판매하는 할리데이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각종 한정판 음료와 의류, 액세서리를 콜라와 함께 내놓는 코카콜라의 마케팅 기법도 이와 유사하다.

전문가들 “향후 이런 마케팅 지속될듯”

이같은 마케팅 기법은 향후에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첵스 파맛에서 보여진 누리꾼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이런 마케팅 기법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누리꾼들이 올려둔 파맛 첼린지 관련 사진들 [자료=인스타그램 /편집 = 권해원 디자이너]

여준상 교수는 “기업의 제한된 예산을 감안했을 때, 소비자들이 만들어 둔 내러티브를 엮어서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법은 비용이 적게들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에게 권유하라면) 이런 마케팅 기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라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런 마케팅이 MZ세대들의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니, 기업 내부 차원에서도 사내에 흥을 돋구는 긍정적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교수도 “기업이 여력만 된다면 해볼만한 마케팅 기법”이라며 “소비자와 호흡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파맛 말고도 겨자맛, 매운맛도 낼 수 있는거 아니겠냐”고 봤다.

현재 일부 수도권 유통 채널에서는 첵스 파맛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MZ세대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앞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허니버터칩, 꼬북칩 열풍보다는 덜하지만 반응은 뜨겁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급감하며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런 마케팅 기법이 농심켈로그 외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자 기업들이 소비감소로 골머리를 썩고, 수출시장 또한 막혀가는 상황에서, 브랜드마다 팬덤을 확보하는 것은 매출부진을 이겨낼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농심캘로그 측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제품개발과 재미있는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우 김빛나 기자 zzz@heraldcorp.com

권해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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