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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그냥 즐기면 돼" 예능계 ‘부캐’ 트렌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예능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게 있다. 본질적인 인물과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마미손, 펭수, 카피추, 유산슬, 김다비 등 다양한 ‘부캐’가 새로운 놀이 형태로 소비되고 있는 모습이다. 복면을 쓰거나 분장을 해서 새로운 자아(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하는데, 당사자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해방감을 맛볼 수 있고, 대중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본질은 ‘본(本)캐’, 캐릭터는 ‘부(副)캐’라고 말한다.

2020년 소비 트렌드인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다중적 자아) 시대의 한 단상이다. 키치(Kitsch)적인 것을 좋아하는 대중정서도 작용한 듯하다. 또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등 플랫폼의 홍수 속에 나온 콘텐츠로 볼 수도 있다.

영국 록스타 고(故) 데이비드 보위가 화성에서 온 외계인 콘셉트로 ‘지기 스타더스트’란 페르소나를 활용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이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8년 가을 Mnet ‘쇼미더머니 777(트리플세븐)’에서 분홍색 복면을 쓰고 등장한 래퍼 마미손이다. 1회 출연 만에 가사를 까먹고 탈락했지만 그가 올린 신곡 ‘소년점프’는 유튜브에서 우승자 나플라보다 더 주목받아 이 프로그램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분홍색 복면을 쓰고 등장한 래퍼 마미손의 정체가 래퍼 매드클라운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인 2016년 ‘쇼미더머니5’에 심사위원인 프로듀서 자격으로 나왔지만 느닷없이 복면을 쓰고 지원자가 됐다.

매드클라운은 매우 정석적인 전문 래퍼다. 마미손은 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또 다른 콘텐츠였다. 한 사람 안에서 이질적인 것을 표현해내는 전략으로 보였다

개그맨 추대엽의 ‘제2인격’인 카피추도 인기다. 올해 나이 42세인 추대엽은 오랜 기간 유명 가수들을 ‘표절’해 노래를 불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유병재를 만나 분장을 더욱 세게 하고 이른바 ‘창조적 표절’이라는 기존 전략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 성공한 것이다. 카피추라는 ‘부캐’를 만드는 건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SNS 시대 마케팅 전략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최고의 ‘부캐’ 메이커로는 유재석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석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대형 히트를 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본캐인 방송인 유재석을 김태호 PD가 유재석의 허락도 받지 않고 새로운 도전(미션)에 던져버려 그 상황과 과정을 관찰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부캐’를 탄생시킨다.

‘유플래쉬’에서 탄생한 드럼 신동 유재석의 ‘유고스타’, ‘뽕포유’의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 ‘인생라면’의 ‘유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에 이어 이제 하프 연주까지 해내는 클래식 음악 영재 ‘유르페우스’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올 여름 데뷔할 혼성댄스그룹 ‘싹쓰리(SSAK3)’의 멤버들은 모두 ‘부캐’로 활동한다. 유재석은 유두래곤, 비(정지훈)은 비룡이며, 이효리는 ‘엄청나다’ 등 감탄할 때 사용되는 ‘지린다’를 린다G로 사용해, 유행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릴레이와 확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안방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의 ‘부캐’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유재석은 이런 부캐의 상황에 던져지면 처음에는 화를 내는 듯하지만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진지하게 준비하고 결국 근사하게 해낸다. 여기서 유재석이 ‘노력형 천재’라는 매력이 발견됐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부캐’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실제 자신의 둘째이모를 모델로 한 김다비다. 빨간 조끼와 허리춤에 둘러맨 가방, 반뿔테 안경. 얼핏 보면 올드해보이지만, 빠른 45년생으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에 태어난 현재 76세 둘째이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젊고 세련되어 보인다. 김다비는 요즘 데뷔곡 ‘주라주라’를 발매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대박을 치고 끝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는 복면을 한 ‘삼식이’가 출연했다. 삼식이는 “결승에 가게 되면 복면을 벗겠다”고 했지만, 초반 탈락해버려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삼식이가 가수 JK김동욱이라고 추측했지만, 그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새로운 캐릭터(페르소나)를 즐기면 그만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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