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광받는 비대면 놀이 '콘텐츠', AI가 판을 바꾼다

[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⑥콘텐츠 AI

디지털경제입력 :2020/05/21 07:22    수정: 2020/05/21 07:24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콘텐츠 산업과 대중은 더욱 가까워졌다. 감염 우려에 따라 밖에 나가거나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향유할 수 있는 즐길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영화나 음악, 게임 등 콘텐츠를 택하는 이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에 가입자 1천577만 명을 확보했다. 예상 가입자가 700만 명 수준이었다는 점과 대부분의 가입자가 3월에 집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유튜브 뮤직도 3월 월간 활성사용자 수가 전달 대비 54% 증가한 15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콘텐츠 산업이 새롭게 각광받는 와중에 AI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의 소비습관을 AI가 파악해서 즐길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지 오래일 정도로 다음 세대를 이끌 기술로 각광받는 AI와 콘텐츠 산업이 어우러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여파에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통해 산업 발전이 이뤄질 태세를 갖추고 있다. AI가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과거에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 했던 분야에 이미 AI가 적용되어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와 게임을 비롯해 음악, 웹툰 등은 이미 이런 범주에 접어든 대표적인 콘텐츠다.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게임사들도 AI에 큰 관심을 보이고 그에 걸맞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은 모두 몇년 전부터 별도의 AI 개발 조직을 마련하고 인재를 투입해 기술 마련에 여념이 없다. AI로 게임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게임 기업이 개발한 AI가 세상을 발전케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부터 웹툰까지... 영향력 넓히는 AI

영화와 음악을 비롯해 웹툰과 애니메이션까지 일상에 접하는 모든 콘텐츠에 이미 AI가 접목되고 있다. 단순히 음원 사이트에서 내 취향의 음악을 선곡해주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한 음악과 영화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AI가 플롯을 쓴 만화가 잡지에 연재되기도 한다.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는 이미 AI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워너브라더스는 지난 1월 AI 스타트업 시네리틱과 협업을 시작했다. AI를 통해 개봉 전인 영화의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워너브라더스는 시장 상황을 분석해 각 영화의 효율적인 제작비 산정에도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해 개봉해 호평받은 아이리시맨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이 작품에 등장한 로버드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70대 배우의 20~30대 시절 모습은 분장이 아닌 AI의 힘으로 구현됐다. 이들 배우의 과거 작품 사진 수천 장의 이미지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ILM 패스파인더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영화 속 배역의 나이에 맞게 조절한 결과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AI 기반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한 비요크.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뮤지션 비요크는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AI 기반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비요크가 아이슬란드 합창단과 협업해 만든 음악을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AI가 하늘의 다양한 변화를 감지해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날씨와 구름은 물론 해가 뜨고 지는 상황과 새들의 움직임까지 AI가 적용돼 창조한 음악은 뉴욕시에 위치한 시스터시티 호텔 로비에서 울려퍼졌다.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는 흥미로운 공연이 진행됐다. 1827년에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며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10번 교향곡이 AI의 손에 의해 마무리 되어 울려퍼진 것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글로벌 음악 학자와 AI 전문가가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

AI의 숨결은 만화와 웹툰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9년 사망한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신작 만화가 AI의 힘을 빌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돈'이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코단샤의 만화 주간지 모닝 3월호에 전편에 게재됐다. AI는 데즈카 오사무가 생전 그렸던 작품을 분석해 그의 그림체와 세계관과 시나리오 구조를 재현했다. '파이돈'의 전반적인 줄거리와 캐릭터 원안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친 AI가 완성한 것이다.

네이버는 웹툰 서비스에 AI를 적극 활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AI가 웹툰 채색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관련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아직은 프로 작가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네이버는 프로 작가들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AI 미디어토크를 진행하며 AI 연구 경과를 알리기도 했다.

■게임산업의 AI 관심은 현재진행형

게임산업은 AI 연구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산업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AI 기술 발전을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게임사는 AI가 다방면으로 게임산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엔씨소프트는 9년 전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센터를 설립하고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물론 전체 산업분야에서도 엔씨소프트만큼 AI 분야에 선제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 개발은 AI센터와 NLP센터로 나뉘어 진행된다. AI센터에는 ▲게임AI랩 ▲스피치랩 ▲비전AI랩이 속해 있으며 NLP센터에는 ▲언어AI랩 ▲지식AI랩이 있다. 게임과 직접 연관된 분야 외에도 AI가 적용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대학교와 산학연계가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의 언어자원 구축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할 정도로 각 연구단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엔씨소프트 AI 연구의 양대 축인 NLP 연구를 이끌고 있는 장정선 센터장은 "이미 일상에 AI가 많이 녹아들어왔다. AI가 일상에 어느 정도 들어오게 되면 그 순간부터 AI라고 부르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되기 때문에 AI가 얼마나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라며 "AI가 향후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AI는 계속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강대현 부사장.

넥슨은 지난 2017년 기존에 있던 ▲라이브인프라실 ▲라이브분석실 ▲게임콘텐츠분석실 등을 모두 통합하고 AI 인력을 충원하면서 인텔리전스랩스를 출범했다. 현재 약 200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넥슨은 추후 300명 규모로 조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강점은 방대한 데이터 보유량이다.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덕에 그만큼 많은 게임서비스 관련 데이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쌓여가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데이터는 10페타바이트(1만240테라바이트)이며 매일 확보되는 데이터량만 해도 100테라 바이트 분량이다.

넥슨은 AI 기술을 자사 게임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미 적용 중인 게임 내 욕설 탐지와 아이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이용자 집중도 분석 및 지표 분석을 넘어 더욱 다양한 부분을 공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를 총괄하는 강대현 부사장은 "머신러닝, 딥러닝으로 대두되는 AI 기술은 빅데이터를 얼마나 유실없이 축적하고 지속 관리했는지 여부에서 퀄리티 향방이 좌우된다"며 "넥슨은 초기 빅데이터 분석 및 인프라 조직을 구축해 업무를 지속했고, 빅데이터, UX분석, 데이터활용개발 등의 분야를 장기간 연구해왔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현재 ICT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AI 솔루션 중 효과적인 부분을 게임과 게임서비스에 알맞게 개발하고 적용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넷마블은 콜럼버스 프로젝트와 마젤란 프로젝트 등 2개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운영 및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게임 퍼블리싱과 마케팅, 운영 등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여러 제반 사항을 AI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마젤란 프로젝트는 AI로 개발자의 게임 개발을 돕는 것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다.

넷마블의 AI 개발 조직 NARC 로고.

또한 넷마블은 지난 2018년 AI 개발 전담 조직인 넷마블 AI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IBM 왓슨 연구소에서 20년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연구한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지난해 말 1조7천400억 원을 들여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넷마블이 실물 구독경제 사업모델에 AI를 접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게임업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정수기나 비데 등 웅진코웨이의 렌털 제품에 AI를 접목해 각 이용자의 교체 주기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재미의 중심에 선 AI...정부의 관심은 아직 걸음마단계

게임업계는 발전된 AI가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자별 맞춤형 난이도를 제공하거나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빈틈 없는 콘텐츠 업데이트를 이어가는 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전망한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최삼하 교수는 AI가 향후 게임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 말했다.

최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게임 상황을 파악하고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제는 게임 내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AI를 만나볼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AI가 코어 메카니즘을 풀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MMORPG에서 AI가 NPC와 몬스터가 획일화된 패턴으로 움직이지 않고 자연어 처리나 AI기술을 적용한 캐릭터라면 진짜 사람처럼 이용자에게 대응하고 이용자 몰입을 높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더불어 "게임기업이 AI인력을 영입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게임업계의 주요 화두다. 실제 게임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게임성이 크게 달라질 정도다"라고 말했다.정부도 콘텐츠 산업과 AI의 결합이 낼 시너지 효과를 주목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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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콘텐츠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민간 AI 연구개발 지원을 시작했다.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와 AI 융합을 핵심으로 하는 문체부의 '지능형콘텐츠개발 사업'은 ▲AI 기반 3D 캐릭터 생성 ▲지능형 캐릭터 저작 및 서비스 모델 개발 ▲애니메이션 카메라 워크 추적 기술 ▲AI기반 창작 아틀리에 발굴 및 구축 기술 등 4개 분야에 총 39억 원이 예산이 배정됐다.

문체부는 2020 콘텐츠원캠퍼스 구축운영에 AI 부문을 포함하며 이 부문을 선도할 인재 육성에도 힘을 보탠다. 2020 콘텐츠원캠퍼스 구축운영에 선정된 AI 부문 과제는 ▲AI 기반 디지털 휴먼의 지능화 모델 개발 및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 ▲유아교육기관 CCTV 영상콘텐츠 기반 아동행동분석 AI서비스 개발 ▲5G 무선화기술기반 AI & MR콘텐츠개발 및 전문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 총 3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