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디지털전환 컨설팅업체 `트랜스포먼트` 토니 살다나 대표
변화 따라가는 `Change` 대신 산업혁신 이끌 `Chance` 보라
변화 따라가는 `Change` 대신 산업혁신 이끌 `Chance` 보라
살다나 대표는 "리더들에겐 소위 말하는 '디지털 전략'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 전략 세우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며 "그래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디지털 기술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업무를 맡긴다. 하지만 이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전환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이 전부다.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 등을 바꾸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며 "리더는 디지털 관련 업무를 온전히 타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환을 생각할 때 기술의 비중을 너무 높게 여기고 조직 변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실패의 예방법으로 살다나 대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직의 리더들을 위한 디지털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살다나 대표와의 일문일답.
―저서에서 당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실패하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에 대한 올바른 과정(right steps)을 밟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근본적 이유는 정의와 실행 방법에 있다. '디지털'이란 단어는 50~60년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무엇일까'라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제각각 다른 정의를 내린다.
나는 저서 집필 과정에서 100여 개 기업의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들에게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의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을 때 다 다른 대답을 했다. 예를 들자면 어떤 한 사람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디지털 시계를 차고 다니며 디지털에 익숙해졌다'고 말했고, 다른 사람은 '디지털 전환은 전부 인공지능에 달렸다'고 답했다.
'디지털' 개념의 시제부터 다른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리더들이 디지털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에 대해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행 방법이다. 현재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는 방법은 IT 프로젝트 관리법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IT 프로젝트 관리는 디지털 전환의 일부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더 '큰 틀'은 조직 리더십 변화에 있다. 이는 IT 프로젝트 관리법과는 다른 실행법을 요구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디지털 전략'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세우는 기업 전략'의 차이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기업들은 디지털 전략을 세울 때 기술 사용 방법에 중점을 둔다. '어떻게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온라인에서 (제품) 판매를 할까' 등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신 디지털 기술로 어떻게 자사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테일 비즈니스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은 온라인 매장을 열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다. 하지만 얼마 후 그들은 온라인 세계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는 오프라인 세계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가령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제품 가격이 바뀐다면 온라인 매장에서는 실시간 가격 변화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 담당자는 달라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고 해서 해당 회사가 '디지털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을 계획할 때 올바른 목표(right goal)가 있나.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 기업이 세워야 할 올바른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바로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기'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계획할 때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목표가 아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매출을 높인다' '경쟁사보다 잘 나간다' 역시 디지털 전환을 할 때 기업이 세울 올바른 목표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3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리더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저서에서 리더들의 부족한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에는 IT산업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해당 신기술이 대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IT산업은 이런 유행 선도를 가장 잘하는 산업일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인공지능 모두 세상을 바꿀 차세대 기술로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입소문(buzz)을 형성했지만 그들이 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 리더들과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기술 자체만이 아닌 기술을 도입했을 때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 대한 교육을 IT산업은 하지 않았다. 저서에서도 말했듯이 포천 500대 기업 중 약 25%만이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사회가 있다. 그리고 이 중 약 5%에만 디지털 디렉터가 있다. 이는 매우 나쁜 수치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세상에서 기업 이사회가 산업혁명을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끔찍한 현실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리더들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을 세워 그들이 디지털 관련 업무를 도맡게 한다. 하지만 저서에서 "CIO나 CDO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대한 권한을 이임하는 게 조직의 모든 리더를 디지털 리더(passable digital leader)로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신이 말하는 디지털 리더의 의미는 무엇인가.
▷디지털 기술은 타 기술을 변화시키는 공통 요소가 돼 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조직의 모든 리더는 '디지털화'돼야 한다. 패스트 패션 기업을 예로 들어보겠다. 해당 기업은 약 2주 만에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선보인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크게 제조와 공급 과정 부문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이와 같이 기업 내 연구개발, 판매, 제조 등이 기술로 인해 바뀐다면 해당 부문 리더 모두 디지털 기술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 조직 리더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제조 부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리더의 의미다.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각 조직의 리더가 디지털 리더로 바뀌더라도 결국 기업의 '디지털 경로'를 제시하고 이끄는 사람들은 이사진이다. 이사진이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이사회 내부에서 '디지털 디렉터'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대기업이 실행하고 있다. 포천 50대 기업 이사회 대부분에 디지털 디렉터가 있다. 해당 디지털 디렉터는 대개 기술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다. 둘째,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다. 이사회 미팅이나 이사회 활동을 할 때 기업 내 젊은 직원이 참여해 자사가 속한 산업의 디지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모든 이사진은 매일 기술과 관련해 배우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야 한다. 나 역시 이런 '훈련'을 했다. 자기 전 최소 5개의 기술 관련 기사를 읽으며 신기술에 대해 배웠다.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기업들은 3차 산업혁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창의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며 성공했다. 디지털 전환에는 두 가지가 요구된다. 파괴적 목표(disruptive vision)를 세우는 것과 체계적인 실행이다. 한국 기업의 리더들은 늘 파괴적 사상가였다. 이제 그들은 빠르게 파괴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기업 리더들은 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기술적 변화가 아닌 조직 내 변화임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벤처캐피털 모델과 같이 위험도가 높지만 더 큰 보상을 가져오는 변화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기업 리더들이 받아들인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한국 기업이 3차 산업혁명 때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더 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토니 살다나는… 인도 경영대학교(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러크나우 캠퍼스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P&G 인도지사에 입사해 그곳의 첫 마케팅·R&D IT 시스템스(R&D IT Systems) 조직을 설립하고 이끌었다. 이후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신시내티 등에서 근무하며 27년 동안 P&G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8년 퇴임 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 업체 '트랜스포먼트' 설립 후 대표로 재직 중이다.
[윤선영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