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광고로 보는 사회문화

뻥~ 웃자고 만들었는데 광고 효과도 빵빵~

입력 2020. 03. 31   16:20
업데이트 2020. 03. 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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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만우절 광고


구글 냄새 검색·타코벨 자유의 종 광고…
매년 기상천외한 가짜 광고 등장해 눈길
16세기 유럽 만우절 풍습 광고에도 영향
기발한 상상력 발휘…소비자 유대감 목적
브랜드 상관성 떨어지면 주목 효과 없어

구글 노즈(Google Nose) 광고 ‘후각’ 편(2013)
구글 노즈(Google Nose) 광고 ‘후각’ 편(2013)

타코벨(Taco Bell)의 광고 ‘만우절’ 편(1996)
타코벨(Taco Bell)의 광고 ‘만우절’ 편(1996)

 

4월 1일 만우절, 이날만큼은 여전히 거짓말 장난이 허용되고 있다. 거짓말에 당황하던 사람도 “만우절이잖아”라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함께 웃고 넘어간다. 16세기에 유럽에서 시작된 만우절 풍습은 현재 진행형이며 광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마다 만우절을 기념하는 기상천외한 가짜 광고들이 등장한다.  



타코벨(Taco Bell)의 광고 ‘만우절’ 편(1996)은 만우절 광고 중에서도 역대급이었다. 1996년 4월 1일, 멕시코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 체인점인 타코벨이 ‘자유의 종(Liberty Bell)’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전면 광고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6개 주요 일간지에 게재됐다. “자유의 종을?” 사람들은 놀랐다. 1751년, 펜실베이니아의회가 필라델피아의 의사당 신축 건물(현재의 독립기념관)에 달기 위해 만들었던 ‘자유의 종’은 독립선언서 채택을 기념해 1776년에 처음 타종한 이래로, 1846년까지 독립기념일마다 타종을 계속해온 미국 자유의 상징물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다.

“타코벨, 자유의 종 매입(Taco Bell Buys The Liberty Bell).” 광고에서는 이런 헤드라인 아래 그럴듯한 보디 카피를 덧붙였다. “타코벨은 연방정부의 부채를 덜어주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보물의 하나인 ‘자유의 종’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자유의 종은 ‘타코 자유의 종(Taco Liberty Bell)’이라고 부르게 되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이 보실 수 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타코벨은 우리의 행동이 정부 부채를 덜어줄 비슷한 조치를 다른 기업에서도 취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광고가 나가자마자 미국 전역은 혼란에 빠졌다. 흥분한 독자들은 자유의 종을 관리하는 필라델피아 공원국과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미국의 상징을 매각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자유의 종은 필라델피아시의 재산이라 광고에서 암시하는 것과 달리 연방정부가 매각할 수 없었다.

당황한 백악관은 광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서 “퍽 재미있는 만우절 광고”라고 논평했다. 필라델피아시 당국도 자유의 종을 매각할 계획이 영원히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자 타코벨은 만우절 정오에 광고 내용이 “오늘 최고의 농담”이라고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자유의 종을 관리하는 비용으로 5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안도한 미국인들은 기업의 재치에 감탄했고, 언론에서는 역사적으로 투자비에 비해 가장 높은 광고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에서는 매년 4월 1일이 되면 재미있는 만우절 광고를 선보였다. 구글 노즈(Google Nose) 광고 ‘후각’ 편(2013)에서는 구글이 냄새까지 검색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했다. 구글에서 냄새를 검색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고에서는 이런 상상력을 현실화해 사람들이 냄새를 검색해 자신이 원하는 어떤 냄새를 맡아보는 상황을 제시했다. “구글 검색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인류의 지식, 이미지, 책, 동영상을 대부분 검색할 수 있어요.” 광고가 시작되면 품질 책임자 존 울리(Jon Wooly)가 구글의 검색기능을 자랑하면서도 그동안 검색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을 환기한다.

그는 하루 5번씩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보면 강아지가 이곳저곳에서 킁킁거리는데, 이렇게 냄새 맡는 것이 강아지가 세상의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디자이너는 찾는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적확하게 사용자에게 제공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공학기술 책임자는 구글 노즈를 활용해 이제 사용자가 냄새까지 검색해 맡아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시각·청각·후각을 융합한다는 것은 수십 년 동안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봤음 직한 경이로운 일이죠. 구글 노즈 베타를 발표하게 돼 기뻐요. 구글에서 자신 있게 내놓는 후각 인지 기능으로 사용자들은 이제 냄새도 검색할 수 있어요.”

데이지 향기나 장미 향기도, 캠프파이어 할 때 나는 매캐한 냄새도, 유령 냄새도, 새 차 냄새도, 고대 이집트 무덤의 냄새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클릭 한 번으로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 계속된다. “초저주파를 사용해 광자를 교차시키는 방법으로 구글 노즈 베타는 분자를 배열해 어떤 냄새도 모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무실 컴퓨터 화면 앞에 코를 대고 킁킁대는 장면에 이어, 마지막으로 구글 노즈를 설명하며 광고가 끝난다. 베타 버전이라는 사실을 공지했지만, 광고를 본 사람들은 구글에서 정말로 냄새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구글 노즈 베타는 어디까지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글이 상상하는 미래의 서비스인데도 말이다.

만우절의 기원에 관한 설은 많다. 1564년 프랑스왕 샤를 9세가 새해를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반포했는데, 그 소식을 듣지 못한 국민들이 4월 1일을 기념했다는 데서 만우절이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믿을 만하다.

그 후 지금처럼 거짓말을 기념하는 날이 됐다. 외국에서는 이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의 바보(April fools)라고 하며 놀리곤 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광고주들은 만우절 하루만 노출하는 광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상당한 비용을 써가며 가짜 광고를 만드는 까닭은 소비자들과 장난치며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목적이 크다. 만우절 광고의 백미는 기발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데 있다. 보통의 광고에서도 그렇지만, 만우절 광고에서는 광고 창작자의 재치나 솜씨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날만큼은 과장 광고나 허풍 광고가 허용된다. 하지만 브랜드와의 상관성이 떨어지는 광고를 하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지도 못하고 주목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만우절 광고가 드문 편이다. 과장이나 허풍을 웃어넘기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적 풍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가짜 뉴스(fake news)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마당에 가짜 광고까지 범람한다면 너무나 혼란스러워져 그런 것일까?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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