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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사이트 변신 '혁신일까 마케팅일까' 논란

  • 2020.03.20(금) 17:26

'플로' 실시간 차트 폐지, '바이브' 정산방식 변경
다른업체들 "후발주자 이미지메이킹 불과" 지적

최근 음원업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에서 시작된 음원 사용료 정산 문제부터 음원차트의 신빙성 논란까지 세간을 시끄럽게 달궜던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후발주자 중심의 형식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보여주기식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적 24시간'으로 재탄생한 플로 차트

지난 18일부터 플로는 1시간 단위 기존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대신 24시간 누적을 기준으로 하는 '플로 차트'를 도입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음원 사재기의 원인 중 하나로 음원차트를 꼽았다. 음원차트 순위에 올라 인지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수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워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혼돈의 음원시장]②사재기 폐단에 음원차트 존폐 논란]

기존 음원차트는 1시간 단위 음악재생 횟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경된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스트리밍을 돌리면 차트에 진입하기 쉬운 구조다. 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이 일어나 실제 팬과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플로 차트는 다른 플랫폼의 일간 차트와는 달리 최근 24시간의 누적 차트를 매시 정각에 갱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실시간 차트 산정 로직을 없애 단기간에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차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시간 동안 누적치를 24시간 만에 업데이트하는 것이 아니라 매시간 누적 기준으로 업데이트 하기 때문에 트렌드 반영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플로 측 설명이다. 오후 12시 플로차트의 경우 전날 오후 12시부터 24시간 누적된 횟수를 반영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플로의 도전이 기존 1시간 기준 실시간 차트를 폐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플로의 경우 원래 차트를 메인 화면에 띄우지 않아 타 음원 사이트에 비해 차트의 중요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차트 집계 방식을 변경해도 사재기를 막는 근본적 해결 방식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브, 이용자 중심 정산 첫 도입 

네이버 바이브는 올해 상반기 중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이른바 'VIBE Payment System(VPS)'이다.

그간 음원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 배분' 정산 방식을 채택해왔다.

비례 배분 방식은 플랫폼 측면에서 보면 음원이 재생된 수에 비례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합리적 방식이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내 음악을 들은 이용자 규모보다 플랫폼의 절대 재생 규모가 음원 정산액 규모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만든다는 허점이 있다. 순위권에 있는 가수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음원 사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또한 비즈니스워치가 지적했던 문제점이다. [관련 기사 : [혼돈의 음원시장]③스트리밍 요금, 누가 가져갈까]

바이브는 VPS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이용자들은 자신의 멤버십 비용이 어떤 아티스트에 전달됐는지 투명하게 확인하고, 아티스트들은 팬들의 응원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아 건강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발주자의 섣부른 반란?

하지만 바이브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섣부른 발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처음 비례배분 정산방식을 도입했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음원시장이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정산 방식의 변경 취지는 공감하지만 협회와 정부, 관계사 등과의 협의를 우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브의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업체들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비례 정산 방식이 협회와 정부, 음원업체들이 다같이 모여 만든 방식이니만큼 발표 후 협의가 아니라 협의 후 발표하는 방식이 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바이브는 VPS 도입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음원사 및 유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발표 전 어느 정도 협의를 진행한 뒤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는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향후 3개월 내 모든 협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의 협의 없이 발표를 먼저 한다는 것은 '우리가 먼저 이끌테니 따라오라'는 단순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발표 자체를 급하게 진행한 감이 없지 않다"고 언급했다.

음원업계 순위 변동 가능할까

그만큼 업계에서는 플로와 바이브의 새로운 변화가 음원업계 순위 변동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국내 음원시장은 멜론이 압도적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니뮤직이 그 뒤를 잇고 후발주자인 플로와 바이브는 업계 선두주자들을 뒤따르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국내 기업들의 음원서비스 시장점유율은 멜론이 39.9%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지니뮤직과 플로가 각각 점유율 25.2%, 21.0%로 뒤를 이었다. 네이버 바이브는 6.2%, 네이버뮤직 4.7%, 벅스 3.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플로의 경우 지난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서비스 출시 1년만에 시장점유율 20%대를 넘어섰다. 점유율 상승 원인을 '사용자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꼽은 만큼 이번 실시간 차트 폐지는 이같은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바이브는 네이버뮤직과의 통합을 통해 이용자를 흡수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8년 점유율 1.4%에서 지난해 말 기준 6.2%로 4.5배가량 점유율을 높였다.

하지만 점유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해 3위 플로와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정산 방식 변경 선언은 업계에서 이상적인 정산 방식으로 꼽히는 이용자 중심 정산방식을 첫 도입했다는 사례를 선점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로서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판을 흔들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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