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을 처음 준비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이 성장 및 성공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투자자로서 아주 다양한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봐 온 경험으로 보면, 업종을 불문하고 돈(money), 즉 자금력이 단연코 1~2순위 안에 들어갈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하다면,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남보다 빨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자금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담보 없이 미래가치에 대한 설득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스타트업은 창업을 한 순간부터 언젠가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투자유치의 순간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준비된 자가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투자유치 과정 그 자체에 대해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지식도 많고 스킬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도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첫 단계는 투자설명회(이하 IR)자료 작성과 피칭에 대한 준비일 것이다. IR 준비 그 자체도 알아야 할 내용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경험상 모든 스타트업이 반드시 기억해 두면 좋을 가장 핵심적인 개념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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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싼 티’와 ‘품격’ 사이


투자자 관점에서의 투자란 ‘미래가치에 대한 베팅’이다. 결국, 스타트업으로서는 자신의 미래가치를 설득할 수 있는지가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당연히 IR자료의 내용이 문서의 형식(스타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렇지만 투자자에게 비춰지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스타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투자자를 접촉한다 함은 지인을 통해 투자받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스타트업에 대해 악의(惡意)도 없지만 호의(好意)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스타트업이 건넨 IR자료를 받아보면 내용 검토 이전에 일단 문서의 스타일이 직관적으로 와 닿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확실히 고급스러운 자료와 ‘싼 티’나는 자료가 구별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경험적으로 보면 이 때 받는 첫인상이 회사와 창업자 혹은 CEO에 대한 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투자유치라는 결과에 도달할 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IR자료가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회사와 창업자·CEO의 품격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급스럽다는 말이 단순히 디자인적으로 예쁜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의미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논리적이면서도 보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라인이 구성돼 있고 시각화(visualization) 표현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이 그런 목적에 가장 적합한 예라고 생각한다.

컨설팅보고서의 특징은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지저분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표현해 보는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정보전달의 효율성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문서 그 자체만으로도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확실히 전달한다.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IR자료 역시 동일한 목적성을 가지므로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이 주는 시사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내용: 디테일이 키(key)


투자란 ‘설득→공감→협상’의 3단계 과정이다.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미래가치를 설득해야 하며, 투자자가 이에 공감하면, 협상(계약조건 조율)을 거쳐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다. 투자유치 과정이라는 것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시간을 많이 들였음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게 사실인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미래가치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의사결정포인트는 시장성·사업성, 차별성·경쟁력, 사람·팀 역량, 투자금 회수(Exit)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4가지 모두 매력적인 회사라면 투자를 못 받을 리 없다. 가장 안 좋은 건 1가지라도 확실히 설득을 못 하는 경우다. 

설득에 실패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아래 3가지는 그 많은 포인트 중에서도 경험적으로 볼 때 아주 빈번하게 반복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IR을 처음으로 준비하고 배워가는 스타트업으로서는 반드시 명심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출처: 필자 본인
출처: 필자 본인

남의 얘기만 하고 정작 자신의 얘기는 못 하는 경우

남의 얘기란 시장 트렌드, 정부 정책과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누구나 하는’ 스토리를 말한다. 이런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내용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연간 수백 개 이상의 업체를 검토하는 투자자로서는 이미 동일한 내용을 여러 업체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해져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결국, ‘우리 회사에 투자해달라’는 입장이라면 ‘우리 회사’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내용, 성과(퍼포먼스), 경쟁력, 성장전략과 비전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는 ‘꼭 그 회사에 투자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 고객의 니즈를 왜곡하는 경우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또 다른 대표적 원인 중 하나는 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 작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대해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자 마인드 위주로만 개발된 콘셉트, 해당 분야의 성공방정식에서 한참 벗어난 생소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래는 2019년 12월 부산에서 진행된 모 콘퍼런스 강연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벤처캐피탈(VC)은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지’가 항상 궁금했던 컨설턴트가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드롭박스 초기 투자자에게 들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 크다.

Q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인지 알 수 있습니까?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보게 될 텐데요?

A 우리는 아이디어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분석 수준을 평가합니다. 고객의 불편한 점(Pain Point)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가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입니다.

 


차별성과 경쟁력을 동의어로 주장하는 경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남과 다르다는 게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남과 다른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차별성’에서 스토리 전개를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성=경쟁력’이라는 논리로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회사의 성공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투자자가 여기에 공감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경쟁력은 기술력, 인력(human power), 자본력, 진입 장벽 등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회사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그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피칭: 문서작성과는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한 영역


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 포인트, 즉 시장성·사업성, 차별성·경쟁력, 사람·팀 역량, 투자금 회수 4가지 중, 피칭은 ‘사람·팀 역량’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팀 역량’이라고 말할 때는 학력과 경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보고자 하는 ‘사람·팀 역량’이라는 것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포함하는데, 2018년 국내 모 행사에서 미국 액셀러레이터인 이알에이(ERA) 담당자가 발표한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IR자료로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특히 창업자·CEO)과 관련한 정성적인 포인트를 문서로 전달하기는 힘들다. 정성적인 포인트란, 열정, 사명감, 태도(attitude), 철학·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피칭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정성적인 포인트를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tvN 드라마 <미생> 13화의 발표 장면은 IR을 준비하는 창업자·CEO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볼 수 있는 ‘미생 명장명 13화’ 영상 중 특히 초반 약 6분 30초 까지가 핵심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사람이 선입견 없는 상태에서 영상을 보더라도, 발표자로부터 느껴지는 열정, 신념, 확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드라마 속 대사 중에는 “작두 타는 것 같다”는 표현도 나온다). ‘나는 투자자가 그런 정도의 인상을 받을 만큼 준비가 돼 있나?’라는 자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유치는 쉽지 않은 과정


투자유치란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만으로는 1년, 2년, 3년 동안 투자자를 쫓아다니고도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실제로 상당히 많이 봐왔다. ‘이쯤이면 됐겠지’라는 생각 그 이상으로 IR 준비에 노력을 들여야 하고, 준비된 자가 결국은 투자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유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여러 인큐베이팅 기관, 액셀러레이터 등을 통한 기회가 된다면 멘토링 등의 도움을 받아볼 것을 권장하며, 투자유치와 관련한 책을 정독하거나 교육을 들어보는 것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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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2018년), <스타트업 투자 IR 마스터링>(2019년)을 IT동아·동아일보 연재했으며, 최근 개정판인 <스타트업 투자유치&IR 마스터링>을 출간했다. 창업진흥원, 벤처기업협회,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 및 자문위원 활동 등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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