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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명품도 재미있고 힙하게…미래고객 `MZ세대` 잡아라

심상대 기자
입력 : 
2020-02-21 17:06:41
수정 : 
2020-02-21 19: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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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8만원대 립스틱 내놔
"비싸도 하나쯤 살만한 작은 사치"

구찌×디즈니, 루이비통×LoL…
젊은 감각 앞세운 협업 마케팅
`게임 덕후`들에도 눈도장 찍어

`클래쉬 컬렉션` 출시한 까르띠에
호텔 아닌 `힙플레이스`서 파티
사진설명
대학생 윤 모씨(21)는 다음달 출시될 에르메스 립스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소엔 구입할 생각을 못하는 명품 브랜드지만 8만원대 립스틱이 출시 된다는 소식에 '작은 사치'를 부려보기로 했다. 그는 "백화점 명품 매장은 들어서기도 부담스럽지만 접근 가능한 가격의 아이템이 나오니 하나쯤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향한 명품 브랜드들의 구애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패션 시장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명품 브랜드 매출 신장률에 따르면 40대가 7.2%, 50대가 8.5% 증가에 그친 반면 20대는 무려 2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도 15.9% 증가를 기록했다. 이에 맞춰 명품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힙'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에르메스는 다음달 4일 립스틱과 립밤 등을 포함한 첫 뷰티 컬렉션 '루즈 에르메스(Rouge Herms)'를 출시한다. 183년 역사의 에르메스가 화장품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찌의 화장품 브랜드 구찌 뷰티도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각각 국내 1·2호점을 연달아 개장했다. 매장 내 뷰티 컨설턴트가 맞춤형 메이크업을 제안해 '화장할 줄 모르는'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명품 브랜드들의 뷰티 라인 출시는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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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Disney×Gucci' 컬렉션
의류나 핸드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아이템으로 MZ세대를 고객으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국내 명품 업계 한 관계자는 "립스틱은 가격이 저렴하고 선물용으로 인기 있어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좋다"며 "기존 고객층을 넘어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마케팅 변화가 잘 드러나는 부문이 컬래버레이션이다. 정통성과 권위를 내세웠던 예전과 달리 획기적이고 당돌한 협업을 통해 낡은 이미지 대신 신선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구찌는 올해 초 '쥐의 해'를 맞아 월트디즈니 미키 마우스와 협업한 'Disney×Gucci' 컬렉션을 공개했다. 주요 백 제품과 스니커즈 등에 커다란 미키 마우스 프린트를 넣어 젊고 귀여운 느낌을 표현했다. 파네라이, 쇼파드 등 명품 시계 브랜드들도 쥐의 해를 기념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루이비통은 좀 더 과감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 라이엇게임즈와 손잡고 '루이비통×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즐기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다. 컬렉션은 게임 속에 펼쳐진 세상과 루이비통 아티스틱 디렉터의 영감을 살려 '게임 덕후'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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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뷰티 '립스틱'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그동안 명품은 가격과 추구하는 가치로 인해 젊은 세대와 거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명품 브랜드가 대중문화를 결합한 상품을 선보이면 젊은 세대에겐 참여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어지는 권위보다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MZ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에도 변화의 모습이 확인 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 1층에 명품 브랜드를 위한 '더 스테이지(The Stage)'를 마련했다. 예전 우산, 스카프 등의 판매대가 있던 자리를 명품 브랜드 전용 팝업스토어로 탈바꿈시켰다. 젊은 감각을 살려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하게 꾸며진 팝업스토어에선 에르메스, 샤넬 등 많은 명품 브랜드가 릴레이로 고객들과 한발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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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저스트 앵 끌루' 링
롯데백화점도 2018년 9월부터 본점에서 명품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해 베르사체, 불가리, 몽블랑 등 브랜드가 고객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였다. 제품 홍보 이벤트를 고급 호텔행사가 아닌 힙한 느낌의 파티로 대신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클래쉬(Clash)' 컬렉션을 출시한 까르띠에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에스팩토리에서 '저스트 앵 끌루(Just un Clou)' 파티를 열었다. 에스팩토리는 MZ세대가 즐겨 찾는 성수동에서 패션쇼나 각종 예술 전시가 열리는 '문화허브'다.

MZ세대의 '놀이터' 온라인 공간 공략도 빼놓을 수 없다. 버버리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비 바운스(B Bounce)'와 후속작 '렛베리'를 출시했다. 달을 향해 가며 버버리의 로고를 수집해 포인트를 쌓는 게임인데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한 40개국에서 150만회 이상 플레이됐다.

물론 MZ세대와 접점이 늘었다고 즉각적 소비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가격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지 않으면 명품은 여전히 '가질 수 없는 너'로 남을 수 있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소비가 따르지 않으면 이러한 마케팅도 새로운 시도에 그칠 우려가 있다"면서도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젊은 세대와 접점을 늘려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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