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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NS도 모임도 안해요…나는 `JOMO족`

김금이 기자
입력 : 
2020-02-23 17:44:05
수정 : 
2020-02-23 17: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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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좋아요 집착에 피로감
단절 즐긴다는 뜻 `조모 현상`

자발적 아웃사이더 되는 2030
디지털 없는 조모 여행도 인기
사진설명
5년째 디자인 기업을 운영하는 박현령 씨(30)는 최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본인이 경영하는 회사 마케팅을 위해 의무적으로 SNS를 관리해왔던 그이지만 댓글 반응과 경쟁 업체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에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엔 인기 게시글이나 사람들 반응을 계속 신경 썼지만 SNS를 끊으니 신경을 안 쓰게 되고, 혼자 피아노도 치고 책을 읽으며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SNS를 대체하는 홍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깔린 SNS 앱을 하나둘 삭제하며 온라인 관계를 단절하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조모란 디지털 시대에 정보와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정반대 개념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한 정보와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을 중심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우선시하는 조모 현상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조모 현상 확산은 관련 앱의 보편화로도 나타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 '포레스트'는 200만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아이폰은 앱 사용 시간을 분류해 보여주고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스크린타임' 기능을 제공한다. 직장인 이 모씨(27)는 "스크린타임으로 매일 어떤 앱을 많이 썼는지 확인하는데, 사용 시간이 너무 많은 날은 자괴감이 든다"며 "확인하면서 반성도 하고 정말 필요한 앱 말고는 지우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SNS 한 달 끊기 챌린지 등 조모 현상에 동조하는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알림을 끄거나 앱을 삭제한다. 남는 시간에는 방 청소 등 미뤄뒀던 일을 하고 취미생활을 한다. 대학생 이민아 씨(23)는 "SNS를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인데, SNS를 하지 않아도 관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지우고 여행을 가거나 여가활동을 더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모 현상은 특히 취업난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SNS를 끊고 불필요한 모임도 기피하며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다. 취업준비생 김효정 씨(24)는 "다른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고 멋지게 일하는 모습만 보다 보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해진다"면서 "혼자 집에서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

SNS뿐 아니라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로부터 완전히 단절되기 위한 '조모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강원도에 위치한 숙박 업체 힐리언스선마을은 휴대폰, TV, 인터넷 없이 자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힐리언스 관계자는 "청년들 사이에서 번아웃 증후군, 공황장애 등이 많아지면서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권·여행 검색엔진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20 한국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 키워드는 '느린 여행'(31%)과 '조모 여행'(14%)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보다는 혼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여행하는 '한 달 살기'와 스마트폰 없이 지도와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떠나는 '아날로그 여행'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고 취업난이 심해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취업준비생은 옛날에 고시원에 들어가듯 주변 연락을 많이 끊고 지내는 모습이고, 직장인도 일 이외 시간에는 온전한 휴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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