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브랜드 역사·철학·가치
무형의 유산 자체가 강력한 힘
뉴트로마케팅이 대세 된 까닭
70주년 칠성사이다 광고처럼
소비자 추억·공감과 결합되면
광고 재활용마저 반가운 재회
무형의 유산 자체가 강력한 힘
뉴트로마케팅이 대세 된 까닭
70주년 칠성사이다 광고처럼
소비자 추억·공감과 결합되면
광고 재활용마저 반가운 재회
"이 영상은 기존 광고를 100% 재사용했습니다." 2011년 나이키가 '더 나은 세상(Better World)'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전파를 탄 광고는 이런 카피로 시작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한창 화두가 되면서 나이키 또한 친환경, 자원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기존 광고들을 리사이클링하는 전략으로 공익적인 메시지를 재치 있게 전달한 것이다. 나이키는 오랜 기간 TV 광고를 통해 장애·인종·성별 등을 뛰어넘어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정신을 강조했는데, 덕분에 지난 광고의 장면들을 재편집하는 것만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도전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광고 한 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시기가 늦었던 우리나라는 이처럼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캠페인이 그동안 흔하지는 않았다. 몇 해 전부터 복고에 현대적인 감각을 조합한 '뉴트로(Newtro)'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장수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과거 로고와 패키지를 재현하거나, 예전 모델을 재기용하고 더 나아가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등의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리아에서는 40주년을 맞아 소비자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추억 속 버거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 이벤트를 진행했다. 과거에 단종된 제품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햄버거를 선정해 한정 기간 재출시하는 행사였다. 오징어 버거, 라이스 버거 등 각 버거를 지지하는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등 자발적인 투표 운동이 일어나면서 두 달간 약 189만표를 모았다.
이처럼 브랜드 헤리티지를 마케팅에 활용할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캠페인 메시지가 일방적이면 기업 입장에서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뿐, 모두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의 역사만이 아닌 소비자와의 공감을 자극할 추억을 잘 이끌어내야 한다. 6·25전쟁 발발 직전 출시돼 대한민국 탄산음료 최초 70주년을 맞은 칠성사이다의 새로운 캠페인은 이 같은 소비자와의 공감에 포인트를 두었다.
티징편에서는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과 마주했던 사이다의 역대 광고 영상과 음악을 조합해 레트로적이지만 브랜드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담은 광고를 선보였다. 과거 CM송을 불렀던 가수 이선희를 다시 모델로 기용해 초록에서 투명하게 바뀐 페트병 제품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본편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칠성사이다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완행열차 속 카트에서 부모님이 사주시던 병 사이다에 설레는 추억. 아버지 월급날 동네 돼지갈비 집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하며 칠성사이다 한잔에 행복을 채우던 추억. 이를 통해 진짜 사이다는 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온라인에서는 칠성사이다 추억감정소 이벤트를 열었다. 이미 국민 브랜드인 칠성사이다를 알리기보다는 사이다와의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보자는 취지다.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사이다와의 추억을 접수하면 역사성·희소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위원단이 감정해 최고가 추억을 시상하는 콘셉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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