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쇼핑몰, 음식점·숙박·여행·배달앱의 구매후기 거래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마케팅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쇼핑몰, 음식점·숙박·여행·배달앱의 구매후기 거래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마케팅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구매후기 1건 5000원, 1000건은 40만원입니다."

바야흐로 조작의 시대다. 온라인 쇼핑몰부터 맛집, 배달, 숙박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돈을 주고 사는 거짓 후기들이 넘쳐난다. 믿을 만한 리뷰가 없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순위 조작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온라인 마케팅으로 포장된 '거짓 구매후기'가 빠르게 확산하지만 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소비자 기만 행위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음식점·숙박·여행·배달앱의 구매후기 거래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구매후기 건당 가격은 5000~7000원선. 일반 구매평부터 사진을 포함한 포토후기가 작성되며 쇼핑몰(스토어) 즐겨찾기, 판매자 친구 추가도 가능하다.

△구매후기 △즐겨찾기 △판매자 친구 수는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수치다. 쇼핑몰이나 해당 앱의 신뢰도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뿐더러 이를 기반으로 순위도 매겨진다.
온라인 쇼핑몰, 음식점·숙박·여행·배달앱의 구매후기 거래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마케팅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온라인 쇼핑몰, 음식점·숙박·여행·배달앱의 구매후기 거래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마케팅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온라인 마케팅 업체들은 "구매후기를 사면 판매 수량과 구매평이 함께 늘어난다. 좋은 후기는 구매전환율을 높이고, 쇼핑 순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적 어뷰징(오남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A업체는 "프로그램(매크로)을 쓰거나 동일한 ID로 반복 구매하는 게 아니다. 후기를 산 만큼 실제 인원을 투입하므로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로그나 카페, 각종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게시물을 없애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B업체는 건당 4만원에 "기업에 관련한 부정적인 게시글을 모두 삭제해 준다"고 홍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후기 조작 업체들을 매년 단속하고 있다. 2016년엔 구매후기를 조작한 배달앱 6곳을 적발, 총 1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시 배달의민족, 배달통, 배달365, 메뉴박스 4개사가 소비자들이 작성한 불만 후기를 다른 사업자들이 볼 수 없도록 비공개 처리했다. 요기요의 경우 계약 수수료를 낸 음식점을 실제 인기와 무관하게 '별점 순', '리뷰 많은 순' 상단에 노출해 마치 품질·서비스가 우수한 곳인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SNS) 속 후기를 위장한 광고글/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회관계망(SNS) 속 후기를 위장한 광고글/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이듬해 또 한 번 여기어때·야놀자·여기야 3개 숙박앱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불만족 이용후기를 비공개 처리하고, 광고상품을 구입한 숙박업소를 우수업소로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작년 말에는 인스타그램 후기를 위장해 상품을 광고한 LG생활건강, 다이슨코리아, 아모레퍼시픽 등 7개 회사에 과징금 2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소비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짓 리뷰 거래가 개인들을 통해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점점 양도 방대해지는 추세인 반면 정부 단속이나 처벌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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