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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유통家 리퍼 마케팅으로 불황탈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04 14:17

중고 상품보다 품질 높아 매력적
저성장 시대 가성비 추구 소비자 늘어
리퍼 상품 각광… "1조 시장 더 커진다"

롯데쇼핑

▲롯데쇼핑 지난 10월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문을 연 리퍼브 상문 전문매장 ‘프라이스홀릭’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경기 불황으로 소비침체가 짙어지면서 유통업계가 리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리퍼 상품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이를 내세워 소비자 유인에 나선 것이다. 리퍼 상품이란 외관에 흠집은 있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상품을 시중가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최근 이 같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앞다퉈 리퍼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 중고 상품보다 선호도 높아

리퍼상품 판매가 가장 먼저 활성화된 곳은 온라인몰이다. 전시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반품도 증가하자, 온라인몰 업계는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온라인몰은 리퍼 상품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티몬은 매달 28일 리퍼 상품을 판매하던 ‘리퍼데이’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상시로 운영되는 리퍼창고 전용관을 만들었고, 쿠팡도 반품 제품을 활용해 ‘리퍼브’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이커머스업계가 리퍼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리퍼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워서다. 티몬은 지난 10월까지 리퍼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리퍼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0월 리퍼브 상품 전문 매장인 ‘프라이스홀릭’을 아웃렛 광교점 1층에 냈다. 이후 약 1만 명이 상품을 구매하며 지난달 기준 목표 대비 107.2%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광교점을 시작으로 리퍼브 매장을 확대하고, 관련 제품군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도 리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B급 과일’을 판매한다. B급 과일은 당도나 크기의 차이는 없지만 겉면 흠집으로 활용되지 못한 과일을 말한다. 보통 명절 기간 많이 소비되는 사과·배 농가에서 선물세트에는 포함할 수 없어 명절 전·후에 재고 처분을 위해 출하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계가 리퍼 상품에 주목한 것은 중고 상품보다 리퍼상품에 대한 소비자가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리퍼 제품은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 데 리스크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크다"며 "리퍼 상품은 공신력있는 몰에서 팔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물품보다 오히려 새로운 물건에 가깝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 저성장 시대 리퍼 시장 커진다

현재 업계에서는 리퍼 시장의 규모를 1조 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유통 사 외에도 리퍼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회사로는 AJ전시몰, 비전코퍼레이션, 올랜드아울렛 등이 있다.

리퍼 제품 가운데 가장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은 가전 제품이다. 가전 제품은 겉면에 흠집이 있더라도 성능이 중요한 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리퍼 가전제품에 대한 구매가 늘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교적 가격대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인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는 개별 가계의 상황이 확 좋아지기 어렵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리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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