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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술·인간성 융합 `마켓5.0 시대`…"인류행복 마케팅 나서라"

유준호 기자
입력 : 
2019-11-05 17:28:39
수정 : 
2019-11-05 21: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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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석학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

한번 마피아 영화 찾아보면
AI가 같은 장르만 추천하듯
기업이 욕망극대화 용도로만
기술 활용하면 반작용 생겨
혁신기술 `공동善` 위해 써야
사진설명
매경이코노미가 창간 40주년을 맞아 '2020 대예측포럼' 행사를 5일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진행했다. CEO들이 경영 혁신 의지를 다지며 박수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백경원 CFA 한국협회 부회장, 김영만 패션그룹형지 부사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승만호 서부T&D 회장. [사진 = 매경이코노미 윤관식 기자]
"기업은 기술과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융합하는 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석학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이 '마켓 5.0' 시대를 예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경제를 앞세운 기술 중심의 '마켓 4.0' 시대를 지나 인간성과 기술 간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 환경이 펼쳐질 것이란 점에서다.

그는 5일 매경이코노미가 '매경 아웃룩 2020 대예측' 발간 기념으로 마련한 특별 강연과 매일경제 별도 인터뷰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맞은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했다. 기술 혁신과 동반해 인간성을 위한 기술, 인간 행복을 위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헤르마완 회장은 마켓 5.0 시대에서는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기술을 돈, 성적 욕망, 권력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파고들면 그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는데, 기술을 악한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결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대표적 사례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꼽았다. 가령 한 소비자가 마피아 영화를 찾아봤다면 다음에 다른 마피아 관련 영화 50~60개가 추천 목록에 오르는데, 인공지능(AI)이 추천해준 영상을 따라가다보면 소비자들이 너무나 많은 마피아 영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AI는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성도 있지만 많은 기업은 기술 혁신을 인간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이 같은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마켓 5.0 시대에서는 인간적 측면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기업은 IoT(사물인터넷)에 머물지 말고 'IoTH(IoT+Humanity)'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영국 차타드마케팅협회가 선정한 마케팅의 미래를 바꿀 전문가 50명 중 한 명이다. 1990년 동남아시아 소재 기업의 마케팅을 전담하는 마크플러스를 창업해 기업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와 책 5권을 공동 집필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중 대표작인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은 전 세계 24개 언어로 출판되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그는 내년에 마켓 5.0 시대, 후년에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마케팅을 주제로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헤르마완 회장은 현재 마케팅 환경이 마켓 4.0에서 마켓 5.0 시대로 이행하는 과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품질만 충족되면 판매가 잘됐던 마켓 1.0 시대에서 그 제품을 사서 소비하는 고객 중심의 마켓 2.0 시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화두였던 마켓 3.0 시대를 지나 기술 혁신 중심의 마켓 4.0으로 시장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헤르마완 회장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쪽저쪽으로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에 불과할 정도로 구매 활동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고객 충성도를 반복적 구매 행동으로 측정했지만, 지금은 고객에게서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신기술 우위 시대가 도래했지만 기업가정신 없이 디지털만 강조하면 오래갈 수 없다"며 "여기에 더해 여성과 인권 존중, 공존과 공유 등 다양한 화두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헤르마완 회장이 던진 미래 경영의 화두가 자본주의 위기를 불식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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