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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예고한 이마트, 온라인 DNA 심나

이유진,김태성 기자
이유진,김태성 기자
입력 : 
2019-10-20 17:06:17
수정 : 
2019-10-20 20: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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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규모 임원인사

정용진 부회장 지휘한 첫 인사
이갑수 대표 퇴진 등 조직정비
교체임원 11명…과거 2배 규모

"오프라인 마트로는 미래 없다"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 예고
사진설명
이마트가 이갑수 대표 등 11명 임원 퇴진을 예고하면서 인사 배경과 이마트에 불어닥칠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임 인사를 발표하기 전 퇴직 인원이 공개되고,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신임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등 이번 인사는 전례 없이 규모가 크고 파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년 12월 1일자로 신세계그룹(백화점 부문)과 함께 정기 인사를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인사 시점도 앞당겼다. 이마트는 21일 후임 이마트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임원급 정기 인사 명단을 발표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대표이사 교체다. 2014년부터 6년간 이마트 대표를 맡았던 이갑수 사장이 물러난다. 대표 교체의 표면적 이유는 영업실적 부진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기준 적자(299억원)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순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1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832억원이나 줄었다.

사진설명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 측은 부동산 보유세가 작년보다 123억원 늘고 올해 출범한 온라인사업 법인 SSG닷컴이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점을 적자 원인으로 설명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체 매출 중 75%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이마트 사업에 있다. 할인점 매출은 2분기 기준 4.6% 역신장했다. 10여 개로 늘렸던 전문점 사업도 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 저가형 자체 브랜드(PB) 판매점 노브랜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4년 5800억원대였던 이마트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올해 상반기 기준 44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온라인으로 손님을 뺏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거래액이 2016년 이후 33조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91조3000억원에서 2018년 111조8900억원대로 20% 이상 늘었다. 결국 쇼핑 트렌드 변화로 오프라인 마트 사업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이번 인사로 연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대교체도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이 대표는 1957년생으로 이마트 미등기임원 40명(오너 일가 제외) 중 유일한 1950년대생이다. 이 대표와 주요 본부장들이 퇴진하면서 이마트 주요 임원은 40대 후반~50대 초반 인사로 재편됐다. 인사 규모도 유례없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매년 10% 안팎의 임원을 교체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만 전체 미등기임원 중 25% 이상이 교체됐다.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아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사실상 첫 인사로 보기도 한다. 정 부회장이 1968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이마트' 조직을 설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1일 발표되는 후임 경영진에 따라 이마트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이어가는지가 결정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다"며 "아마존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는 것처럼 신세계도 본질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마트는 올해 이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합병해 SSG닷컴을 출범했으나, 온라인사업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존 리 대표처럼 온라인 비즈니스를 경험한 외부 인사를 이마트 차기 대표로 데려올 경우 이마트는 '온라인사업'에 더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는 온라인사업 효율을 높이는 물류센터 역할로 축소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점포를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된다.

기존 이마트 영업 경험이 있는 내부 인사가 이마트 대표로 이동한다면 세대교체 후 조직 재정비를 꾀하는 행보로 분석이 가능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 대표로 외부 인사가 온다면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오프라인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온라인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룹 형님 격인 이마트 대표이사 교체로 다른 계열사 대표진·임원급에도 연쇄 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진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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