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일방적인 앱 삭제 조치에 팟빵은 새 앱의 APK 버전을 팟빵 홈페이지에 올리고 사용자가 수동 설치하도록 안내했다.  출처 | 팟빵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구글 앱 경고 이후 사용자들로부터 문의전화를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사용자들이 그런 메시지를 받으면 당황스럽고...아마 놀라서 바로 삭제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실제 삭제한 분들도 있습니다.”

인기 온라인 라디오 ‘팟빵’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0일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일부 앱에 사용자들에게 ‘(해당 앱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광고사기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고, 많은 사용자들이 겁이 나 앱을 삭제하는 일이 발생하자 해당 앱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화들짝 놀란 일이 있었다. 친절하게도 구글이 직접 “이 앱 또는 앱 개발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더라도 앱의 이 버전은 기기에 유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니 어지간한 강심장 사용자가 아니고서는 앱을 삭제했을 것이다.

이렇게 구글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앱은 어림잡아 20여 개에 달한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액티비티 플랫폼 ‘와그(WAUG)’와 더불어 인기 팟캐스트 ‘팟빵’, 인기 웹툰 플랫폼 ‘투믹스’ 등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앱 스토어 생태계 독과점 사업자인 구글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해당 앱을 설치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경고문구를 날렸고,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을 임의 삭제 조치했다.

tnk팩토리 코드
구글이 문제가 된 해당 업체에 보낸 메일의 일부. 또 다른 정책위반이 발생되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해당 문제는 구글에게 직접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잘못은 해당 앱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 사업자 TNK팩토리가 해당 앱에 설치한 SDK에 있었다. 구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앱의 정책위반이 프로덕션 트랙 버전코드 ‘com.tnkfactory.ad’ 코드에서 야기된 것을 확인했다”고 앱 배포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TNK팩토리는 오랫동안 지적되지 않았던 부분을 갑자기 문제삼는 구글에 설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TNK팩토리의 마케팅 툴을 활용한 20여 앱들은 이미 유해 앱으로 낙인찍혔다.

팟빵 관계자는 “(구글로부터) 해당 메시지가 노출된 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이 강제로 내려가 문제가 된 SDK를 제거한 버전을 올릴 수도 없는 상태”라며 “월요일 오후 2시까지 업데이트를 못 하게 막혀 있어 부득이하게 업데이트한 앱 APK(안드로이드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 버전을 팟빵 홈페이지에 올려 수동 설치하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팟빵은 청취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팟빵에서만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서 사용자들의 이탈이 덜하지만 동종 경쟁 앱이 여럿 있는 앱이라면 사용자 이탈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투믹스
구글의 일방적인 조치로 앱이 삭제됐던 투믹스도 신규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라고 공지했다.  출처 | 투믹스

실제 투믹스의 경우에도 경쟁 플랫폼이 여럿 있는 상태이니만큼 사용자 이탈이나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팟빵의 경우도 누적 앱 다운로드 숫자가 400만을 넘어섰다. 팟빵의 앱 다운로드 비율은 안드로이드가 70%, iOS가 30% 정도다. 단순 계산해도 구글이 수십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유해 앱이니 삭제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에 따른 영업손실은 실로 엄청나지만 구글 측의 답변은 “개별 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국내 시장 지배력 70%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인 만큼 갑질에 수많은 기업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수십, 수백억 원을 들여 앱을 개발하고 사용자를 모은 플랫폼 사업자들로서는 구글의 이런 행태에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절대 갑인 구글에 밉보일까 봐 익명을 요구한 이번 구글 앱 사태 피해 관계자는 “누군가는 생사가 달릴 수 있는 문제인데 구글의 조치는 달랑 메일 한 통 뿐이었다”며 “적어도 앱에 문제가 있거나 구글 플레이 정책에 맞지 않는 내용이 발견되더라도 한 번 경고를 한다든지, 수정을 하도록 요청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일언반구 없이 앱을 삭제해버리는 것은 상식 밖의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과 함께 도마 위에 오른 현재 TNK팩토리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공지를 게재했으며, 원인 규명을 위해 구글 측과 조속히 협의하고, 이번 문제에 대해서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팟빵은 “현재 구글 측에 빠른 해결을 요청한 상황이며, TNK팩토리의 SDK를 제거한 새로운 앱 버전을 팟빵 홈페이지에 제공해 고객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팟빵은 또 “팟빵앱은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의 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이미 적용해 개인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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