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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NS 다크호스 ‘핀터레스트’ 개성 있는 사진·짤방 3억명 유저가 애용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08.12 12:38:41
  • 최종수정 : 2019.08.12 14:43:00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는 쟁쟁한 뉴페이스가 여럿 등장했다. 공유경제 선두주자 우버와 리프트,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제공사 슬랙,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미트 등 ‘핫’한 스타트업이 연달아 증시에 데뷔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특히 이슈가 되는 기업이 있다. 이미지 검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터레스트다. 핀터레스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위협하는 ‘대세’ SNS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핀터레스트는 어떤 기업

▷방문자 수 1000만명 최단 기간 돌파

핀터레스트는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구글 온라인광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벤 실버맨이 페이스북 디자이너 출신 에반 샤프, 벤처캐피털 출신 폴 시에라와 함께 설립했다. 벤 실버맨은 현재 최고경영자(CEO), 에반 샤프는 크리에이티브 담당자다. 폴 시에라는 2012년 회사를 떠났다.

핀터레스트 주력 사업은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자가 사진을 감상하다 관심(interst) 끄는 사진을 발견하면 보드에 핀으로 고정(pin)하듯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사 이름도 ‘pin’과 ‘interest’ 두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다른 사용자가 모아둔 사진 컬렉션을 보거나 계정을 구독할 수도 있다. 폴로어 기능을 갖춘 이미지 검색엔진 겸 스크랩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핀터레스트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유명 SNS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경영진은 초기 이용자 5000명과 이메일,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연락하며 피드백을 받고 이를 수용해 핀터레스트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2년 1월 순방문자 수 1170만명을 확보했다. 주요 SNS 중 방문자 수 1000만명을 가장 짧은 기간에 돌파했다.

이후에도 이용자가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광고 기능 도입을 최대한 늦추는 등 이용자에 초점을 맞춘 운영 전략을 채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월간실사용자수(MAU)는 2014년 8000만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2억6500만명까지 급증했다. 2013년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었지만 2014년 사진에 나온 상품과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연결하는 광고용 핀 기능을 도입하며 처음으로 매출 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협업해 상품 QR코드를 인식하면 디자인이 비슷한 상품 사진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이 7억5500만달러까지 늘었다. 2012년 16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도 2014년 300여명, 지난해 1500여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4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당시에는 우버, 리프트, 슬랙 등과 함께 기업공개(IPO) 대어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상장 직후에도 뜨거운 관심은 이어졌다. 공모가 19달러로 증시에 입성해 거래 첫날 종가 24.4달러를 기록한 후 4월 29일 34.26달러까지 치솟는 등 주가가 가파르게 뛴 덕분이다. 이후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탓에 한동안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다시금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핀터레스트 2분기 매출은 2억6100만달러. 지난해 2분기에 비해 64% 늘었다. MAU는 총 3억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미국 외 다른 국가 이용자 수가 38% 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주가는 4월 말 30달러 중반까지 뛴 이후 5월 23일 23.8달러까지 하락했지만 8월 7일 32.1달러로 반등했다. 약 두 달 반 만에 34.9% 뛰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모가와 비교해도 68.9% 높은 금액이다.



▶대세 SNS로 떠오를까

▷흑자전환·이용자층 확대는 과제

핀터레스트는 대세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우선은 긍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SNS 성장세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커머스·광고 사업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핀터레스트 측은 올해 2분기 핀터레스트에 입점한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 관계자는 “올해 핀터레스트 글로벌 광고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5% 늘어나며 10억3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용자당 평균 매출(ARPU)도 증가세다. 올해 2분기 기준 ARPU는 미국 2.8달러, 이외 국가 11센트다. 지난해 2분기에는 각각 1.98달러, 5센트였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캐나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뛰고 있다. 해외 부문 ARPU가 미국의 3.9%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성장 여력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보 유출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한 사안이다.

유명 SNS 중에는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홍역을 치른 기업이 많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에 이용자 정보를 유출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벌금 50억달러를 부과받았다. 이 밖에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경로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트위터 또한 가짜뉴스 확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텀블러는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이유를 앞세워 음란물 유통에 느슨하게 대응해 문제가 됐다.

반면 핀터레스트는 이 같은 사안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 보통 SNS와 달리 취미나 관심사와 관련된 사진이 주를 이루는 만큼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애초에 낮은 편이다. 더불어 이용자가 사진을 모아둔 보드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비공개 옵션이나 제품 추천 제외 기능을 도입하는 등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가짜뉴스가 SNS를 타고 퍼지자 ‘백신’과 ‘안티 백신’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아무 결과도 뜨지 않도록 검색어를 차단하기도 했다. 핀터레스트가 “소셜미디어 중 유일하게 도덕성을 유지하며 운영되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롱런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러 가지다. 흑자전환이 첫손에 꼽힌다. 매출은 2016년 전년 대비 성장률 200%, 2017년 57.7%, 2018년 58.6%를 기록하는 등 매년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는 못했다.

이용자층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다는 것도 한계다. 핀터레스트 이용자 3분의 2가 20~40대 여성으로 파악된다. 이용자 수와 매출을 비롯한 핵심 지표가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용자층 확대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밖에 페이스북을 비롯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SNS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 SNS 시장 성장세가 최근 들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예의 주시할 사안이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1호 (2019.08.14~2019.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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