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자는 지금보다 많은 통신망을 확보해야 할 전망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통신망 확보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통신망을 얼마나 쓰는지에 비례해 부과하는 망 이용료가 올라가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글·페이스북 못 건드리고 국내 스타트업만 저격"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 제정

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을 대상으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해외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에서 통신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 등을 감안해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인터넷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된 대목은 ‘콘텐츠제공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정한 인터넷 전용회선 용량 확보 등 필요한 노력을 한다’는 부분이다. 통신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서비스 유지는 당연하지만 필요 이상의 통신망을 확보할 이유는 없다”며 “지금도 과중한 기업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불만이 크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큰 기업은 망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지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스타트업은 클라우드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유용해서기도 하지만 망 사용료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대표적인 사례다.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자체 서버와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게 낫지만 이렇게 되면 통신사에 별도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처럼 4K 이상의 고화질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망 이용료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업체는 강제 못해

가이드라인을 바꾼다고 해도 애초의 타깃이던 해외 기업에는 적용이 어렵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다.

지금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해외 업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상 불법·음란정보 유통 책임도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해외 업체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관련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가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처럼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통신망 제공 업체와 계약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