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젠 AI가 책임진다…글로벌 기업들 도입 가속

[이슈진단+] 마케팅에 부는 AI 바람

컴퓨팅입력 :2019/07/31 16:05    수정: 2019/07/31 16:08

인공지능(AI)이 특급 마케팅 도우미로 거듭나고 있다.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이 마케팅 솔루션에 AI를 접목해 한단계 진전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오라클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오라클은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구체화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달 들어선 어도비, SAP, 세일즈포스가 각사의 AI 활용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IBM에서 분사한 마케팅 솔루션 업체 '왓슨 마케팅'도 '어쿠스틱'이라는 브랜드로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 소비자 선택부터 유통채널 관리까지 '특급 도우미'

소비자들이 각종 첨단 IT기술에 노출되면서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높은 디지털 활용도 덕분에 고객들이 제품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당연히 고객들의 눈높이가 예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들 역시 소비자를 잡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유통 채널도 주요 관리 대상이다.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판매할 지 결정하는 게 훨씬 더 복잡해진 때문이다.

당장 특정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지 오프라인에서 판매할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어떤 방식으로 신제품을 홍보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을지 결정하는 문제도 단순하지 않다.

마케터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AI다. 다양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입체적으로 파악해주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오라클은 지난해 데이터 분석기업 데이터폭스를 인수하면서 AI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이후 오라클은 지난 4월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기능을 업데이트한 오라클 CX클라우드를 공개했다. 오라클 CX클라우드는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UX), 비즈니스 성과를 연결하는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이다.

오라클 CX클라우드의 데이터폭스 통합 기능을 이용하면 영업팀은 기업 데이터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추가로 발굴할 수 있다. AI 기반 세일즈 플래닝 기능을 통해 송장에 기입된 실제 세일즈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판매 계획과 실적 예측을 할 수 있다.

오라클 이외에 세일즈포스, SAP, 어도비 등도 각자의 마케팅 솔루션에 AI를 접목해 선보이고 있다. AI의 활용분야가 늘어나는 추세에 마케팅도 포함된 셈이다.

■ 세일즈포스, '아인슈타인' AI 플랫폼 CRM에 응용

가트너가 지난달 조사한 세계 고객경험 및 관계관리 소프트웨어 시장 조사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19.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SAP, 오라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5개 CRM 소프트웨어 기업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40%에 이른다.

가트너는 지난해 세계 CRM 소프트웨어 관련 매출이 15.6% 증가해 42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매출은 약 1천936억달러로, CRM 소프트웨어가 그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세일즈포스는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딴 아인슈타인 AI 플랫폼으로 CRM 소프트웨어를 관리한다. 아인슈타인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의 행동을 예상한다. 그런 다음 역시 AI가 분석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조언을 제공한다. 간단한 고객 지원 업무를 자동화해 단순 업무 비중을 확 줄였다.

아인슈타인 플랫폼은 크게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NLP) ▲컴퓨터 비전 ▲스피치 자동 인식 등의 기술로 구성됐다. 세일즈포스는 영업, 서비스, 마케팅,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아인슈타인을 적용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아인슈타인 애널리틱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애널리틱스는 CRM에 특화된 분석기능과 커스텀 가능한 데이터 템플릿을 지원한다.

■SAP "운영데이터·경험데이터로 경험 경제 시대 대비해야"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 강자인 SAP는 지난 11일 '혁신과 클라우드' 행사를 열고 자회사 퀄트릭스의 국내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퀄트릭스는 경험 관리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현재 전 세계 1만 곳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SAP는 퀄트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이 '경험 경제'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AP가 설명하는 경험 경제란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구매와 동시에 상품을 통해 가치있는 경험을 얻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인 '가심비'와 비슷하다.

SAP가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운영 데이터와 경험 데이터의 결합이다. 운영 데이터란 ERP, CRM, 인적자본관리(HCM)에서 도출되는 수치적 데이터이며, 경험데이터는 고객사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료다.

이 중 퀄트릭스가 생각하는 핵심은 데이터 분석이다. 퀄트릭스는 지난 5월 AI를 기반으로 한 '엑스퍼트리뷰(ExpertReview)' 솔루션을 출시했다. 엑스퍼트리뷰는 연구자가 열악한 품질 피드백을 제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켈리 왈더(Kelly Waldher) 퀄트릭스 리서치 코어 부사장은 "엑스퍼트리뷰는 AI를 통해 불량한 품질 반응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제거함으로써 데이터 정확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 어도비, AI로 B2B 마케팅 강화

어도비 제품은 크게 ▲이미지 편집 및 디자인 ▲마케팅 및 분석 ▲문서 관리 솔루션으로 나뉜다. 이 중 어도비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마케팅 및 분석 솔루션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B2B 마케팅 자동화 업체 '마케토'를 47억5천만달러를 인수하면서 디지털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어도비의 마케팅 및 분석 솔루션 제품인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는 모든 마케팅 기술을 한곳에 통합해 콘텐츠 관리, 이메일 캠페인 제공, 광고 구매 자동화, 성과 측정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UX, 기업 데이터 등 B2B 마케팅에 필요한 자료를 분석한다.

어도비는 지난달 B2B 마케팅 담당자와 영업 팀 간의 협업을 지원하는 마케토 인게이지(Marketo Engage)용 ABM에센셜(ABM Essentials)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ABM이란 고객기반마케팅으로, 기업 고객을 담당자별 다른 고객이 아닌 단일의 타겟으로 보고 진행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ABM에센셜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별로 개인화된 마케팅을 제공하며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갖췄다.

■ IBM, '왓슨 마케팅' 분사… 새 브랜드명 '어쿠스틱' 확정

IBM도 AI를 활용한 마케팅 솔루션 분야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IBM은 지난달 자사의 마케팅 플랫폼 및 상업 소프트웨어 '왓슨 마케팅'을 센터브릿지파트너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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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사명은 '어쿠스틱(Acoustic)'이며, 독립형 마케팅 클라우드 서비스와 포괄적인 AI 기반 솔루션 제품군을 제공한다. 마크 심슨 전 IBM 마케팅 및 상업 플랫폼 담당 부사장이 어쿠스틱 CEO로서 회사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심슨 CEO는 "마케터나 광고주들은 현재 수요에 대처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기술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며 "어쿠스틱의 오픈 플랫폼과 목적지향적 솔루션은 마케터들이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