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상식 밖의 멘탈’을 가진 창업자가 많다. 이런 창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 벤처 생태계 미래는 밝다. 이들이 있어 한국에서 더 좋은 회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유니콘 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 대표는 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19’ 서울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유니콘 성장, 가능한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19 행사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모습./ IT조선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19 행사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모습./ IT조선
◇ 알토스가 찜한 회사 "이용자 편의성·대표 역량 높은 곳"

이날 청중들은 알토스벤처스 투자 기준을 궁금해 했다. 알토스벤처스는 한국 유니콘 기업 9개 중 4개(쿠팡,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를 키워낸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모바일 시대 이용자의 게으름을 더 극대화시켜주고, 남은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도록 하는 편리성을 제공하는 회사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그는 배달의민족과 토스 등을 사례로 꼽았다.

그는 또 스타트업 대표의 개인 역량도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비프로 일레븐이 대표 사례다. 비프로 일레븐은 축구영상 AI 분석 플랫폼 서비스 회사다. 축구 구단에 영상을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처음 비프로 일레븐을 만났을 때 비프로 일레븐이 겨냥한 국내 축구 구단 수가 적어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투자를 거절했다. 이후 비프로 일레븐은 7개 독일 축구팀을 만나 5개 팀을 유료 고객으로 만들어 보였다. 김 대표는 그래도 투자하지 않았다.

이후 비프로 일레븐 공동대표 11명과 가족 전원이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했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 중에 아무도 없었다. 비프로 일레븐은 현지 20개 구단과 한 달 동안 체결한 유료 회원 계약서를 김 대표에게 내밀었다. 김 대표는 그제서야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이 친구는 뭔가 사고를 제대로 치겠다 싶었다. 이런 사람에게 투자자로서 투자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성공하든 못하든 일단 투자하게 된 사례다"라고 말했다.

◇ 세계 어느 나라보다 스타트업에 좋은 환경 갖춘 ‘한국’

김 대표는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매우 밝게 전망했다.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하고 인구가 몰려있어 입소문이 빠르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또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우수한 인재도 많은데다가 시장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미국과 한국 인구 밀집도를 비교하면 한국은 미국보다 13배 높다"며 "이용자들끼리 입소문도 빠르다"고 말했다.

인구 밀집도는 특히 B2C(Business to Customer) 기반 스타트업에 중요한 요소다. 일반 이용자를 자사 고객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들 기업 생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또 한국 스타트업이 부품제조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 중심 생태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 대 초반이었다. 당시 스타트업은 대부분 부품 제조회사나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투자 유치 목적도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우수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모이고 있다는 점도 한국 창업 생태계 미래가 밝은 이유라고 꼽았다. 김 대표는 "요즘에는 부모님들이 오히려 자식들이 스타트업으로 간다고 하면 권장하는 분위기다"라며 "취업자 10명 중 2~3명은 스타트업에 취업한다"고 말했다.

규제 환경도 다른 국가에 비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한국은 규제가 많아 사업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업 분야를 통틀어 한국이 비즈니스하기에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