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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마케팅책임자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윤선영 기자
입력 : 
2019-07-23 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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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 인사이트-251]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이하 CMO). 이는 마케팅과 광고 계획을 총괄하는 임원을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CMO직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광고 마케팅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이하 AdAge)는 '더욱더 많은 브랜드가 CMO직을 없애는 이유(Why more brands are ditching the CMO position)'라는 제목으로 최근 기업에서 줄어드는 CMO직에 대해 다뤘다. 몇 년 전부터 CMO가 사임한 후 해당 포지션을 없앤 글로벌 기업이 상당수다. 존슨앤드존슨, 우버, 하얏트호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업들은 새로운 CMO를 임명하는 대신, 영업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마케팅 총괄을 겸임하는 최고성장책임자(Chief Growth Officer), 최고브랜드책임자(Chief Brand Officer)를 세워 CMO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국 리서치기관 포레스터의 리서치 디렉터인 키스 존스턴에 따르면 "현재 시대에서 마케팅의 진정한 의미는 찾고 있는 티핑 포인트에 있다."

물론 아직까지 CMO를 두는 기업은 남아 있다. 임원 헤드헌팅 기업인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현재 포천 500대 기업 중 70%에 CMO가 있다. 하지만 이는 2009년 기록인 74%보다 떨어진 수치다.

전통적으로 CMO가 진행한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웃바운드 마케팅이었다. "우리가 어떤 기업인지 얘기한다"는 주의였다. 하지만 채용전문기관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의 컨설턴트인 에번 샤프에 따르면 "이제는 고객들과 상호 교류하는 양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CMO 직위가 다른 이름의 직위로 변화하는 이유다. "이제 마케팅은 (단순히) 창의적인 업무가 아니다. 마케팅을 할 때 사람들은 좌뇌와 우뇌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게 샤프 컨설턴트 말이다. 그리고 그는 CMO직이 변화하는 예로 하얏트 호텔을 들었다. 2015년부터 하얏트 호텔의 글로벌 CMO였던 메리암 바니카림이 작년에 사임한 후 하얏트 호텔은 새로운 직위를 만들었다. 바로 최고사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다. 이 자리를 채운 마크 본드라섹은 하얏트 호텔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호플러메지언에게 직접 보고하며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글로벌 영업, 매출 관리, 기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고객 서비스 센터 등 업무를 총괄한다. 이렇게 별도의 CMO를 두지 않고 상업 부문을 전반적으로 맡는 사람을 둠으로써 하얏트는 "고객 참여를 유인하는 활동을 우선으로 두고, 해당 활동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 역시 CMO직이 사라진 기업 중 하나다. 2017년 CMO로 일했던 마르코스 드 퀸토가 떠난 후 마케팅 총괄은 프란시스코 크레스포 최고성장책임자가 맡게 됐다. 1993년 이후 코카콜라가 CMO를 두지 않은 첫 번째 사례다. 크레스포 최고성장책임자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 전략과 리테일 부문을 총괄한다. 그는 AdAge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한 사람이 상업적 업무를 책임지는 것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철학'을 보장하는 데 기여했다 밝혔다. 바로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것은 고객들의 브랜드 선호도와 브랜드 자산을 만든다는 의미만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 자산 구축과 더불어 "해당 브랜드 자산을 매출로 이어가고 이익률을 내는 것 역시 브랜드 구축에 포함된다"는 게 크레스포 최고성장책임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CMO직이 줄어들고 있을까? AdAge가 제시한 한 가지 이유는 CMO의 재정적 책무(financial accountability) 부족에 있다. 주류 기업 빔산토리의 최고경영자 앨버트 발라디는 최근 AdAge와 인터뷰하면서 "이전 CMO 직무는 브랜드 성과에 대한 책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빔산토리가 지난 6월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 그룹의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였던 제시카 스펜스를 영입한 이유다. 스펜스는 빔산토리의 첫 '브랜드 사장(president of brands)'으로 임명돼 해당 기업의 글로벌 혁신, 제품 연구개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디자인을 담당한다.

CMO가 사임한 후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지 않고 기존에 있던 임원이 CMO 업무를 이어받기도 한다. 존슨앤드존슨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 6월 존슨앤드존슨 CMO였던 앨리슨 루이스가 떠난 후 존슨앤드존슨은 그의 후임자가 없다고 공표했다. 자사의 '사업 모델'의 변화로 기존 임원이 루이스 전 CMO 업무를 대신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의 일을 물려받은 사람은 글로벌 사업 부문의 부사장이자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hief Communications Officer)인 마이클 스니드. 스니스 부사장은 루이스 사임 이후 즉시 자사의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CMO의 재정적 책무 부족에 이어 기업이 CMO직을 유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일관된 소통에 있다. 우버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 9월 우버는 리베카 메시나를 자사 최초의 CMO로 임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그녀는 우버 CMO직을 사임했고 우버의 커뮤니케이션과 공공정책 부문을 담당하는 질 헤이즐베이커 부사장이 마케팅을 총괄하게 됐다. 이에 대해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 "우리가 소비자, 자사 파트너, 언론, 정책입안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과 다른 사업부서가 충돌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케팅 총책임자를 따로 두지 않고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가 마케팅 부문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관할하게 됐다는 의미다.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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