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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안해도 OK" 공룡부터 바다까지…백화점 손님몰이 전략 '확 바꿨다'

전시·서점·수족관…온라인 성장에 대형 문화공간으로 맞불
"일단 고객 오게 했더니" 매출도 쑥쑥…백화점 새 돌파구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9-07-08 07:30 송고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쥬라기 월드 특별전' © News1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쥬라기 월드 특별전' © News1

#. A씨(37)네 가족은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서 열리고 있는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 갔다. 4인 가족권을 7만4000원에 구입했다. 공룡 전시를 보고 나와서 카페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마시며 3만원을 썼다. 백화점에 온 김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어른과 아이 신발과 옷을 비슷하게 연출한 '패밀리룩'이 눈길을 끌었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에 네 가족이 입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패밀리룩을 구입하며 총 50만원을 지출했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보러 백화점에 갔던 A씨 가족은 이날 반나절 이상을 백화점에 머무르며 쓴 돈은 60만원이 넘는다.  

백화점들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일제히 '쇼핑'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이같은 백화점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가격과 편리함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도전이 첫번째 이유다. 가격으로 맞불을 놓기 보다는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백화점에 사람이 몰릴수록,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매출이 늘어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고객을 잡기 위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하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쇼핑공간 줄여서라도…대형 전시·서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백화점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쇼핑 매장이 많아야 매출이 오른다는 게 기존 공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화점들이 본업인 쇼핑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문화·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크게 더 크게' 문화 공간의 대형화가 새로운 공식으로 떠올랐다.

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김포공항점에 전 세계에서 5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열기 위해 1층 일부 쇼핑 매장을 없앴다. 쇼핑 매장을 빼지 않으면 1980㎡(약 600평) 공간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의 전시 행사는 코엑스 등 복합컨벤션센터에서 단독 공간으로 열리는 게 보통이었다. 롯데백화점의 이번 유치가 이례적이고 더 주목받는 이유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을 기획한 이주현 롯데백화점 테넌트MD 팀장은 "백화점이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더이상 아니다. 상품만 팔면 고객들이 백화점에 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즐길거리,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어린이책미술관'이 있다. 여러 전시는 물론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9층 전체를 '아쿠아리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건대점 VR테마파크 '몬스터VR', 명동 본점 영플라자에 위치한 케이팝 문화공간 '팔레트' 등도 백화점 안에 들어간 문화공간들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어린이책미술관 © 뉴스1
현대백화점 판교점 어린이책미술관 © 뉴스1

대형 서점도 백화점들의 섭외 1순위로 급부상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1000㎡(약 320평) 규모로 교보문고가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과 수원점에 유아·아동 서점인 '동심서당'을 각각 350㎡(약 100평) 규모로 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는 70㎡(약 21평) 규모의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자리한다. 이 서점들에는 모두 앉아서 쉴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 옥상정원, 체험형 쇼핑매장은 이제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그 이상으로 전시, 서점 등을 통해 백화점이 쾌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고객을 잡을 수 있다"며 "와서 쇼핑을 하고 안하고는 두번째다. 백화점으로 오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성장에 위기감 느낀 백화점, '절박함' 변신 원동력

백화점 업계의 변신에는 '절박함'이 묻어 난다. '이러다가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실제로 온라인·모바일 쇼핑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조2637억원, 모바일 거래액도 7조14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전체 쇼핑 중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성장해 지난해에는 24.5%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오프라인 쇼핑은 고꾸라진다는 뜻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문화 공간을 통한 매출 증가 효과를 직접적으로 증명하긴 어렵더라도, 일단 백화점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매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의 '쥬라기 월드 특별전'에는 개장 사흘 만에 9000명이 다녀갔다. 이 전시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백화점으로 유입하면서 백화점 방문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매출은 16% 증가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방문자 수가 늘고,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출이 그전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아쿠아리움 © News1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아쿠아리움 © News1 

온라인 쇼핑 성장이 백화점들의 변화를 유도했고 결과적으로는 백화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또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는 것은 대형 오프라인 점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강배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계간지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온라인 쇼핑액이 100억원 늘어나면 소매 점포가 8개 이상 감소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 성장으로 버틸 여력이 없는 소매 상권은 무너지고, 그 수요를 백화점 같은 대형 오프라인 점포들이 흡수한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종에서 오프라인은 체험형·대형 매장 위주로 개편하고 중소 매장은 철수하는 것이 흐름"이라며 "백화점은 타 업종 매장들보다 쾌적한 환경과 큰 규모를 일단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쇼핑에 더해 문화 공간까지 확대했을 때 집객 효과를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는 채널"이라고 말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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