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갈라파고스 규제' 넘어선 세상 상상해보면

  • 등록 2019-06-11 오전 5:00:00

    수정 2019-06-11 오전 5:00:00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 4차 산업혁명에서 물질 경제는 경험 경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는 반도체가 아니라 서비스에서 찾아야 하는데 한국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 국내총생산(GDP)의 90%
가 넘을 서비스 산업을 가로막는 갈라파고스 규제 혁파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가장 먼저 관광을 살펴보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GDP의 1.8% 규모로 OECD 평균(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이 5년간 3배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 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 때문이다. 관광 트렌드는 단체 관광에서 개인 관광으로 급속히 전환되는데, 한국에 온 관광객은 가고 싶은 장소를 저장해 둔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충격을 받는다. 한국,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맵은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내비게이터인 동시에 관광 안내 가이드이다. 또한 공유 숙박은 제한적으로 가능하며, 공유차량은 불법화되어 있다. 한국물품의 온라인 구매 배송은 복잡한 인증 절차로 포기해야 한다.

도시는 가상·현실을 통해 관광객에게 스토리를 제공해야 한다.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 취향에 기반 한 개인화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관광의 갈라파고스 규제 혁파로 GDP의 2%에 달하는 35조의 국부창출을 기대해 본다.

두 번째 규제 혁파가 필요한 산업 분야는 의료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원격의료 당뇨폰을 개발한 국가인데, 지금은 원격의료가 규제된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오팩트는 2017년 CES 혁신상을 수상한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라는 제품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기존의 의료기록과 융합하여 집에서 환자들이 개인별 맞춤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네오팩트는 원격의료 규제로 국내 사업이 제한되면서 해외진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료 정보의 통제권을 환자 개인이 소유하여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저비용·고효율의 원격의료는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초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 해결의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국가에 이익이 되는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의료계와 당국 간의 깊은 불신의 결과이다. 이러한 문제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좋은 제도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혈당 뿐 만 아니라 혈압, 요실금, 천식, 피부 관리 등 분야에서 신 서비스를 창출하고 의료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여 50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도 국가가 전략적으로 산업화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의 4차 산업화는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규제로 인해 막혀 있다. 심지어는 국가정보원 정보보안 지침으로 초중고의 무선 인터넷(WiFi) 사용조차 규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별로 학습 성적을 축적해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다음 문제에 대한 오답율과 적정한 학습 진도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인공지능 학습 사업의 모델이다. 모든 학생 한명 한명의 맞춤 코디로 지금보다 더 나은 학습역량을 구축할 수 있다. 맞춤 학습이 한국교육의 미래 대안인데 이를 가로막는 갈라파고스적 교육 규제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교육 개혁으로 국가 잠재성장률을 1% 상승시키면 18조원이 된다.

또 한국은 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하고, 지주회사 지분율을 제한하며, 금융회사가 사업 자회사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갈라파고스적인 금산 분리 규제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어디에도 없는 규제다. 전자금융의 국제협약인 바젤협약은 기술중립성 원칙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보안인증의 기준에서는 ARIA, SEED 같은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적인 암호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한국 전자금융의 고립화를 촉발하고 있다. 주요 국가 중 은행의 클라우드 활용을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금융 경쟁력 없는 4차 산업혁명은 허상이다.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 해소로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혁신성장으로 가는 최우선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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