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관광을 살펴보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GDP의 1.8% 규모로 OECD 평균(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이 5년간 3배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 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 때문이다. 관광 트렌드는 단체 관광에서 개인 관광으로 급속히 전환되는데, 한국에 온 관광객은 가고 싶은 장소를 저장해 둔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충격을 받는다. 한국,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맵은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내비게이터인 동시에 관광 안내 가이드이다. 또한 공유 숙박은 제한적으로 가능하며, 공유차량은 불법화되어 있다. 한국물품의 온라인 구매 배송은 복잡한 인증 절차로 포기해야 한다.
도시는 가상·현실을 통해 관광객에게 스토리를 제공해야 한다.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 취향에 기반 한 개인화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관광의 갈라파고스 규제 혁파로 GDP의 2%에 달하는 35조의 국부창출을 기대해 본다.
두 번째 규제 혁파가 필요한 산업 분야는 의료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원격의료 당뇨폰을 개발한 국가인데, 지금은 원격의료가 규제된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오팩트는 2017년 CES 혁신상을 수상한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라는 제품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기존의 의료기록과 융합하여 집에서 환자들이 개인별 맞춤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네오팩트는 원격의료 규제로 국내 사업이 제한되면서 해외진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료 정보의 통제권을 환자 개인이 소유하여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도 국가가 전략적으로 산업화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의 4차 산업화는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규제로 인해 막혀 있다. 심지어는 국가정보원 정보보안 지침으로 초중고의 무선 인터넷(WiFi) 사용조차 규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국은 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하고, 지주회사 지분율을 제한하며, 금융회사가 사업 자회사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갈라파고스적인 금산 분리 규제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어디에도 없는 규제다. 전자금융의 국제협약인 바젤협약은 기술중립성 원칙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보안인증의 기준에서는 ARIA, SEED 같은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적인 암호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한국 전자금융의 고립화를 촉발하고 있다. 주요 국가 중 은행의 클라우드 활용을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금융 경쟁력 없는 4차 산업혁명은 허상이다.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 해소로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혁신성장으로 가는 최우선 정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