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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게임을 사회악(社會惡)으로 만드는 기레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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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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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12-14 오후 1:54: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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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다른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12월 13일 새벽 2시쯤 선릉역 5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 중이고 피해자는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범행은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인터넷상에서 남자행세를 해 남자로 알고 있었고 직접 만나보니 여성이 나와 바로 헤어지려 했지만, 이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런데 사건 발생 후 9시간가량 지난 오전 11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왜곡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관련 기사들은 두 사람이 펍지주식회사 배틀 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만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넥슨 FPS 게임 ‘서든어택’을 통해 만났을 뿐,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기사가 두 사람을 ‘배틀그라운드’에서 만났다고 보도하면서 범행 동기를 은연중에 게임과 관련 지었다. 3년 전 만난 두 사람이 지난해 출시된 ‘배틀그라운드’에서 만났다고 오보했다.
이는 사회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리는 기자(記者)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멀다. 기자라면 사실이 확인된 내용만으로 기사를 작성해 기사를 읽는 독자가 오해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이번 사건 관련 기사 중 일부는 명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화제가 될 만한 요소를 첨부한 채로 보도됐다.
이렇게 내용이 편향됐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인용한 기사 등 질 낮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독자들로부터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로 불린다. ‘기레기’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급속도로 늘어났다. 정확한 소식 전달 보다는 흥미 위주 내용과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기사 노출 빈도 증가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국내에 ‘기레기’가 많다 보니, 우리나라는 언론 신뢰도도 바닥을 치게 됐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올해 1월 발표한 ‘2017 봄, 글로벌 의식 조사(spring 2017, Global Attitude Survey)’에 따르면 한국은 뉴스 정확도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37위다. 지난 6월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18’에서도 한국은 뉴스 신뢰도 조사국 37개국 중 37위로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이처럼 뉴스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인데도, ‘기레기’는 인터넷상으로 기사를 한 건이라도 더 노출하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이 과정에서 뉴스 신뢰도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분야는 게임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터지면 ‘기레기’는 어떻게든 해당 사건을 게임과 연관 짓는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국제질병분류체계(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에 ‘게임 장애’를 실으려는 일이나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같다는 주장 등을 거론해 게임은 ‘사회악(社會惡)’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명확한 연구 결과나 의학적 기준 없이도 어떤 사건 배경에 게임이 있다는 기사가 계속해서 나오면, 독자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인식하게 된다. 우리나라 언론 신뢰도가 최하라고는 하지만, 기사 한두 개가 아니라 수많은 기사가 이런 논조를 가지면 그런 논조에 대한 믿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선릉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번 사건은 감정싸움에서 비롯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게임 통해 만나 칼부림”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게임 부작용이 부른 비극’이라는 추측성 내용이 담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출시 2년도 안 된 게임에서 3년 전에 만났다는 내용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작성된 이 같은 기사가 게임을 ‘사회악’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생산하는 ‘기레기’는 봉사 활동 중 강력 사건이 일어나면 ‘봉사 활동이 부른 참극’이라는 제목을 짓거나, 역사 연구 모임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역사 연구가 낳은 유혈 사태’라고 제목을 쓰지는 않으면서 오로지 게임이 사건과 연관되면 게임을 원인으로 삼으려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약 11조5,341억 원인데, 게임은 약 12조2,403억 원으로 전체 콘텐츠 산업 중 11%를 차지했고 출판, 방송, 광고, 지식정보를 이어 5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살인, 폭행 등 강력 사건에 대해 기자 자격이 없는 속칭 ‘기레기’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게임을 사건과 관련 짓는 기사를 써 게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부여하면서, 게임을 ‘사회악’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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