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반대의 현상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보완효과다. 자신의 현 상태에 무엇이 부족하다 느끼는 순간 그것을 마음으로 보완하려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날씨가 차가운 날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더 많이 다운로드하고 또 시청한다. 단순히 실험 목적으로 악성 댓글을 옮겨 적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그 실험이 끝난 후 (자신은 그저 실험에 참가한 것뿐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평상시보다 더 오래 씻는 경향이 증가한다. 즉 지금의 물리적 상태와 다른 변화를 마음으로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매우 유사한 두 종류의 연구들에서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대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상태와 반대를 만들어 내려고 생각하는가? 즉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생각하는 대로 살려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심리학 연구에서 관찰되는가?
이를 구분하는 요인은 명확하다.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다. 별다른 목표의식이 없는 상황이나 실험적으로 목표를 분명히 알려주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동화효과가 관찰됐다. 그런데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거나 아니면 강한 목표의식을 가진 경우에는 오히려 현재의 상태를 바꿔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보완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도 흔히 관찰된다. 목표의식이 없는 학생일수록 친구들에게 의심을 사거나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 꽤 억울할 만한 상황일 때조차도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목표의식이 분명한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전혀 무관한 다툼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을 하면서 이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가. 이는 조직에 강한 목표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강한 목표의식이 없는 조직은 일어난 결과대로 미래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강한 목표의식을 지닌 조직은 현재 일어난 사건이 부정적일 때 이를 보완하려는 강한 동기를 지닌다. 그러니 리더는 별다른 일이 없는 평상시라 할지라도 우리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늘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비전 제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