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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21. 2017

성매매를 하지 않은 이유


기회가 없었다. 보통 성매매의 첫 경험은 또래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 남자의 또래 친구들이 아다를 떼어주겠다면서 성매매를 보내주거나 하는 식이다. 같이 창녀촌 근처까지만 가서 "하고 와"하고 친구들끼리 실실 쪼개면서 아다를 떼러 가는 친구의 등짝을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여기에서 만나자"하며 지들도 즐기는 방식도 있을 거다. 그런데 나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은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아다를 떼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자기 아다 떼는 것에 관심이 없다보니 지 친구 아다를 떼어주는 것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은 성매매를 입에 올린 적도 없지만, 만약 성매매란 옵션이 떠올라도 채택하지 않았을 거다. 엄청 비싼 곳이 아니고서야 (유사)성매매 한번에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 정도가 깨지는데 그걸로 차라리 램을 더 사거나 SDD나 HDD의 용량을 키우는 걸 선호할 녀석들이다. 맞다. 너드들이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기도 하다. 아닌가?


군대에서는 선임들이 후임들의 아다를 떼어주겠다며 같이 휴가를 나가서 성매매를 하고 오는 경우가 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간부들 사이에서도 이런 배려돋는 후배 챙기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중대장들이 보기에 아직 아다를 떼지 않은 소대장 짬찌들이 좀 귀엽겠냐고. 병장 달다가 전문하사로 임관하며 임시로 뿌리박는 애들은 소대장이랑 친해지는 경우도 많다. 전문하사는 부대 내에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고, 소대장은 이제 부대에 온 지 얼마나 안되서 부대의 사정에 약하니까 전문하사는 소대장을 우쮸쮸하며 성장시켜준다. 그 훈육 과정에 소대장의 아다를 떼어주는 커리큘럼이 포함되어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나는 "군 생활 잘했다"로 칭찬되는 군 전역자들과 상당히 거리가 먼 군 생활을 했다. 부대 내에서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였고, 그건 중대나 분대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선임들은 내가 아다를 뗐는 지 여부에 일절 관심이 없었다. 저새끼가 아다를 뗐는 지 어땠는 지도 알 수 없지만, 아다를 떼어주기 위해 들여야하는 노력을 저 싸가지 없는 박현우란 놈한테 들이고 싶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기에 "너 여자 먹어봤냐"라는 쉽고도 간단한 질문은 내게 던져지지 않았다. 그 질문은 아다를 떼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배려돋는 행위의 준비과정이니까.


간단히 말해 내게는 성매매를 할 기회가 주어진 적이 없고 그러다보니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내가 성매매를 하지 않게 된 이유다. 물론 혼자 성매매를 하러 가려면 갈 수야 있다. 물리적으로 날 막는 건 없으니까. 법적인 제약도 사실 그리 강하지 않다. 헬반도의 경찰들은 자기들 꼴릴 때만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집중 단속이라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하면서 일하거든. 그 때만 조심하면 되니 법적인 제약이 강하다고 할 수도 없다. 업소를 찾는 게 힘든 것도 아니다. 헬반도에 업소 없는 지역이 어디있나?


아,  혼자 가기 무섭기도 하다.




앞에는 성매매를 '어쩌다보니' 하지 않게 된 이유고, 지금 성매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살짝 다르다. 난 지금까지 성매매에 관해 꽤나 비판적인 글들을 썼었는데, 내가 성매매를 경험하게 되면 그 글들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 아니, 글은 성립하지만 글과 글쓴이 간의 관계가 부정되어버리고, 글은 결국 생명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나는 내가 쓴 글을 그런 이유로 죽이고 싶지는 않다. 생각이 바뀌어서 글을 삭제하는 거면 모를까, 다른 요인으로 글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또한, 내가 성매매를 하게 되면 앞으로 내가 글을 쓸 때 성매매란 소재는 더이상 다룰 수가 없게 된다. 성매매를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성매매를 다룰 수도 있고, 그것은 그것대로 어떤 맥락을 가질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제한된다. 성매매를 경험한다면 성매매 구매 행위를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게 된다. 경험을 한 이상 비판자의 입장에 서기 힘들어지고, 경험했다는 이유로 성매매 구매 행위를 지지한다면 꼴이 상당히 웃길 것이다.


로망이 하나 있다. 글로 풀어낸 가치를 내가 직접 실천에 옮기고, 설사 실천에 옮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방향을 바라보고는 살겠다는 로망. 그래서 내가 쓴 글과 내 삶의 방향이 모순되는 건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완전히 성공적이진 않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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